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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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9. 4. 04:11

   "그래서. 당신이 밤잠을 설쳐가며 작업해 준 회사가 망한 거요, 뭐요?"
   "그럴 이유가 없었거든. 내가 해준 작업 끝나고 회사를 합병하면 평생 먹고 살 돈을 만지는데, 갑자기 왜 망했는지."
   "그러기로 한 계획에 차질이 왔나?"
   "어떤 기업에서 합병한다고 했는데. 적자만 막으면 바로..."
   "당신이 일 해줬다 하지만 적자가 바로 메꿔진 건 아니잖아."
   "숫자상으로는 나왔지. 그대로 될 거고... 돼야 하고..."
   "그래서 당신이 어디다 알아본 거야? 화장실에서 전화로?"
   운진이 드디어 본격적으로 파헤치는 기색이다. "다들 안 자고 이 시간까지 뉴스에 매달려 있나 부지?"
   "같이 일한 사람인데... 그 남자도 놀래더라고. 믿기지 않는다면서."
숙희는 여전히 거짓말을 했다. 
숙희가 침대로 올라와서는 남편 운진에게 기댔다. "무섭다. 세상이 너무 변했어."
그리고 이제 곧 큰일이 터질 텐데. 
남편에게 도움을 요청하자니 천상 알트가 왜 그러는지를... 아니. 
알트와 어떤 관계이길래 그렇게 두려워하고 벌벌 떠는지 그 지난 과거를 다 말해야 한다면, 숙희는 목숨을 보호해 줄 상대로 믿고 무모한 결혼을 강행한 그나마 남편에게서 버림받고...
그리고 그녀는 그녀를 노리는 숱한 남정네들에게 당해서 돈도 다 빼앗기고는 어딘가 아무도 모르는 곳에 몸뚱아리 조각들이 흩어져 버리고, 짐승들의 밥이 될 것이다. 
그들이 지금까지 해 온 짓들을 보면... 
숙희는 어떤 미결 살인 사건을 기억하며 속으로 진저리를 쳤다.
   숙희의 큰 손이 슬금슬금 움직이더니 그의 윗저고리를 파고 들었다. 
그녀의 손이 운진의 가슴을 조금 만지는 척 하다가 멎었다. 
   나 좀 살려줄 거지, 자기? 
그녀는 그런 눈으로 남편을 올려다 보다가 스스르 잠이 들었다.
운진은 비스듬히 기댄 자세로 잠든 숙희에게 둘린 팔을 치우지않았다.
잘 때 싹 돌아눕던가 아니면 천장을 향해 똑바로 누워서 반듯하게 자는 아내가 지금은 마치 어린애가 엄마의 품에 의지해서 잠든 것처럼 그렇게 자고 있다. 남편의 가슴께에 머리를 기대고 한손은 남편의 가슴 안으로 해서 얹은 채 바짝 붙어서 새근새근 자고 있다.
   '뭘 알아냈길래 무섭다고 하지?'
운진은 남아 있는 다른 쪽 팔을 뻗어서 머리 위의 등을 껐다. '왜 갑자기 귀신을 본 사람처럼 무섭다고 떠는 거지?'
운진은 몸을 미끄러뜨리며 아내를 바로 뉘었다.
숙희는 깊이 잠들었는지 하반신은 미끄러지지않고 상반신만 약간 구부러진 자세로 그러나 여전히 남편의 가슴에 얹힌 채로 계속 잔다.
운진은 팔을 움직여서 빼냈다. 그리고 아내의 엉덩이를 잡고 약간 끌어내렸다.
숙희의 늘씬하고 탄력있는 몸을 맘대로 만진다는 것이 기적 같다.
그래서 운진은 몸 자세가 제대로 펴진 아내를 살며시 안았다.
숙희가 움직여지는 것을 느꼈는지 약간 숨을 몰아쉬며 더욱 달라붙었다.
   '치이! 용감한 척 해도 여자는 여자지.'
운진은 마음 놓고 아내의 상반신을 더욱 힘주어 안았다. 
그대로 그녀의 이마를 맞대고 그도 잠을 청했다.   
   혼자 살아오느라 그랬겠지. 이젠 나를 만나서... 그래도 내가 남잔데 나한테 의지하셔야지.
운진은 일부러 가슴을 크게 만들어 보려고 상반신에 힘들 주었다.
   "가만 있어, 자기. 자꾸 움직이지 말구."
   숙희가 조그맣게 말만 했다. "움직거리면 나 잠 깨. 내 민감한 거 자기가 알잖아."
   "오, 미안, 미안. 안 움직일께."
운진은 숙희에게 둘린 팔을 그녀의 머리가 편하도록 각도를 맞춰주었다.
그리고 그녀의 머리 무게가 점점 늘어가는 것으로 보아 잠이 다시 깊이 들었는 모양이다.
숙희의 손이 운진의 가슴에서 미끌어지는 기색이면 잠결인데도 얼른 돌아왔다.
   그래! 이러면서 다들 사는 거겠지... 
운진은 속으로 입맛을 다셨다. 완벽한 부부가 있겠어?
그리고 숙희는 자다가도 움찔하며 남편에게 더욱 달라붙었다.
숙희는 꿈을 꾸었다. 꿈 꿀 때마다 보여 깨이게 하는 공포의 장면들을.
그래서 그녀는 남편에게 안겼다는 안도감에 그 꿈을 끝까지 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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