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박과 미행의 꼬리
숙희는 작업실로 돌아갔다.
그녀는 셀폰을 그 충전기에 연결하여 노트붘 컴퓨터 옆에 놓고, 의자등에 머리를 기댔다.
내가 미쳐도 단단히 미쳤어!
아니, 아담 전화 번호가 왜 집 전화번호인 줄로 착각을 하는 거야!
한숙희! 너 정말 왜 이래!
남편은 무슨 일인지 마치 남처럼 구는데, 자꾸 왜 이러는 거야! 어쩔려구!
셀폰 스크린에 불이 들어오며 삐익거리는 소리를 냈다.
숙희는 손가락으로 셀폰을 잠깐 들어보고는 도로 내려놓았다.
셀폰은 충전이 시작되고 있는 것이지 풀가동은 아직 멀었다.
그녀는 한번 더 셀폰의 충전 진행상태를 확인했다.
그 때 충전되고 있는 중인 그녀의 셀폰이 벨톤을 울렸다.
숙희는 머리만 돌리고 손가락 끝으로 셀폰을 집어 들어서 누군가 봤다.
그녀가 주소록에 인입한 이니셜 Ad G가 떴다. '아담!'
애담 갠지스가 그녀의 셀폰으로 전화를 걸어오는 것이다.
숙희는 가만히 들여다보다가 '이그노어' 단추를 눌렀다.
벨톤은 이내 끊어졌다.
내가 네 콜을 이그노어 하는 것을 알아라!
이젠 나도 제발 사람처럼 살려고 입 좀 다무려는데, 모르겠다.
내 남편이 들은대로 무서운 남잔지 아직은 모르지만 희망만 있구나.'
어쨌거나 셀폰으로 전화는 더 이상 오지않았고, 충전된다는 계기만 부지런히 움직였다.
최종 결정 단계로 마지막 밤샘을 해야 하기 때문에 숙희는 남편에게 연락해서 안심시켜야겠다고, 새삼스레 책상전화기를 들고 그의 셀폰으로 전화를 걸었다.
그녀는 무심결에 벽시계를 올려다봤다. 오후 다섯시.
그의 셀폰은 응답을 하지않았다.
숙희는 전화기의 오프 단추를 눌렀다.
그런데 곧바로 그녀의 셀폰이 진동했다.
그녀는 스크린을 보고 얼른 대답했다. "응, 챌리."
"엄마. 우리... 푸드 코트에 와 있는데에, 엄마 먹을 거 빌딩으로 사다 줘요?"
"응. 그럴래?"
"말하세요. 뭐..."
"역시 챌리가 최고구나. 나, 오 참, 너 어디 푸드코튼데?"
"여기... 코리안 빌딩?"
"아. 그럼, 엄마는 그 집에서 파는 꼬리곰탕이 먹고 싶어. 캐리아웃 된대?"
"물어볼께요."
"그럼, 나 꼬리곰탕 할께."
"네."
숙희는 챌리와 통화를 마치자마자 운진의 셀폰 번호를 눌렀다.
"녜."
"오, 자기!"
숙희는 남편 운진이 갑자기 전화 응답을 예 라고 하는 것이 거북하다. "어디야?"
"지금... 꼬리곰탕 시키고 있소."
"응? 아아... 자기 애들이랑 같이 있구나?"
"우리끼리만 먹어서 미안해서."
"근데, 챌리 시켜서 나한테 전화한 건..."
"당신 전화가 통화 중이던데."
"우리가 맞전화를 했나, 그럼?"
"그런가부지."
숙희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통화를 마쳤다. 난 이 책상전화기로 걸었는데 대답 않고는...
요즘 들어 부쩍 멀게 느껴지는 남편이다.
전부터 말이 잘 없는 사람이라는 것은 알지만 최근 들어 유독 마치 남처럼 군다.
'[소설] 두개의 세상 pt. 02' 카테고리의 다른 글
pt.2 16-3x153 (1) | 2024.09.02 |
---|---|
pt.2 16-2x152 (2) | 2024.09.02 |
pt.2 15-10x150 (0) | 2024.09.01 |
pt.2 15-9x149 (2) | 2024.09.01 |
pt.2 15-8x148 (2) | 2024.09.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