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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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8. 29. 04:22

   무지한 자들의 공격이 잠시 주춤했다.
그 장정들이 구경만 할 뿐 더 이상 덤비지 않았다.
알고 보니 두서너명이 알트를 둘러싸고 있었다.
그들이 그 쪽에다 신경쓰고 눈치들을 보느라 그랬던 것이다.
쑤는 숨을 몰아쉬면서도, 알트에게 무슨 일이 생겼기를 바라면서도, 경계를 늦추지 않고 어느 한놈이라도 움직이면 피하던가 맞상대할 대비와 연구만 했다.
알트를 둘러싸고 있던 자들이 앞을 비켰다.
두 명 정도가 알트를 부축해서 움직이려했다.
그런데 쑤가 그들을 가로 막았다. 
   "Put him down on the floor and call 9-1-1! (그를 바닥에다 내려놓고 구급 신고를!)"
알트는 호흡 곤란에다 일종의 발작 증세를 보이고 있었다. 
까딱하다가는 심장마비를 일으키거나 풍이 칠 직전 같았다.
   "Call the ambulance now! (당장 앰뷸런스를 불러!)"
쑤는 아무에게나 소리지르고 알트의 목을 조이고 있는 넼타이부터 부지런히 풀려고 했다. 
유독 목이 짧고 굵은 편인 알트는 넼타이를 졸라매고 있었다. 
쑤는 사방을 둘러보다가 그 흑인 남자의 손에 아직 쥐어진 나이프를 달라고 손짓했다. "Give me that God damn knife! (그 망할 놈의 나이프를 줘!)"
노랑 머리가 얼떨결에 재크나이프를 쑤에게 건넸다.
   "Did anyone call 9-1-1? (누가 구급 연락을 했어?)"
   쑤는 알트의 넼타이를 재크나이프로 자르면서 여전히 소리쳤다. "Does anyone know how to perform CPR? (어느 누구 구강 대 구강 인공 호흡을 할 줄 알어?)"
정작 쑤가 알트를 응급조치를 하려는 기색이자 여태 싸우던 장정들이 뒤로 물러섰다. 
노랑 머리의 흑인만 얼른 움직이지 않다가 누군가의 손짓에 물러섰다.
장정들 중 한명이 다가와서 쑤 앞에 한쪽 무릎을 꿇었다.
   "Can you do it? (할 줄 알어?)"
   쑤는 잘려진 넼타이를 팽개치며 그 자에게 외쳤다. "I'll press his chest. (나는 그의 가슴을 누를께.)"

   알트가 일단 응급 조치로 생명을 부지하게 되었는데, 그 악랄한 자가 앰뷸런스에 실려 가면서도 부하에게 명령했다. 
그가 퇴원해서 돌아올 때까지 쑤를 붙잡아 놓되 이번에는 극진히 모시고 있으라고...
그래서 이번에는 그 장정들이 아주 정중히 쑤를 어느 방으로 모셨다.
방 안을 주욱 돌아보고 난 쑤는 아직 안 나가고 있는 자에게 말했다.
   "Can you find Jeff? (제프를 찾을 수 있소?)"
쑤의 그 말에 그 자의 얼굴에 형용 못할 미소가 떠올랐다. What the...
즉 너를 이 구렁텅이로 끌고 온 자를 찾는 이유를 모르겠다는.
   "I need a ride. (나는 차편이 필요해요.)"
그 자가 천천히 도리질을 했다.
   "Stay outside! (밖에서 지켜요!)"
쑤는 집에서 입다가 나온 옷차림인데 땀에 흙투발이에 엉망이라 씻으려 하는 것이다. 
그녀가 제 추레이닝의 엉망인 저고리의 자크를 만졌다. "You're not gonna stay there and watch me taking a shower, are you? (당신은 거기 있으면서 내가 샤워하는 것을 보려는 건 아니죠, 그렇죠?)"
그제서야 그 자가 조용히 방을 나갔다.
쑤는 당장 달려가서 문을 안에서 잠그려 했다.
그런데 밖에서 미리 열리며, 좀 전에 나간 그자가 하지말라는 제스처를 보냈다.
   "I cannot trust you people! (나는 당신네 인간들을 못 믿겠어!)" 
쑤가 그 말을 쏘아부치고 방문을 발로 차서 닫았다.
방문이 조심히 열리고는 그자가 얼굴을 들이밀었다. 그리고 그자가 따라오라는 신호로 손가락을 까딱했다. "I'll give you other room. (다른 방을 주겠소.)
쑤가 옮아진 방은 문을 안에서 잠글 수 있는 반면에 사방이 막힌 벽으로 둘러쌓였다.
그 방은 그래도 그녀가 전에 안심하고 잠을 청하곤 했던 밀실이다.
   '쳇! 일났네! 운진씨가 걱정하다가 화내고 난리라도 피우면...'
그녀는 그제서야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그녀의 손 사이로 가늘고 긴 울음소리가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미안해, 자기이... 한밤중에 말도 없이 집 나온 나를 용서해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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