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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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8. 28. 01:07

   대체 누구의 아이디어인가... 
이제 하이웨이 가장자리는 하늘 높이 세운 그리고 끝도 없는 시멘트 벽. 
아니면, 깜깜해서 그 끝이 안 보이는 낭떨어지일 뿐...
쑤는 눈물이 자꾸 나오는 것을 손바닥으로 훔치며 비탈을 따라 자꾸 내려갔다.
어디건 사방을 둘러봐도 인가나 불빛 하나 보이지 않고 맨손에 그리고 얇은 스웨터와 추레이닝 바지는 이제 추위를 막아주지 못했다.
   "자기이! 나 어떡해! 어떡해..."
   쑤는 아무데건 털썩 앉아서 그냥... "나 여기 어디인 줄도 몰라... 자기..."
그러다가 그녀의 머리 위로 환한 서치라이트 불빛이 터졌다.
   "응?"
   쑤는 웬지 그 불빛이 반가웠다. "경찰이다!"
이제 환한 서치라이트가 쑤를 정면으로 비추었다.
쑤는 그 불빛에다가 무조건 팔을 흔들었다. 
그리고 여태 내려왔던 비탈길을 부지런히 오르기 시작했다. 
아! 이제 살았다!
쑤가 언덕을 다 올라서니 경찰차 두 대가 경조등을 켠 채 서 있었고 제프의 은색 비엠더블유 승용차가 경찰차 뒤에 마악 와서 멎는 것이었다.

   경찰이 제프를 입건되도록 원하느냐고, 쑤에게 물었다.
   "No. Just give me the case report number. I'll take care of it when I return to Maryland. (아니요. 단지 사건 보고 번호만 주시요. 내가 메릴랜드에 돌아가면 알아서 할테니.)"
쑤의 청이 순순히 들어졌다. 
그녀에게 제프의 서명을 받은 보고서 용지가 넘겨졌다. 
제프는 뉴 욬주에서의 입건에 동의했지만, 쑤가 그렇게 되도록 내버려 두지 않았다. 
   "I will see you in court. Good start, bad choice of act. (법정에서 보자. 시작은 좋았는데, 행동은 잘못 선택했구만.)" 쑤는 이를 갈았다.
제프가 뉴 욬에서의 입건을 희망한 것은, 그럼으로써 메릴랜드에서의 재판을 지연하거나 회피할 속셈이었는데...
그리고 쑤가 주장한 유괴 납치를 피하려는 꾀였는데...
물론 미리 계산에 넣은 것은 아니었지만 단지 항간에 옛애인과 도주 중이며, 여자의 신병의 안전을 위해 쉽사리 접근하지 말거나 함부로 체포하지 말라는 그런 대우를 바랐는데...
쑤는 경찰이 선처해서 모텔 방이 하나 얻어졌다.
제프는 쑤에게 접근을 시도하거나 절대로 재차 탑승을 권유하지 말라는 경고와 함께 경찰들이 지켜 보는 가운데 떠나야 했다.
제프는 그 길로 도주를 꾀하는 것인가? 
메릴랜드에서 재판을 받고 실형을 받게 되면 아마도 평생 바깥을 못 볼 텐데...
   경찰들이 돌아가고 나니 제프가 쑤의 방을 노크했다. 
제프가 정말 집으로 돌아간다고 철떡같이 약속했다.
쑤는 배도 고프고 몹시 피로해서 자면 안 된다 했지만, 따뜻한 히터 바람과 안락한 시트에 못 이겨서 그만.
   쑤는 차가 몹시 진동하는 것을 느끼고, 눈을 떴다.
아직도 전면은 밤. 아니. 
먼동이 트려 하는지.
그녀는 눈만 돌려서 차의 시계를 봤다. 5시 30분 경.
그렇다면 얼마를 정신없이 곯아 떨어졌던건가.
장장 여덟시간을 넘게 남자의 차 안에서 잤단 말인가.
차는 울퉁불퉁한 흙길을 달리고 있었다.
   "Where are you going! (어디를 가고 있는 거야!)"
   쑤는 시트에서 몸을 일으키려고 애썼다. "Where am I! (어디야!)"
그리고 쑤는 알았다. 
   오, 노... 이 자가 끝끝내 나를 파멸시키려고 하는구나!
제프의 차가 멎는 곳이 다른 길로 와서 그렇지 쑤의 눈에 충분히 익은 알트의 별장.
제프의 비겁한 계략에 또 속아 넘어가서 알트에게로 끌려온 것이다.  
아마 이 자는 마지막이라며 레이크프론트 호텔로 들어갔다손 쳐도 알트에게 왔을 것이다.
   쑤는 차라리 최후가 왔다고 눈을 감는데 눈꺼풀이 파르르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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