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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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9. 2. 01:35

   운진은 일이 다 끝났다고 말하며 부엌에 들어서는 아내를 피하듯 뒤로 하고 집을 나섰다.
밖은 이제 제법 초겨울 구실을 내느라 춥다.
   한편으론 잘 됐군! 더 추워지기 전에 나갈 일이 없다 하니..
운진은 히터가 빨리 작동되는 렠서스를 타고 나갈까 아니면 미끄러운 길에서도 잘 버티는 벤즈를 몰고 나갈까 하다가... 
에잇! 시내에 나가는데 깜상 새끼들... 행여...
그가 미쭈비시 차를 몰고 집 앞을 유-턴 하면서 무심코 쳐다본 현관문.
숙희가 잠옷 위에 운진의 겉옷을 걸친 모습으로 서 있다가 손을 흔들었다.
   허이구! 손까지 흔드셔? 
운진은 못 본 척하고 차의 개스 패달을 힘껏 밟았다.
   저 이가...
숙희는 손을 아직 내리지 않은 채 남편의 차가 사라져 버린 빈 공간을 바라다 봤다. 혹시 우리 너무 멀리 온 거 아냐?
그러다가 그녀는 이상한 광경을 목격했다.
베이지색 계통의 토요다 승용차 한대가 어디서 나타나서는 집 앞에서 움찔움찔 하다가 방금 남편이 사라진 방향으로 부지런히 달려가는 것이었다. 마치 뒤를 쫓아가는 듯이...
   숙희는 새삼스럽게 찬바람에 오한을 느끼고, 문을 닫았다.
아무도 없이 텅 빈 집안.
어제 먹을 게 없었던 집안에 밤새 기적처럼 먹을 게 있을 리가...
숙희는 그릇에 부어놓기만 한 시리얼을 보고 쓴웃음을 지었다. 먹을려고 폼 쟀다가 우유가 없는 바람에 얼마나 민망했던지.
그런데 그녀가 무심코 마치 습관처럼 잡아 당겨 연 냉장고 안에는 우유가 들어있었다. 
   "응? 어젠 틀림없이 없었는데?"
   숙희는 어쨌거나 반가워서 우유퍀을 꺼냈다. "응?"
그녀의 눈에 커피포트도 들어왔다.
   "어?" 이제 그녀의 눈에 파네라 빵집의 베이글이 들어왔다. 
그래서 숙희는 부엌에서 혼자 맛있게 아침을 마쳤다.
그리고 그녀는 지난 밤에 들어와서 던져 놓기만 한 가방을 끌어당겼다.
   바보같은 걔는 랲탚에다 다 넣었다가 빼앗기구... 쯧쯧쯧!
그녀는 가방 안에서 서류 뭉치를 꺼냈다. 한부만 프린트 해서 넣어놓으면 설마 뒤지냐?
   제레미 제까짓게 뒤진다 한들 뭔지나 아나?
숙희는 여러 종이들을 한장한장 보며 더러는 식탁에 내려놓고 더러는 그 밑 휴지통에 넣는 분류 작업을 한동안 했다. 한참 만에 그 작업이 끝나고, 숙희는 숫자들을 대강 맞추어 봤다. 
   "천상 제프의 돈을 써야하는데..."
   문제는 제프의 돈을 알트도 노리고 있다. 쑤를 이용해서 뺏으려고.
숙희는 손에 쥐고 있는 서류 종이들을 어디다 감춰야 안전할까 하고 사방을 둘러봤다. 어디다 숨겨야...
그러다가 숙희는 이상한 낌새를 느꼈다. 마치 누가 엿보고 있다는 듯한 소름끼침.
   내가 문은 잘 잠궜지?
그녀는 현관문께를 한번 더 보고는 부엌에서 바로 나와 이층으로 올라갔다.
그녀는 이층 방문을 안에서 잠그고, 집 앞이 잘 내려다 보이는 창가로 살금살금 다가갔다.  
한겹만 걷은 커튼 사이로 희미하게 보이는 바깥 풍경.
아마도 아까의 그 차 같다. 
승용차 한대가 집 앞 길에 서 있는 것이 반투명으로 통해 보였다.
숙희는 남편의 셀폰으로 전화를 걸었다. "난데, 자기. 누가 우리집을 엿보네?"
   "당신을 엿보나부지."
   "나를? 나를 왜?"
   "흥, 내가 아오? 왜 당신을 엿보는지?"
   "무슨 말이 그래?"
   "난 엿보임 당할 일을 한 게 없거든."
   "그럼, 나는? 나는 있다는 말이잖아."
   "그야 본인이 잘 알겠지?"
꾸룩! 
통화가 그렇게 끝났다.
숙희는 셀폰을 귀에 댄 채 그렇게 굳었다.
   일이 왜 이렇게 돌아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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