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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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8. 30. 00:39

   숙희는 일에 스케쥴이 없었다.
때로는 밤새 작업하는 경우도 있었고, 어떤 날은 집에서 쉬기도 했다. 
그녀는 쉬는 날이면 하루 종일 잠만 잤다.
어떤 회사의 손실액 쓰리 헌드레드 밀리언 달라를 회복할 방법을 감원에서만 찾아보려는 작업은 쉬운 게 아니었다. 
쑤란 여인이 그 회사 자원에 대해 지식이 있건없건 결론은 회사를 다시 흑자로 돌아서게 하는 해결책으로 일단 인건비를 줄여보자는 것이다. 
그러나 인사 문제에서 무조건 일방적으로 감원을 감행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 회사에는 다른 두뇌가 또한 초빙되어 기타 비용과 공정에서 절약하는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자연 숙희로서는 그 쪽 분야의 두뇌와 회동이 잦았다.
어떤 공정을 줄이거나 합쳐버리면 얼마만한 인원을 삭감할 수 있고, 또 어떤 사람들이 감원되느냐에 따라 어떤 공정에 영향을 미치는지 그런 의논 때문에 부사장을 위시해서 거의 매일 회의가 열렸다. 
숙희는 정작 사장이란 이는 왜 콧배기도 안 보일까 하고 궁금해 하기만 했다.
   주말을 혼자 지내게 된 운진은 텅 빈 집안을 서성거렸다.
아내는 주말도 없이 출근했고, 딸 둘은 역시 외출했기 때문이다.
새해 넘어와서 경기 침체는 눈에 띄게 불거져 간다.
중동 지방의 알 카이다라는 단체가 미국에 행한 테러 때문에 파생된 불경기의 시작은 마치 인위적인 장난처럼 하루하루 피부에 닿아온다.
첫째 술 주문이 점점 더 현저하게 줄어드는 것이다. 
사람들이 돈을 움켜쥐기 시작하면서 즐겨 마시던 술을 점점 더 줄이는 것이다.
여기저기서 감원 바람이 불고, 아예 문 닫는 가게들이 차차 나타나기 시작했다. 
매상은 무섭게 줄어들고 다운타운 같은 데는 렌트비를 못 내는 상인들이 속출하기 시작한 것이다.
운진이 일하는 술 도매상에도 세일즈맨을 줄인다는 소문이 나돌기 시작했다. 
그는 아내와 이미 상의했고, 만일의 경우 감원을 당하면 전에 하던 대로 술가게를 하나 물색하기로 합의했다.
그래서 운진은 핑게 김에 전부터 봐두었던 가게 하나를 염탐하러 나가보자고, 옷을 챙겨 입었다. 
   '이 사람이 오늘은 몇시에 퇴근하나... 시간에 맞춰서 만나자고 할까?'
운진은 아내의 셀폰으로 전화를 걸었다가 지금은 회의 중이니 나중에 전화하겠다는 그녀의 다급한 음성을 들어야 했다. '아니, 주말에도 뭔 일이 그리 바쁘다는 거야... 이상한 회사네?'
운진은 창들이 다 잘 닫혔는지 그리고 현관문도 꼼꼼히 점검한 후 집을 떠났다.
   운진은 차를 몰면서 형록이를 만나고 싶지만 그의 가게에 가서는 안 될 거라는, 아니. 
형록이 운진에게 대놓고 찾아오지 않는 것이 여러 면에서 바람직하다고 말한 것을 기억했다.
   "형님이 우리 가게에 들렀다가 칼 맞은 것에 대해 그 냥반... 되게 언짢아 하십디다?" 
형록이 그렇게 말했을 때야 운진은 아차! 했다. 
아내 숙희는 그 말을 남편에게 하지는 않았지만 밖에다가는 노골적으로 표현한 모양...
물론 들키지 않았어야 했고, 무엇보다 찾아갔던 것이 큰 실수였다. 
그 찾아갔던 큰 실수는 그 곳에서 괴한에게 공격을 당한 사건보다 더 심각했다. 
그런데 그 집에 있는 폴이 보고 싶다.
운진에게 자식이 셋인 셈인데.
큰애 챌리는 엄연히 남의 자식을 여태 키우는 것이고. 
키미는 죽은 아내 영란과 그리 사랑스런 감정에서 임신되고 태어난 딸은 아니다. 아니.
그는 적어도 키미만은 정말 그의 딸이기를 바라고 또 바란다. 
그렇다면 폴만이 정말 사랑스러운 감정에서 영아와 가진 섹스의 선물이다. 
게다가 놈의 얼굴이 누가 보더라도 아비를 쏙 빼닮았다. 그리고 엄마의 웃는 모습을 빼닮았다. 
수줍은듯 그러나 상대를 충분히 뇌살시키는 영아의 눈웃음을 어린 놈이 구사하는 것이다.
   운진은 정말 억지로 영아의 가게 앞을 지나쳤다.
그는 눈여겨 두었던 가게로 가서 진치기 시작했다.
숙희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자기 집이 아닌가 봐? 집에 전화했더니 안 받네?"
   "오. 지금 그 가게를... 쳐다보고 있는 중이요."
   "집에서 봐, 자기. 챌리하구 키미두 집으로 가는 중이야."
   "오, 애들 하고 연락되었나 보지?"
   "하여튼 집에서 보자니까?"
운진은 그녀의 약간 짜증스러워 하는 음성에서 부화가 났다. '이 여자가 점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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