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02

pt.2 14-1x131 숨기는 본심들과 모순된 대답들

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8. 31. 00:54

숨기는 본심들과 모순된 대답들

   그가 집으로 가니 집 앞에 차가 꽉 찼다. 
숙희의 벤즈. 챌리가 남자로 부터 받은 벤즈. 키미가 모는 죽은 제 어미의 렠서스. 그의 눈에 익은 챌리 남자 친구의 외제 스포츠 카 그리고 낯설은 외제 차 한대가 더 세워져 있다. 
운진은 그의 벤즈를 길 가에 세워야 했다.
그가 집 안으로 들어서니 왁자지껄한 분위기를 만났다.
딸들의 까만 머리가 보이고, 노랑 머리 그리고 짧게 깎은 남자 머리가 보였다.
   "아빠!"
   "하이, 대디!"
딸 둘이 반가히 아는 체를 해 왔다.
   "오, 하이!" 운진은 손만 흔들어 주고 눈으로는 아내를 찾았다.
챌리가 이층을 가리켰다. "She's in the shower. (그녀는 샤워 중이야.)"
   "대디?"
   킴벌리가 소파에서 일어섰다. "Remember him? (그를 기억해?)"
운진은 작은 딸이 가리키는 금발 머리의 사내를 쳐다봤다.
그 금발 머리의 사내가 손을 높이 들어 보였다.
   "하이." 
운진은 손을 마주 들어 보였다. '그... 약혼자 아냐? 새삼스럽게 기억하냐니?'

   "자기는 모른 척 해." 
   숙희가 주의를 주었다. "둘이 헤어졌다가 다시 만났어. 괜히 아는 체 하다가 애들 맘 상하게 하지 말구."
   "어차피 난 아무 것도 모르는데..."
   "그러니까! 지나가는 말로라도 둘이 그랬던 것을 꺼내지 말라는 거지."
숙희가 큰 거울 앞에서 입술 루즈를 바르는데 그녀에게서 다른 향수 내음이 풍겼다. 
운진이 맡기만 하면 두통을 느끼던 장미꽃 향이 아닌... 
   "오! 숙희씨 향수 바꿨소?"
   운진은 저도 모르게 바짝 다가갔다. "냄새가 다른데?" 
숙희가 거울을 통해서 눈을 마주쳤다. "코도 참 유명하네. 어찌 금방 알어?"
   "어... 그냥... 냄새가 달라서."
   "여태 쓰던 건 아직 남았고, 이번에... 누구한테 하나 얻었어. 냄새 괜찮아?"
   "좋은데? 그런데... 향수를 얻었어?"
   "자기도 좋다면 됐지, 뭐." 
그녀가 운진의 질문에 대답은 않고 거울에서 돌아섰다.
자연 두 사람의 얼굴이 가까워졌다.
운진이 우물쭈물하는데 숙희가 먼저 입술을 맞췄다. "자!"
운진은 향수를 '누구한테서' 얻었다는 그 말대목에 매달리기 시작했다.
   운진은 숙희가 화장실에 들어간 틈을 타서 그녀의 화장대를 둘러봤다.
누구에게서 얻은 향수인데 냄새가 괜찮으면서 하다가 눈에 익은 즉 숙희가 늘 쓰던 즉 운진이 냄새만 맡으면 머리 아파하던 그녀의 향수병 옆에 처음 보는 향수병이 나란히 놓였다. 
그리고 조그만 카드 하나가 그 병 옆에 놓여져 있다. 
언뜻 보니 '~eremy' 라고 잉크로 휘어갈긴 영문 사인이 보였다.
운진은 실망하는 심정이 되어 지하실로 가기 위해 계단으로 갔다.
   정말 오랫만에 운진은 7, 80년대 가요를 틀고, 위스키를 한잔 가득 부었다. 한잔 가득.
대형 텔레비에 연결된 오디오 시스템에는 가요나 가곡을 틀 수 있다. 
정 심심하면 가라오케도 가끔.
운진은 지하실로 내려오는 문을 닫은 상태에서 맞은 편의 벽난로를 보고 소파에 앉았다.
모 백화점 지하실에서 책방을 운영하던 그 여인네의 모습이 눈 앞에 선하다. 그 때가 언젠가. 
정 여인과 한통속이 되었던 무직 변호사 두 명이 작당해서 운진을 골탕 먹였을 때, 그 사실을 운진에게서 듣자 실망해서 귀국한다고 사라졌던 여인.
그 여인은 체구가 작은 편이지만 커 보였다.
   정말 그 길로 귀국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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