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02

pt.2 11-8x108

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8. 28. 01:04

   드문드문 벌써 헤드라이트를 켜고 달리는 차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쑤는 찻길로 나가서 엄지손가락을 세웠다.
양의 머리인 닷지 마크를 단 빨간색의 추렄 한대가 막 지나치다가 급정거를 하며 바퀴에서 하얀 연기를 만들어 냈다. 
쑤가 그 추렄으로 달려가려는데, 제프가 그녀의 팔을 움켜 잡았다.
   "Let go of me! (나를 놔!)"
   쑤는 스웨터가 벗겨지도록 몸부림을 쳤다. "Don't touch me! (나를 만지지 마!)"
제프가 그 추렄한테 그냥 가라고 손짓했다.
쑤는 제프의 손아귀를 벗어났다. 
그녀는 그 닷지 추렄을 향해 뛰어갔다.
제프가 뒤따라 갔을 때는 쑤가 이미 그 추렄에 탄 후이고, 그 추렄은 설 때처럼 바퀴에서 하얀 연기를 만들며 출발했다.
제프는 금방 사색이 되어 제 차로 돌아갔다.
그가 차에 올라타고 엔진의 시동을 걸었을 때는 그 빨간 추렄이 시야에서 없어진 후였다.
   'Fuck... I'm in fucking big trouble now! (씨팔. 나는 이제 아주 씨발 큰일났다!)'
그가 아주 위태하게 차를 출발시키며, 갓길의 자갈들에 미끄러졌다. "Let's fucking go! (씨발 가자!)"
제프가 차의 콘추롤을 거의 잃을 뻔하며 차선에 들어선 때는... 

   쑤는 무조건 뛰어오른 추렄이 알고 보니 아주 새파란 백인 청년이 몰고 있음에 가슴이 철렁했다. 
일단 추렄은 출발을 했는데.
   "Where to, baby? (어디로, 베비?)"
   스물을 갓 넘었을까, 눈이 아주 간사해 보이는 청년이 물어왔다. "Run away from love trouble? (사랑 다툼에서 도망?)"
   "Where you're headed to? (당신은 어디로 가는가?)"
   "You name it! (당신이 말해 봐!)"
   "I have to go back where I've been coming. (나는 내가 여태 왔던 데로 돌아가야해.)"
   "Where? (어디?)"
   "To the lake in Ohio. (오하이오에 있는 호수로.)"
그 쳥년이 고개를 흔들었다. "This is New York, baby? Ohio is that-a-way. (여기는 뉴 욬이야, 베비? 오하이오는 저 방향이고.)"
   "Drop me off anywhere, then. (그럼, 나를 아무데나 내려줘.)"
그러나 추렄은 계속 달렸다.
   "I said drop me off! (나를 내려주라잖아!)"
그녀가 워낙에 발광을 하자 젊은 놈이 욕을 하며 추렄을 세웠다.
쑤는 추렄에서 내린다는 것이 차디찬 잔디로 떨어졌다.
   "아!"
   쑤는 살얼음이 얼은 듯한 표면에 손이 미끄러졌다. "아야, 아..."
추렄이 그녀의 머리를 거의 스치며 떠나갔다. 
그녀가 조금만 더 움직거렸다면, 하마터면 그 추렄의 뒷범퍼에 머리를 맞을 뻔했다.
   "아!" 
쑤는 놀라서 뒤로 물러앉았다.
추렄 운전자녀석이 일부러 그랬는지 갓길의 돌들을 헛바퀴질로 날리려 하는 것 같았다.
쑤는 얼른 일어나서 그 바람을 피했다.
이제 주위는 어두워졌다.
평소 차를 몰고 다닌 때는 몰랐는데, 하이웨이를 달리는 차들이 보통 빠른 것이 아니고, 차들이 달리면서 풍겨주는 바람 또한 장난 아니었다.
쑤는 연신 불어닥치는 찬바람에 얼굴부터 얼얼해졌다.
   이제 어디로 어떻게 집엘 가나... 
쑤는 저도 모르게 자꾸 뒷걸음질로 찻길에서 떨어지려했다. 
   그 옛날의 어떤 일이 자꾸 연상되고 또 그런 일이 생길까봐 겁이 나서였다. "자기이! 나, 나 좀 어떻게..."
쌩쌩 지나치는 차들 중 브레이크 불이 들어왔다가 그냥 가곤 했다. 아마 어두워서 잘 식별 못하는 것도 있겠고, 설령 여자임을 식별한다 해도 밤에 도로변을 배회하는 여자를 섣불리 태워줄 사마리아인은 없을 것이다.'
혹 어쩌면 누가 카폰으로 경찰을 불러주기라도 해 준다면...
아니면, 남편이 다 알아채고 이 지방 경찰을 불러주기라도 한다면...
   남편이란 이가 집 전화기를 들여다 보기라도 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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