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희는 믿기지 않는다는 눈을 해서 셀폰을 들여다봤다.
이럴 땐 내가 어떻게 해야 해?
어쨌거나 숙희는 창 밖을 다시 살펴봤다.
그 차가 없어졌다.
무슨 일일까? 미행을 당하는 것도 아니구.
숙희는 반대편 창으로 가서 내다봤다. 저것 봐!
멀리서 보더라도 덩치가 산만한 흑인 남자 한명이 잔디 복판에 서서 카메라인 듯한 것을 멀리 쥐고 좌우로 돌아가며 비데오를 찍는 기색이었다.
이 집은 길에서 개인길을 따라 한참 들어와야 하는데.
그렇다면 저 사람은 남의 땅에 함부로 들어와 있는 셈이다.
숙희는 셀폰의 숫자 9를 매만지다가 용기를 내기로 했다.
"잌스큐즈 미!"
숙희는 윗층 베란다에 나가서 그 자를 향해 소리쳤다. "헬로오!"
그 흑인 남자가 돌아서서 가려다가 멈추고 뒤를 돌아다봤다.
"This is personal property! (여기는 개인 소유지예요!)" 숙희가 소리쳤다.
그 자가 가슴께에 걸고 있는 뱃지를 흔들어 보였다. "I'm a cop! (나는 경찰이요!)"
"What are you doing in my yard! (내 뜰에서 뭘 하는 거예요!)"
"I'm investigating something. Good day. (나는 뭘 수사 중이요. 좋은 날.)"
그가 잔디를 가로질러서 그 베이지 색 토요다 승용차로 갔다.
그 차는 발동이 걸려있었던 듯 시동 거는 소리도 없이 곧바로 출발했다.
숙희는 남편에게 또 전화했다. "물어보니까 경찰이라는데?"
"경찰 정도니까 남의 땅에 허락도 없이 들어와서 죽치겠지."
"경찰은 집 주인 허락 안 받고 그래도 돼?"
"흥, 글쎄? 경찰을 안 해봐서 모르겠는데?"
"자기... 말을..."
꾸룩!
또 운진쪽에서 먼저 끊어버렸다.
이 이가 정말 왜 이래!
숙희는 그에게 다시 전화를 해서 따지고 싶었으나... 참자! 섣불리 건드려서 일을 더 그르치지 말자! 우선은, 우선은 가장 피래미격인 챌리 생부란 자부터 손을 대자!
숙희는 자신이 남편 운진에게 비굴하게 구는 것을 느끼지 못 한다.
만일 남편이란 이가 전화를 그런 식으로 계속 받는다면, 웬만한 부인네 같았으면 난리가 나도 지구전쟁이 날 정도로 뒤집어 엎었을 것이다. 무슨 전화를 그 따위로 받느냐 하며.
전에 영란은 그가 그런 식으로 말하면 처음에는 싫어서 지랄을 했다가도 비위 맞추는 쪽으로 섰었다.
그러나 숙희는 제가 구린 것이 더 많으므로 남편을 웬만해서는 건드리지 않으려 한다.
행여 그가 문을 박차고 나가 버릴까 봐.
그래서 숙희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자신을 구술린다.
아직은 참자! 아직은 때가 아냐! 조금만... 더... 이대로 버티자.
그러나 그녀는 욕실로 양치질을 하러 들어가서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그녀는 저녁에 귀가한 남편에게 또 울음이 터졌다.
"자기 너무 하는 거 아냐? 만일 아는 게 있으면 차라리 뭘 안다고 말을 해! 그러면 그 다음은 내가 알아서 할께! 나 말로 폭력 당하는 거 도저히 못참겠어!"
숙희의 울부짖음에 운진은 묵묵히 보기만 했다.
숙희는 남편의 토파 자락을 움켜쥐고 흔들었다. "응? 말을 해!"
"말은... 거기가 해야 하는 거 아닌가? 궁금해 하는 쪽은 나고."
"그럼, 물어보던가아!"
"때가 되어 말할 때까지 참고 기다리라며!"
운진이 소리 지르고는 그녀의 손을 뿌리쳤다. "뭐 하자는 거야, 이 여자가!"
"뭐가 알고 싶은데, 그럼?"
"없어! 없습니다, 한숙희씨!"
그가 그녀를 밀치고는 지하실로 향했다.
숙희는 흑흑 흐느끼며 그의 뒤를 따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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