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02

pt.2 12-7x117

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8. 29. 04:35

   칼에 맞은지 만 일주일이 되는 날, 운진의 의식이 돌아왔다.
그가 눈을 떴을 때는 방 안이 어둑하고 아무도 없었다.
간호사가 들어와서 맥박과 혈압을 재 보고 차트에 몇자 적고는 나갔다.
다른 간호사가 와서는 조그만 알약 두개와 물을 주었다. 아주 작은 종이컵에다가.
그리고 운진은 도로 잠이 들었다.
   행방불명된지 역시 만 칠일째 되는 날, 숙희가 집으로 돌아왔다.
그녀의 몰골은 무척 피곤해 보였고, 아예 씻지도 못했는지 머리가 헝크러진 상태였다.
챌리와 킴벌리가, 경찰이 안전할 거라는 보장을 받고 돌아와 있는 자매가, 부엌에서 라면을 먹고 있다가 새엄마를 맞이했다. 자매는 새엄마의 형편없는 모습에 말문을 잃었다.
   "엄마..."
   "맘?"
숙희는 쾡한 눈으로 집 안을 둘러봤다. "니들 아빠는?"
   "아빤..."
   챌리가 새삼 동생의 눈치를 살폈다. "At hospital..."
   "뭐? 어쩌다가!" 
숙희는 차 열쇠를 도로 찾아 집었다.
킴벌리가 젓가락을 놓고 일어섰다. "He's got attacked... stabbed. (그는 피습을 당했어요. 칼에 찔렸어.)"
   "왓!" 
숙희는 눈 앞이 캄캄해졌다. 누구의 짓이야! 제프가 나를 유인해 놓고는 누가 딴 짓을 했구나! 
경찰은 일단 우발적인 범행으로도 보고 있는데. 
숙희는 대뜸 어떤 누가 한 짓인가 의심부터 하는 데에는 무슨 근거가 있는 건지... 
어디서 언제 그런 봉변을 당했는가 묻지도 않고...
   "나 좀 일단 씻어야..."
   숙희는 피곤하고 허기진 몸을 간신히 가누며 윗층으로 향했다. "라면 같은 거 먹지 말고 뭐 먹을 만한 거를 시켜다 먹던가, 하지 않고..."
   "저, 엄마." 
   "맘!" 
챌리와 킴벌리가 동시에 불렀다.
   왜 하고, 대답하는 숙희는 이미 안방 문을 열었다. "어머나!"

   숙희가 말끔한 모습으로 병원에 나타났다.
딸 둘을 대동하고.
그 때 마침 형록도 나타났다. 그녀가 올 줄 모르고 왔던 것이다.
형록은 숙희를 꺼리는 눈치이다. 
형록은 운진형이 깨어났는데 병문안도 제대로 못 하고 이내 돌아갔다.
   숙희는 담당 의사부터 찾아갔다.
운진은 눈을 가늘게 뜨고는 숨만 쉬어도 힘든지 끙끙거렸다.
   "아빠. 괜찮아?"
   챌리가 그래도 큰딸이라고 제일 걱정되는 모양이다. "많이 아파?"
킴벌리가 제법 뭣좀 아는 양 IV 튜브를 점검했다.
숙희가 의사와 함께 병실로 들어섰다.
   "자기 허파에 홀(hole)이 생겼는데, 그게 빨리 아물어야 한대. 수술로 어떻게 못하고. 그래서 지금 조치를 해 놨으니까... 더 있어 보고..."
미국인 의사가 마치 알아들었다는 듯이 고개를 끄떡해보였다.
숙희만 병실에 남았다. 
   "나 그 동안 어디 가 있었는지... 안 궁금해?"
   "..." 운진은 고개를 돌려서 아내를 외면했다.
   "어디 가서... 무슨 조사... 받고 왔어." 
숙희는 그렇게 말할 수 밖에 없었다. 제발 꼬치꼬치 묻지 말아줘...
그녀에게도 지난 일주일이 악몽이었다. 
하지만 그 악몽은 끝나지 않았고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게다가 남편이 칼을 맞았...

'[소설] 두개의 세상 pt. 02' 카테고리의 다른 글

pt.2 12-9x119  (1) 2024.08.29
pt.2 12-8x118  (0) 2024.08.29
pt.2 12-6x116  (2) 2024.08.29
pt.2 12-5x115  (0) 2024.08.29
pt.2 12-4x114  (0) 2024.08.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