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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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9. 2. 01:34

   숙희는 운진을 위시해서 챌리와 킴벌리가 귀가하도록 자지않고 기다렸다.
그녀는 킴벌리가 두개 샀다가 하나만 먹고 하나 남겼다고 들고 있는 프렛즐을 빼앗듯 달래서 물과 함께 먹어치웠다. 
   "맛있네?"
   "저녁 식사를 안 했소?" 운진이 인사치레로 물었다.
   "자기, 참! 라면 잘 끓이지?"
숙희의 그 말에 딸 둘이 가다말고 서면서 동시에 '어-오!' 소리를 냈다.
   "왜?"
   숙희는 딸 둘과 남편을 둘러봤다. "다 먹고 없나 부지?"
운진이 지나치며 고개를 가볍게 저었다.
   "엄마가... 아빠 자꾸 라면 먹는다고 다 버리라고 해서..." 챌리가 말했다.
숙희는 일순 당황했다. "엉. 그랬니? 잘 했지, 뭐."
   곧 숙희만 혼자 부엌에 남았다.
저들 세 부녀는 아주 똘똘 뭉친 것 같은 느낌. 
무슨 비밀이 생기더라도 셋만 알고 쉬쉬할 것 같은 부러움.
그리고 숙희가 암만 애를 써도 늘 테두리 밖으로 밀려나는 것 같은 외로움. 아니. 
테두리 밖으로 내동이쳐지는 것 같은 세번째는 무시당하는 불쾌감이다.
숙희는 마이크로웨이브 오븐 위에 놓인 아침 시리얼 밬스를 내렸다.
허나 냉장고를 열어보니 시리얼과 같이 먹을 우유가 없다.
숙희는 분노일지 아쉬움일지 아니면 실망감일지 일체 혼동된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저 이에 대해서 잘못 생각했나아... 
   암만 서울 사람이라지만 어쩌면 저렇게 자기만 알고 저렇게 냉정할까.
   그래서 내 맘이 자꾸 흔들리는 건데...
   요즘 와서는 결혼한 것에 후회도 들고...
숙희는 한모금 밖에 안 되는 묽은 요구르트 한개를 꺼냈다.
그리고 그녀가 이층 안방으로 오니, 운진은 벌써 그의 머리맡 불을 끄고 벽을 향해 누워서 즉 숙희가 누우면 등을 보이도록 하고 있다.
숙희의 손이 운진의 상체를 뒤에서나마 여려 차례 안으려다가 등만 살짝 건드리고 말았다. 그러면 그가 돌아눕거나 적어도 아는 체라도 할 줄 알았는데, 운진이 마치 자다가 화장실이라도 가는 사람처럼 벌떡 일어났다. 
그런데 그가 방문을 향해서 가는 것이었다.
   "어디 가, 자기? 화장실은 이쪽인데?"
숙희의 그 말은 닫히는 방문 소리에 죽어들었다. 대변 보려다가 방 안에까지 냄새 날까 봐 나가나?
숙희는 묽은 요구르트 하나로 배를 채우기는 택도 없지만 참고 자기로 했다.

   운진은 복도 화장실을 쓰고 나서 침실로 돌아가지않았다.
그는 잠은 틀린 것 같아 지하실로 향했다.
진짜 뻔뻔한 여자구만! 외박을 밥 먹듯이 하고.
그나저나 남의 부인에게 향수를 선물하는 놈은 뭐야!
그는 어떤 경우에 그가 남의 부인에게 향수를 선물할까 생각해 보곤 했다.
그의 대답은 한결같이 불가능이었다.
그러나 만일 남의 부인에게 향수 선물이 성공했더라면...
그 집 남자는 난리 뒤잽이를 벌였을까? 아니면, 운진처럼 모른 척 했을까?
그 집 남자가 결국 아내에게서 운진의 전화번호를 받아내어 연락이 왔을까? 
너 죽고 싶으면 까불어라, 하고. 
아니면, 아무런 반응이 없는 남편이라면, 운진도 이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그 집 부부는 남남처럼 사는 모양이구만!  그럼, 뭐, 다음 단계로 넘어가도 되겠다!
그리고 그 다음 단계가 뭘지 몰라도 마음 푹 놓고 진행했겠다...
생각이 거기까지 오자 운진은 그 자가 아내에게 다음 단계를 속히 진행하기를 바라는 희망을 가졌다. 그래서 그가 문제 삼기 전에 그녀 스스로 헤어짐을 선언하거나 그러기를.
   애들이 아직 남았지만, 어쩌겠나, 따로 나가서 같이 살아야지.
   저 여자가 챙긴 내 돈 달라 하고...
운진은 술을 딸아만 놓고 놔두었다. 
   대충이라도 계산해 놔야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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