[소설] 두개의 세상 pt. 02

pt.2 11-5x105

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8. 28. 00:56

   그녀는 제프가 아마도 처음 만났던 볼티모어의 다운타운 호텔의 그 까페를 찾아가려나 했는데...
물론 그녀로서는 가끔 지나칠 때마다 눈에 들어오는 어떤 까페의 천막이 슬퍼 보인다.
거기서 제프를 처음 만났고, 급속도로 친해져 갔는데...
거기서 둘이 늘 바짝 붙어 앉아있어서 남의 눈을 거슬리게도 했는데...
   정작 제프가 밤새 차를 달려서 온 곳은 쑤가 그와 첫밤을 같이 지낸 그 호숫가였다.
그들이 옛날에 투숙했던 초라한 호텔이 근방에 아직 있을래나.
제프를 처음 받아들였던 밤의 추억이 새삼... 
지금도 그녀의 질을 아프게 하는 것이다. 
백인 남자가 한참을 걸려서 찢을 듯한 통증을 유발하며 몸 안으로 들어왔던 기억.
그래서 쑤는 제프에게 안간힘을 쓰며 매달렸고, 아파서 어쩔줄 모르면서도 되려 멈추지 말라고, 그의 등에다 아주 깊은 손톱자국을 남겼었지...
지금도 몸은 그를 받아들이라고 가랑이가 자꾸 열리려 한다.
커피의 김 때문인가, 아니면, 옛생각이 떠올라서 부끄러움인가, 쑤의 얼굴이 달아올랐다. 
쑤는 손에 쥐어져 있는 스타이로폼 컾을 무심코 봤다. 레이크프론트 호텔!
쑤는 저도 모르게 뒤를 돌아보려는 상체를 얼른 도로 앉혔다. '아! 이 사람은!'
제프는 그렇게 분위기와 유혹의 명수이기도 했다. 
남편에게서 절대로 받아보지 못하는 엨스펄트(expert)한 무드의 명수.
그러나 쑤는 속으로 고개를 힘차게 저었다. 
   '안 돼! 나는 남편이 있어! 그리고 그가 나를 이자들로부터 보호해 줄 단 한사람이야! 이 자의 꾀임에 빠지면 안 돼!'
   "Remember this place, Sue? (이 장소를 기억하오, 쑤?)"
   "Just take me home, Jeff! (그냥 나를 집으로 보내줘, 제프!)" 
쑤는 손에 쥔 컾을 차의 컾홀더에 거칠게 꽂았다.
제프의 얼굴 표정이 머쓱해졌다.
쑤의 손이 빠른 동작으로 차 콘솔 밬스 위에 놓인 제프의 셀폰을 움켜 집었다. 그리고는 집 전화번호를 눌렀다. 
그런데 집은 신호음만 들리고, 벨을 암만 가게 해도 응답이 없다.
쑤는 셀폰을 들여다 봄으로써 열시임을 알았다.
   어딜 갔을까? 아니면, 내가 남겨놓은 편지를 보고 오해나... 화가 나서 어딜 간 건가?
쑤는 운진의 셀폰으로 걸려다가... 말았다. 
   이 번호가 남편의 셀폰에 뜨고, 제프의 폰에 입력이 되면 앞으로 큰일이 벌어진다. 
   "I want to go home! (나는 집에 가고 싶어!)" 그녀는 다시 한번 외쳤다.
제프가 아주 느린 동작으로 차의 시동을 걸고, 후진을 시작했다.
차가 뒤로 돌면서, 눈 앞에 어떤 건물이 보였다.
   아! 안 돼!
쑤는 고개를 힘차게 돌러서 그 건물을 외면했다. "Let's go! (가요!)"
차가 제프가 더욱 일부러인듯 천천히 그 건물 앞을 지나쳤다.
차는 물가를 끼고 똑같이 느린 속도로 갔다.
쑤는 그만 물 구경에 잠시 걱정을 잊었...
그러다가 차가 어느 새 돌았는지 아니면 한바퀴 돌아오는 길이었는지 레이크프론트 호텔이 정면에 보이는 것이었다.
   "Jeff! No... (제프! 노.)"
   쑤의 음성이 몹시 딱딱하고 차가웠다. "No, Jeff! (노, 제프!)"
   "Sue. This is going to be my last chance seeing you. (쑤. 지금이 당신을 보는 나의 마지막 기회가 될 것이요.)" 
제프가 핸들 위의 손을 움직여서 그 호텔을 가리켰다.
   "I don't trust you any more! Now I know I'm going to have to fight Art all by myself. Maybe my husband will help me, I hope. (나는 이제 더 이상 당신을 믿지 않아요. 이제 나는 나 혼자서 알트와 싸워야 하는 것을 알아. 아마, 바라건대, 내 남편이 나를 도와줄 지도.)"
쑤의 그 말끝에 제프가 소리내어 웃었다. "Just one more time for the last, Sue. You're not going to see me forever anyway. (마지막으로 딱 한번. 당신은 어차피 나를 영원히 안 볼 거잖소.)"
   "I said, no! (안된다고 말하잖아!)"
   쑤는 제프의 겉옷을 밀쳐버렸다. 그리고는 긴 팔을 뻗어서 도어 잠금 장치를 풀었다. 
   그런데 그 장치가 도로 잠겼다. "Don't! (하지 마!)"
   "What are you gonna do... We are hundreds miles from home."
   "Please, Jeff..."

'[소설] 두개의 세상 pt. 02' 카테고리의 다른 글

pt.2 11-7x107  (2) 2024.08.28
pt.2 11-6x106  (1) 2024.08.28
pt.2 11-4x104  (0) 2024.08.28
pt.2 11-3x103  (2) 2024.08.28
pt.2 11-2x102  (1) 2024.08.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