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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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8. 31. 00:55

   운진은 그 여인과 섹스했던 상상을 그리며 위스키 잔을 입으로 가져 가다가 놀랬다.
숙희가 잠옷 바람으로 앞을 지나가는 것이었다. 
   "여기서 자기 혼자 기분 내?"
   "오! 와인이 입을 베려놔서."
   "나두. 자기, 나두 한잔 주라."
   "오!"
운진은 얼른 일어나서 술을 진열한 곳으로 갔다. 그는 벌써 걸음이 비틀거렸다.
   둘은 위스키 잔을 가볍게 부딪고 두어 모금 입에 넣었다.
숙희가 우물쭈물하다가 말을 꺼냈다. 
   "좀 오래 됐는데, 우리 결혼하기 전에, 자기... 혹시, 사범님한테서 연락 받은 적 있어?"
   "김 선생?"
   "응."
   "우리... 결혼하기 전에... 그랬을... 걸?"
   "근데 왜 안 물어봐, 나한테? 사범님이 왜 자기를 찾은 거에 대해서?"
   "그 때... 별루 말한 거 없었을 걸? 근데, 왜?"
   "자기가... 누굴 때려서 붙잡혀 들어갔다고 하니까..."
   숙희가 입을 손으로 가리고 조금 웃었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고, 태권도 기술 조금 가르쳐 주었을 뿐인데 어떻게 했길래... 그래서 우리끼리 웃었는데. 근데... 자기한테서 뭔가 숨은 배경이 나타나더래."
운진은 숙희와 김 사범이 정말 교관과 ROTC 학생의 관계였을까 하는 공상을 가졌다. 그러면 안 되는 줄 알지만 전처에게 하도 데어서 이젠 숙희까지도 그런 여인으로 보인다.
숙희가 언급하는 남자는 모두 그렇고 그랬던 사이들이 아닐 지 하는...
그래서 지금도 숙희보고 일해 달라고 졸랐다는 어떤 부사장이란 놈도 의심스럽다. 
숙희가 밝히지 않기도 했지만 그녀가 기혼인 줄 알면서도 그 부사장이 그녀에게 청혼했다는 것을 운진은 아직 모른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에도 놀란다고 그렇게 의심만 할 뿐.
   그런데 숙희의 다음 행동이 운진으로 하여금 부끄러운 마음이 들도록 만들었다.
실은 남편인 그가 먼저 취했어야 하는 행동인데.
숙희가 위스키 잔들을 받아서 치우고는 남편을 덮쳤다. 
   "자기 나 사랑해줘!"
   "여, 여기서?"
   "응!"
그녀가 잠옷과 윗도리를 한꺼번에 벗어서 던졌다. 
그녀의 풍만한 유방이 공중에서 덜렁덜렁거렸다.
그리고 그녀가 아랫도리도 한번에 벗어 던지는 것이었다.

   운진과 숙희 두 사람은 거의 반나로 카펫 바닥에 누워서 챌리가 들어오는지 조심스럽게 내는 문소리를 들었다. 
딸들은 지하실에 거의 내려오지 않는 것에 은근히 기대하며...
그런데 여자인 숙희보다 남자인 운진이 먼저 허둥지둥 벗은 몸들을 가렸다.
숙희가 팔을 뻗어서 운진의 볼을 만지작거렸다. 
   "자기 나이에 다시 비지네스를 한다면, 이젠 종업원을 많이 두고 하는 큰 걸 해. 전처럼 몸으로 떼우는 일은 이제 무리야. 뒤에서 돈 관리, 주문 관리만 하고. 일은 종업원들이 하는 것만 잘 감시하라고."
   "..."
   "시시하게 작은 규모 찾아서 아침부터 밤까지 장사하는 일은 하지 말자는 얘기야."
   "규모가 크면 돈이 많이 나가는데..."
   "마찬가지지. 조그만 데서 몸으로 떼우며 남기는 거나 큰 데서 사람 쓰고 남기는 거나. 나중 것이 힘도 덜 들고 더 보기 좋지."
숙희가 뒤늦게 일어나서 옷을 주섬주섬 주워 입기 시작했다.
   숙희의 뒤를 운진이 따르고, 둘이는 지하실을 나섰다.
   "맘? 댇?"
   챌리가 배 고픈지 부엌에서 무얼 먹다가 그들을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왜, 베이스먼트에서..."
아빠 운진이 몹시 당황해서 어쩔 줄을 모르고, 엄마 숙희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굴었다. "응. 아빠랑 술 한잔 했다."
   "아, 네에..."
   챌리가 두 사람을 연신 살펴보며 고개를 어설프게 숙여 보였다. "안녕히 주무세요."
   "그래. 너두." 숙희는 너무도 당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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