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희의 귓전에 그런가 부지 하던 남편의 말이 쟁쟁거린다.
'조금만 참아주면 그 담부터는 내가 시간이 나는데... 앞으로 이삼일이 가장 바쁜데.'
숙희는 '내가 어디까지 했더라' 하고, 컴퓨터 화면을 다시 들여다봤다.
그러다가 그녀는 잠시 손을 멈췄다.
'아! 역시 집 앞까지 따라온 제레미가 날 강제로 허그한 것이 그이 눈에 띄었나? 아직 내가 계획한 게 남아 있어서 문제 삼지않고 있는데... 역시?'
숙희는 이번 프라젴트를 해결해 주면 생기는 돈 때문보다도 어쩌면 이번 일로 인해서 합병의 참 뒤를 알아지게 될 지도 모르는 기대감에 열심인 것이다.
제프는 현재 20년 형을 목전에 두고 구치소에 수감 중이라고 들었다. 경찰은 그가 불법으로 해먹은 총액을 알아내지 못한 상태에서 부정 주식 거래 이유만을 걸어 잡았는데, 제프가 극구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다.
그가 20년을 받겠지만 항소해서 10년으로 줄이고, 그가 형을 반쯤 살았을 때 가석방 심사를 요청해서 받아 들여지면, 그는 60도 채 안 되는 나이에 바깥 세상에 다시 나온다.
그는 그 때 되면 쑤를 작살내기 위한 원귀로 변할 것이다. 그리고 벌금 추징금으로 반을 빼앗긴다 해도 남자 60 나이에 원 헌드레드 밀리언 달라 넘게 가지고 있다고 하면 그의 주위에는 쑤보다 새파랗고 싱싱한 여자들이 꼬일 것이다.
그렇게 되면 제프는 당연히 늙은이 축에 들어가는 쑤를 작살내고 돌아보지 않을 것이다.
나도 이젠 달라졌다!
쑤는 이를 악물었다. 너희들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어 주기 위해서도 나는 이 일을 성사시킨다!
남편 운진은 그가 한 말처럼 애들 즉 챌리로 하여금 엄마에게 저녁을 가져다 주게 시켰다.
숙희는 혼자 쓰는 방에서 좀 식은 국물에 밥을 말아서 허겁지겁 해치웠다.
미국에서 얼마를 살았든 미국인들과 직장 생활을 얼맛동안 했든 코라안의 뱃속에는 역시 코리안 푸드가 들어가야 몸이 짝 풀린다. 게다가 잘 우러난 곰탕 같은 것을 몸 안에 들여보내면 그 국물이 뼛속 깊이까지 골고루 들어가서 온 몸에 힘이 솟구친다.
'자아! 또 해보자!'
숙희는 일회용 용기들을 카페테리아 쓰레기 통에 갖다 넣었다.
'나도 레이어프 당한 몸인데, 십삼 프로나 내보내야 하는 이 회사 사람들에게 미안하지만, 세상이 참 아이러니컬 하지 않나? 나의 손에 의해 내가 당한 레이어프를 내가 하는구나.'
레이어프라는 것이 평소 근무 태만이나 실적이 부실하다든지 꼭 그런 이유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문자 그래도 간헐적으로 즉 영어의 랜덤(random)적으로 죽 선을 긋고 그 안에 들어가는 이름들에게 통고가 나간다.
그 수 많은 직원의 이름을 놓고 한줄 한줄 찾다 보면 이래서 걸리고 저래서 망설여지고 하게 마련.
그래서 퍼센테이지를 정해놓고 근무 일수 순으로 거슬러 올라가서 직책에 비해 수당이 많이 지급되는 이름들을 컴퓨터가 토해 놓으면...
우선적으로 돈만 많이 나가는 매네저 급들이 모가지를 당한다. 그러면 생존한 나머지 매네저들이 주인 잃은 직원들을 영입한다. 같은 수당에 관리해야 할 부하 직원이 반 이상 혹은 재수없으면 배로 늘어난 업무량을 지속해야 한다. 곧 이어 직원들의 이전 신청이 급증한다.
기왕이면 맘에 드는 매네저의 팀으로 이전해서 생존하려는 안간힘에...
여기에 눈 먼 함정이 있으니, 다름 아닌 착오로 인한 실수.
즉 돈만 많이 나가는 매네저인줄 알고 잘랐는데.
그래서 돈을 세이브하고 성과는 여전히 똑같이 오를 줄 알았는데.
모가지가 살아 남아서 남은 인원을 떠안은 매네저가 꼴통인 경우.
그럴 경우는 그 팀 전체가 자연 도태되어 심하면 그 부서 전체가 사무실불을 끄기도 한다.
그렇게 실수할 경우 그 회사는 감원을 시도했다가 파산으로 날아가 버린다.
감원 처리를 아주 효율적으로 잘 해야 불경기를 살아 남고 그나마 연명해 나간다.
숙희는 또 한명의 감원 정리 책임자의 손과 힘을 빌어서 두번째의 방향으로 즉 감원 처리 실수로 회사 전체가 흔들거리게 되는 작전으로 몰고 나가고 있다.
우선적으로 수당을 많이 받아 가는 이름들부터 감원 대상에 올린 것이다. 대신 그 자리들을 연륜이 있고 수당은 적은 편인 사원들로 보충시키는 방법을 제시했으니 정석인 것이다.
그렇게 해서 지난해 손실액 쓰리 헌드레드 밀리언의 반을 일이사분기에 세이브하고 적어도 삼사분기에 가서는 약소하나마 흑자로 돌아서게 보이는 청사진은 사기 같아 보이지만 일단 회사는 산다.
그 때 가서 흑심 품은 숙희가 어느 돈줄을 물어다가 이 회사를 사게 한다.
그런 다음 건강해지면 남기고 팔아서 그 이득금을 나눈다는...
팔고자 하는 시기에 누가 살 건가는 크게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그녀는 그녀가 인수 못하게 되면 다른 어느 누구를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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