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02

pt.2 12-9x119

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8. 29. 04:40

   "그리고, 자기, 나 어쩌면 재심사 한대."
숙희의 거짓말은 그 끝을 몰랐다.
   "무슨?"
   "이번에 레이어프 당한 거... 실은 회사에 대해서 누구랑 공범이다 해서 날, 그랬는데. 경찰이 조사하고 난 인벌브 되지 않았다고 해서..."
   "그래두 쉬어. 일 그만 해." 
운진은 무슨 말인지 모르지만 아내를 그렇게 위로했다. 실은 아내를 족쳐서 대체 그 동안 어디 가 있었나 알아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그는 참는다. "일, 하지 마."
   "하지 마?"
   "응. 집에서 쉬어. 그 동안 너무 힘들었잖아."
   운진은 그렇게 말하면 아내가 나갈 구실이 없어질 줄 알았다. "내 말대로 하지?"
   "우리 돈 세이브 해 놓은 거, 얼마 안 남았거든?"
   "나 낫는대로 나가서 일할 거야."
   "자기 완치되려면 에잇 투 나인 위크(eight to nine week) 보던데?"
   "..."
   운진은 가늘게 한숨을 내쉬었다. "빨리 일어날 거야."
숙희가 운진의 손을 잡았다. "자기는 참 욕심이 없어."
   "흐. 내가 숙희씨랑 사는 게 나한테는 욕심이고 사친데?"
   "나하고 사는 게 사치?"
   "지나치다 말이지."
   "듣기 나름이다?"
   "알아서 들어."
   "제프, 내 엨스 보쓰가... 마지막에 해 먹은 게... 얼만줄 알어?"
   "..." 
   운진은 아내의 입에서 제프란 남자의 이름이 반복되는 것이 듣기 싫어지기 시작했다. "그걸 내가 알아서 뭐하라구..."
   "쓰리 헌드레드 밀리언 달러... 믿겨져?"
   "하우..."
   "He sold his portion right before the merge. (합병 직전에 그의 지분을 팔았어.)"
   "와우!"
   "그거... 일리걸(illegal)이거든."
   "그러니까."
   "내 지분은... 뉴 컴퍼니 스탘으로 준다는데. 언제 될 지 모르구."
   "값이 똑같애?"
   "우리 먼저 컴퍼니 스탘이 더 비쌌었어."
   "..." 
운진은 이미 머릿속으로 방황하고 있다. '애들 말로는 거의 칠일을 나갔다 돌아왔다고 하더니, 아마 제프인지 엨스-보쓰인지 하고 같이 있다 온 모양이군. 집안은 누가 뒤진 거야.'
그리고 운진은 알아차리고 있었다.
아내가 자꾸 화젯거리를 이리저리 돌려서 남편 운진으로 하여금 본론을, 즉 서로의 사이를 심사숙고해 보자는 그 말을, 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는 것을. 
재심사한다느니 어쩌느니 해서 도로 나가 다닐 구실거리를 만들고 있다는 것을. 
합병 당할 때 패케지로 보상받고 퇴직한 사람보고 다시 나오게 할 재심사를 한다는 말은 초등학교 5 학년에게도 안 통할텐데... 
   '과연 이 여자는 사람을 뭘로 보고!'
운진은 자신이 공격 당한 것이 이 여자와 연관있다고 여긴다. 어쩌면 나를 엉뚱한 뉴스거리로 만들어서 우리 집안을 밖에 공개시킨 다음 싹 빠져 나가려는 수법?
아니면, 이 여자를 잡기 위해 날 해침으로써 위협?
   집 전체의 문 자물쇠들이 모두 새 것으로 바뀌었다.
그런 참에 집의 자물통이 번호판으로 갈렸다.
보험료로 손질된 후 돌려받은 미쯔비시 차는 차고 안으로 들어갔다.
운진은 그 미찌비시 차를 엔진 발동 걸어서 몰 만한 손이 얼마 안 됨을 안다. 영호...
영호가, 글쎄, 칼을 쓸 줄 아는 놈이었나?
   그러나 날 찌른 놈은 사람을 찌를 줄 아는 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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