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02

pt.2 12-8x118

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8. 29. 04:38

   "내 엨스-보쓰(ex-boss)의 뒷조사에 나도 관련되어 있나 대라고... 진짜 내 인생에, 그런 수모와 억울함은 처음이다. 죽고 싶었어... 근데..."
숙희는 계속 거짓말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제발 꼬치꼬치 묻지 말아줘...
운진은 숨소리도 내지않았다.
숙희는 아파서 누운 남편에게서 위안을 얻고자 살짝 기대어 엎드렸다. 
   "내 눈 앞에 자기만 보이는 거야. 나는 결백하니까. 나는 결백하다... 자기 생각 많이 했구... 자기는 눈 앞에 가질 게 있어두 내꺼가 아니면 안 건드리잖아... 나두 그랬다?"
운진이 성한 쪽 팔을 움직여서 숙희를 만지려 했다. 
숙희에게는 그렇게 느껴졌다. 
실은 그가 그녀의 머리를 밀어내려고 그랬는데.
그랬는 것을 숙희가 그의 손을 가져가다 제 볼에 대었다. 
   "유혹은 많았었지... 내가 손만 뻗으면 얼마든지 가질 수 있었어. 하지만... 자기는 답답하리만치 양심적으로 사는 사람인데, 내가 이러면 안 된다 하고... 아니, 아깝지는 않아."
   "..." 
운진은 아내에게 잡힌 손을 빼려고 했다. 그런데 팔뿐 아니라 온 몸에 기운이 하나도 없다.
   "자기가 버는 걸로 살기가 힘들지만... 그래도 양심적으로 사는 게 더 편하니까."
   "..."
운진은 천장을 보고 눈만 꿈뻑거렸다. '그나저나 날 찌른 놈이 누굴까?'
   "내 말 듣고 있는 거야?" 
숙희는 운진의 손에다 힘을 더 주었다.
운진이 숙희에게 잡힌 손을 살그머니 뺐다. "말하기 싫소."
그걸 숙희가 허겁지겁 도로 잡았다. "자기 내 말부터 듣고 화 내."
   "당신은 나한테 복수를... 참... 이상하게 하는구만. 맞불을 놓자는 건지."
   "자기 지금 화 내는 거지?"
   "나는 뭐, 맨날 죽을 죄만 짓는 놈인가?"
   "어허! 자기가 화 내니까... 내가 기분좋다?"
   "내가 지금 화 내는 것 같소?"
   "아냐, 그럼?"
   "그냥 우리..."
   "아!"
숙희는 남편의 입에서 나올 그 다음 말에 두려움을 느꼈다. 헤어지자는 말은 하지 마! 
무슨 청이든 다 들어줄께, 헤어지자는 말만은 하지 마... 
   "닥터가 안정을 취하라 했어. 자꾸 말하려 하지 말고 쉬어."
운진의 눈 가에 뭐랄까, 비웃음이라고 하기에는 좀 그렇고, 어처구니가 없어하는 그런 웃음끼라고 할까, 그런 주름이 생겼다. 
그리고 그의 입에서 아주 긴 한숨이 나왔다.

   숙희의 6개월 남은 회사 혜택으로 병원비를 치루고, 운진은 집으로 옮겨졌다.
그에게는 절대 안정을 요하고, 무거운 것을 들어서는 안 되고, 심한 운동도 금해졌다.
숙희가 운진을 위한 병문안을 일체 사절했다. 숙희의 그 행동에 운진의 가족이나 친척들이 흉보고 핀찬주었겠지만, 운진은 차라리 고마워 했다.
범죄퇴치위원회에서 체포에 이르는 정보 제공자에게 이천 오백불 상금을 준다고 한 것에다가 숙희가 현찰 만불을 더 얹었다.
그랬더니 그 다음날로 경찰에는 제보자들의 전화가 홍수를 이루었다.
드디어 그 가게 앞에 세워졌던 미쯔비시 차에 타던 자의 용모도 들어왔다. 그래서 가게 건너편 은행에서 앞에 주차하는 고객들의 안전을 살피는 카메라의 녹화 테잎이 경찰에 제공되었다. 
검은 후디를 입은 사내를 찾으려는...
영호는 미쯔비시 차에서 채취된 지문 때문에 경찰의 조사를 받았다.
   숙희가 집으로 찾아온 경찰을 밖에서 만나고 들어왔다. "형록씨가 제공한 정보는 틀렸대. 조 하고 영호는 그 동안 아틀랜팈 씨티에 가서 돈 탕진하고 왔대."
운진은 집으로 온 후로 처음 말문이 열렸다. "돈은, 어디서..."
   "응? 뭐, 지들 가게 매상 날렸겠지?"
운진은 어쨌거나 조가나 영호는 아니라고 단정지었다. 왜.
   영호는 마주 서면 운진보다 조금 큰데 공격한 그림자는 그리 크지 않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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