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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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8. 28. 01:01

   "At least he doesn't threaten me. (적어도 그는 나를 위협하지는 않아.)"
쑤의 그 말에 제프의 눈썹이 꿈툴거렸다.
   "And he never mentioned about my past. (그리고 그는 나의 과거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아.)"
   "Maybe he thinks you are rich. (아마 그는 당신이 부자인줄 아나부지.)"
   "He gave me all his money. (그는 나에게 그의 돈을 모두 주었어.)"
   "How much money? (얼마 되는 돈?)" 제프가 거의 코웃음을 쳤다.
쑤는 비로소 차가 집으로 가는 것이 아님을 눈치챘다. 
   "Stop the car! Stop the damn car! (차를 세워! 망할 놈의 차를 세워!)"
그녀가 문 손잡이를 온 힘을 다해서 잡아 당겼는데 꿈쩍도 안 했다.
   내 벤즈나 이 비엠더블유나 매한가지겠지?
쑤의 손가락이 도어 랔 단추를 눌렸다. "Stop the car now! (차를 당장 세워!)"
쑤의 힘에 차문이 바람을 이기고 열리려 했다.
자연 운전석의 대쉬보드에서 다급한 차임벨 소리가 났다.
제프가 차를 갓길로 황급히 뺐다.
쑤는 차가 채 다 서기도 전에 뛰어내렸다. 그리고는 차 뒤로 가며 무조건 엄지손가락을 치켜 세웠다.
큰 추렄 한대가 질풍처럼 달려가며 그녀에게 맵고 찬 바람을 때렸다.
   흑! 하고, 쑤는 두어발짝 뒤로 물러났다. 하마터면 날아갈 뻔도 했다.
제프가 차에서 내렸다.
쑤는 온 길 방향으로 뛰어가다시피 하며 엄지손가락을 계속 치켜 세웠다.
얇은 스웨터에 얇은 추레이닝 바지만 입은 그녀로서는 정월달의 영하 바람을 견딜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녀는 이를 악물고 계속 걸어가며 손가락을 열심히 치켜 세웠다.

   그러나 쑤는 결국 제프의 차에 도로 타고 말았다.
어쨌거나 제프가 빌고 사정하고 해서 정말로 집으로 간다는 약속을 받아내고.
그러나 남자를 어찌 믿는가...
차는 이제 북으로 가고 있는데. 
쑤는 길도 모르고 머리 위 해의 방향도 어림잡지 못 해서 밖만 열심히 내다봤다.
어느 덧 저녁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려 하며, 제프의 상체 그림자를 쑤에게 늘어뜨렸다.
   해는 늘 서쪽으로 지는데... 
   해가 왼쪽에서 보인다는 것은...
   숙희는 아주 오래 전 ROTC 훈련 때 배운 독도법을 상기하려고 애써봤다. 몸을 북을 향해 서서 양팔을 뻗으라... 너의 뒷쪽이 남, 너의 오른팔이 동, 너의 왼팔이...
   "Hey! Turn around! (헤이! 차를 돌려!)" 쑤는 뒤를 돌아다봤다.
반대편 도로의 표지판이 쑤의 눈에 들어왔다. 
펜실배니아!
어딘가 도로 표시 모양이 눈에 익다고 생각할 찰라, 쑤는 가슴이 철렁했다. "You!"
차는 오하이오 주에서 남행 하는 척 하다가 어느 새 펜실배니아 주를 다 지나 뉴 욬 주의 북쪽 지방으로 마악 접어들고 있던 것이다.
그렇다면 제프는 그녀를 북쪽 어느 누구에게로 데려가는 것이다.
   "I said turn around! (차를 돌리라고 말했다!)"
쑤는 정말로 달리는 차에서 뛰어 내리려고 차 문을 잡아 흔들었다.  
그녀가 얼마나 힘을 주었는지 달리는 차가 다 흔들거렸다. "On to your stock price fraud, you're going to commit another crime. By killing me! (너의 주식 가격 사기에다가, 너는 다른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다. 나를 죽임으로써!)"
   쑤는 몇끼를 건너뛰고도 어디서 기운이 나는지, 아닌 말로 젖 먹던 힘까지 다 동원해서인지, 시속 7~80 마일로 달리는 차의 문을 반뼘 정도 열었다. 
그리고 그녀는 안전벨트를 풀려고 다른 손으로 버클을 더듬었다. 
제프가 오른쪽 방향등을 켜면서 얼른얼른 차선을 바꿨다. [뭘 하려는 거야, 쑤!]
   "Shut up! I'll never forgive you! (닥쳐! 나는 너를 절대로 용서 안 할 거다!)"
쑤가 차의 문을 힘껏 밀었을 때는 차가 갓길에 급히 정차한 때였다.
문이 저 혼자서 활짝 열리며 아예 떨어져 나갈 것처럼 마구 흔들렸다.
쑤는 안전벨트 버클을 제프를 향해 던지고, 차에서 내렸다.
찬 바람은 이제 해도 저물어가며 더욱 기승을 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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