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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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9. 4. 04:13

   숙희가 접촉해 왔던 남자들 중 대부분은 그녀를 도아주려던 편이었다. 
특히 제프가 그랬고, 전화에서 숙희를 나무라던 제임스가 그랬다.
제프는 알트가 그녀를 놓아준 진정한 이유를 알기 때문에 그녀를 자꾸 알트에게로 돌려 보내주려고 했다. 즉 알트가 애첩으로 애지중지하던 쑤를 나중에 또 결혼하고 싶다고 했을 때 순순히 보내준 이유를.
이제는 쑤도 늙어서 거래를 위한 섹스 향응에 거의 안 써먹히고.
무엇보다도 그녀를 이뻐해서 돈을 줘온 것도 있지만 그녀의 입을 막으려고 건네 주었던 돈도 꽤 많았는데 이제 와서 그 돈들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래서 제프는 쑤를 알트에게 돌아가게 하면 목숨을 부지할까 해서 그랬던 것이고.
전화로 쑤를 나무라던 사내는 그녀가 합병의 귀재로 이름을 날리면서 작업을 하는 족족 알트에게만 넘어가도록 하는 것에 불만이었다. 
그녀가 어느 회사를 위해 작업을 하고 있다는 정보를 어떻게 듣고 접촉하면 이미 알트가 손길을 뻗친 후였다.
그렇지만 알트가 종래에는 늙어가는 쑤를 무용지물화하고 처치하려는 속셈을 앎으로 그녀가 옛남자들인 랠프나 제프를 만나려는 수작을 경고해 왔던 것이다.
그녀의 그런 행동이 알트에게 완벽한 핑게거리를 주는 것이기 때문에.
제레미는 쑤에게 속았다고 분해서 어쩔 줄 모르는 중이다.
물론 그녀가 만들어준 작업에는 쓰리 헌드레드 밀리언 달라를 절약하게 위해서 13% 감원하는 구조 조정을 한다고 되어있었지만 그렇게 발표했다가 다들 놀랠까 봐 반으로 즉 백오십 밀리언 달라로 내렸는데, 합병을 제의해 오길 기대하던 오라이언 뱅크에서 느닷없이 라인 어브 크레딧을 동결시키다니.
   이건 쑤가 저 하라는 대로 안 했다고 뱅크에다 고자질을 한 거야!
제레미는 그렇게 단정짓고 쑤가 제출한 어플리케이숀에 기입된 집 주소로 문제의 그 테이프를 부치기로 마음 먹었다. 
   '각오해라! 빗치!' 

   그자들의 그러한 움직임을 직간접적으로 느끼는 숙희는 그런 상상을 할 때마다 속으로 자지러지듯 놀라곤 한다.
이제 제프는 붙잡혀 들어가고.
제레미는 껍대기만 남은 회사를 끌어안고 있고.
그녀의 남편은 하루는 풀어지는가 하면 금방 또 시베리아 바람 보다도 더 차게 대하고...
   '안 돼! 나는 오운진이란 남자에게 붙어 있어야 해!'
숙희는 그래서 잠결에서도 남편이 멀어지는 느낌이면 놀라서 붙잡는 것이다. '설령 나한테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이 사람 곁에 있는 동안만은 의지가 되니까.'
결국 숙희는 자면서도 남편의 팔을 꼭 끌어안고 눈물을 터뜨렸다.
그녀는 안 그러려고 했는데 결국 그녀의 입에서 우는 소리가 새어나갔다.
   "이봐? 당신 왜... 우는 건가, 당신?" 
운진이 아내의 얼굴을 들여다 봤다.
숙희는 저 콧등에 뜨겁게 느껴지는 눈물을 흘렸다.
   "이봐. 왜 그래. 무서운 꿈이라도 꿨어?"
   "용서해 줘." 숙희의 목이 꽉 잠겼다.
   "용서? 지금 그 말을 나한테 하는 거야, 아니면 잠꼬대로 하는 거야?"
   "자기한테 하는 거야."
   "그래?"
   "이유는 묻지 말고. 이제부터는 자기한테 안 숨길께, 여태까지의 일들을 문제삼지 않겠다고 그래 주고, 용서해 줘."
   "그래?"
   "나 안아줘. 자기한테서 떨어지면... 나 죽어. 그래서 무서워."
   "이유는 묻지 말고, 무조건 용서해라..."
   "앞으로는 절대 안 숨길께. 지금 이후로는 자기한테 다 말할 거야."
   "지난 일들은 다 덮어주라아..."
   "응."
   "대신 앞으로는 지난 날 같은 짓을 않겠다..."
   "응."
   "당신이 약속하고 지키면 나도 약속하지."
숙희의 긴 팔이 그의 목으로 감겼다. "고마워. 사랑해."
운진은 아내의 팔이 부들부들 떠는 것이 힘을 줘서가 아니라 떨려서 그러는 것으로 간파했다.
   이 여자 대체 밖에서 뭔 짓을 하고 다니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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