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희는 커피를 더 타오면서 제레미가 옆읫 복도로 지나가는 것을 보았다.
그는 뭔지 종이를 잔뜩 들고 갔다.
저...
그녀는 그를 부르려다 말았다. 오늘은 집에 가서 쉬고 내일 나오면 안 되겠느냐고 물으려다 말았다.
그런 질문이라도 하게 되면 자연 말이 연결되어 길어지고.
그가 프로포즈한 것에 대해 연구해봤느냐고 또 묻기라도 하면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복도에 서 있는 그녀를 같이 작업하는 파트너가 지나치면서 하이! 했다.
그 바람에 숙희는 커피컵을 입으로 가져가려다가 놀랬다.
그래서 핑게거리가 생겨났다.
커피를 옷에 흘려서 옷 갈아입으러 집에 가야겠다는.
그런데 제레미가 옷 버린 정도는 상관없다고 일이나 빨리 마쳐달라고 요구했다.
이 핑게 저 구실로 길게 끌다가는 그 회사 직원들이 그렇지않아도 낯선 얼굴인 쑤와 파트너를 보고 쑤군거리는 기색이니 하루라도 빨리 마무리져 달라고.
최종 마무리가 마쳐지는대로 제레미의 팀은 철수해야 하는 것이다.
숙희는 화장실에서 종이타올을 물에 적셨다. 그리고 그것으로 거울을 보며 블라우스 앞섶에 흘린 커피를 딲아보았다.
그녀가 종이타올로 누르는 대로 앞가슴이 들여다 보였다.
남편이 멀리 하기 시작한 유방 만짐.
우디보고 새 옷을 갖다 달래볼까?
아니면, 챌리더러 그래 달라고 부탁해 볼까?
그러나 그녀는 파트너가 셀폰으로 전화를 걸어와서 빨리 오라고 독촉하는 바람에 커피 자국 지운다고 옷만 적시고는 화장실을 얼른 나가야했다.
그날 밤도 숙희는 파트너와 함께 방 안에 갇혀서 꼬박 밤을 새워야 했다.
그들이 작업하는 방에는 샌드위치 가게에서 주문해 온 음식들이 냄새를 풍겨댔다. 그러나 누구 하나 일어나서 그 냄새나는 것들을 버릴 짬도 못 냈다.
남자가 책상에서 몸을 일으킨 것은 프린터가 작동을 중단해서 종이를 채우러 갔다 온 것이 고작일 뿐 그 외의 동작은 시간 낭비였다.
수십통의 보고서가 프린트 되어 나오고 권당 지그재그로 쌓이면 다음날 제레미가 출근하여 직속 부하에게 모두 철하게 시킬 것이다.
그 보고서는 쑤가 추천하는 합병이나 제레미가 원하는 매각 직전까지 일급 비밀이다.
밤새 빌딩을 지키는 경비원이 몇차례 지나가며 보다가 쑤의 손신호에 더 이상 오지않고.
숙희가 두드려대는 키보드 소리와 프린터에서 연속적으로 뱉아내는 종잇장 쌓이는 소리 그리고 이따끔씩 헛기침하는 남자 파트너의 소음...
숙희는 눈과 손가락은 컴퓨터에 몰입해 있지만 머리는 남편 생각으로 방황하고 있다.
혹시 누가 그이에게 나에 대해 안 좋은 말을 했을까?
했다면 어떤 말을 어디까지 했을까? 아니.
정말로 누구를 만났을까?
그렇지 않고서는 남편의 태도가 갑자기 달라진 이유가 뭘까?
랠프는 듣기로 그녀가 결혼했다는 소식을 들은 직후 메릴랜드를 떴다 하고.
제프는 지금쯤 연방 구치소에 들어가 있을 테니 남편과 만날 기적이 절대 없고.
회계사 아담은 남편이 절대 모를 것이고.
그렇다면, 남편이 만날 사람이 누가 있지?
챌리가 제 아빠니까 들은대로 와서 몰래몰래 일르나?
만일 일르면, 어디까지 알아서 일렀을까?
개리가 이십년도 넘는 그 일을 설마 말했을까? 발설하면 저한테도 뭐 좋은 게 있다고.
그런데 숙희는 알트의 파워를 가장 두려워하고 그가 입을 여는 날에는 거의 매장될 것을 잘 알면서 이상하게 그가 어떻게 했을 리가 없다는 확신이 선다.
알트는 그녀를 아주 악질적으로 괴롭히지만 그녀에게는 아직도 '파파' 같기 때문이다. 게다가 얼마 전 그의 부탁으로 셐스 서비스를 나가줬는데, 또 설마...
그러고 보니 챌리의 생부라는 신가도 새삼스럽게 의심스럽다.
혹시 그런 자가 어떻게 알트와 줄이 닿았얼까?
헥! 설마... 내 셀폰 번호를 어쩌다 알았겠지!
어쩌다 내 셀폰 번호를 안다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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