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 shit! (어, 젠장!)"
제레미가 이번에는 다른 의자에 가서 또 풀썩 앉았다.
쑤는 방문을 힘차게 열었다. "You made a big mistake! (너는 큰 실수를 했다!)"
"Wait, Sue! (잠깐, 쑤!)"
제레미의 다급한 부름 소리는 닫히는 문에 끊겼다.
숙희는 그 회사 건물을 나와서 주차장으로 오기까지 어떻게 했는지 기억에 없다.
그녀는 아무도 없는 주차장을 반뜀박질으로 가며 목 놓아 울었다.
그 놈의 테이프! 젊은 객기에 한번쯤 찍어보자고 장난 삼아 돌아가며 찍은...
제프의 아이디어였다.
쑤가 결혼하면 우리의 관계는 영원히 끝인데, 기념으로 그리고 아직 젊었을 때의 모습을 담아놓자고 즉흥적으로 제안했고.
제프와 후향위로 섹스하는 것을 그의 집 벽난로 앞에 설치된 비데오 카메라로 촬영했고.
랠프와는 어느 모텔 방에서 마치 포르노를 찍듯 했고.
그리고 아담과는 그의 사무실에서 몸을 섞었다.
그리고 쑤는 알트에게 결혼 말을 하러 갔다가 온몸에서 피가 터지도록 매를 맞았는데.
그래서 운진을 잊고 살아야 했었는데.
그 놈의 테이프는 이십년이 훨씬 넘도록 생존해서 여지껏 그녀를 괴롭힌다...
그녀는 늦게나마 운진을 다시 만나서 결혼을 했고. 어떻게든 빨리 돈을 만져서 편안히 살려고 하는데.
과거부터 알아온 남자들은 기회만 되면 그 테이프를 들먹이며 그녀를 괴롭힌다.
숙희는 차에 기대어 더 울었다.
우디에게 고백하면 어떻게 받아들일지 그것이 참 궁금하다.
그녀가 알고 사는 운진이란 사내는 아마도 아내의 그러한 과거를 용납하지 않을 것 같다.
그러면 차라리 결혼은 없던 걸로 하고 다시 남남으로 되면 그 자들이 위협하고 종종 써먹는 테이프가 시중에 나돌던말던 신경 쓸 필요가 없을까? 아니.
이제는 인간 답게 여자 답게 그리고 결혼해서 들어앉아 살림하는 아내 답게 살고 싶다.
원하는 돈만 손에 쥐면 아무도 안 만나고 운진과 둘이서만 행복하게 살고 싶다.
숙희는 나머지 눈물을 말끔히 지우고 차 문을 열었다.
그녀는 차에 타다가 저만치서 보고 섰는 그림자 하나를 봤다. 제레미!
나쁜 놈! 알트가 아니더라도 널 꼭 망하게 해줄 거야!
숙희는 더 이상 올 일이 없는 빌딩 주차장을 저녁 찬바람 타고 맹속력으로 떠났다.
숙희가 집에 도착하니 드라이브웨이가 미쭈비시 차만 남고 텅 비었다.
다들 어딜 간 거야!
그녀는 차에서 내리지않고 셀폰부터 찾았다. 그리고 주소록의 제 일번인 남편의 번호부터 눌렀다.
숙희는 행여 울었던 음성이 나올까봐 일부러 명랑한 척. "응, 자기! 어디?"
"애들이 영화를 보고 있소. 그래서 나는 대기실에 멍청하게 앉아있는데."
"밥은?"
"글쎄? 애들이 몇시에 나오려는지..."
"애들은 지들끼리 먹으라 하고, 우리끼리 만나서 먹으면 안 돼?"
"집이요?"
"응! 어떡해? 내가 차를 또 가지고 가? 아니면, 자기가 올래?"
"글쎄?"
숙희는 답답함을 느꼈다. "자기가 지금 와. 응?"
"글쎄? 그러다 애들 나올까 봐 그러지?"
"애들 차 없어?"
"딴 데 있지."
"그래... 알았어."
숙희는 답답한 심정으로 셀폰 통화를 마쳤다.
남편이란 이는 그 정도의 쇼로는 꿈쩍도 않는 사내이다.
그의 마음을 어떻게 하면 다시 돌려놓을까...
제레미한테서 수수료만 더 받으면 다 끝나는데...
그런데 보너스로 약속한 수수료가 나올까? 아니.
그녀는 제 스스로 포기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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