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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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9. 4. 04:19

   숙희는 은행 말단 직원 시절, 아주 빼어나게 미인인 백인 여성 직원 한명이 전 은행장하고 염문을 뿌렸다가 어느 날 갑자기 빨가벗은 몸뚱아리로 죽은 채 발견되었던, 당시 항간에 역대 엽기 살인 사건이라고 떠들썩했던 일을 지금도 기억한다. 
그녀의 몸뚱아리는 세 토막으로 잘려서 주말이면 시민들이 놀러 나오는 시립 공원 잔디밭에 아무렇게나 던져진 채... 
마치 옛날의 '블랰 다알리아' 사건처럼.
그 젊은 여성 은행원이 죽은 때가 벌써 이십년도 넘었는데...
아직도 미결 사건으로 가끔씩 입에 오르내리는데...
그 살인에 대해서는 아는 사람만 안다.
숙희는 알트가 얘기해 줘서 그 일에 대해 들은 대로 알고 있다. 
   숙희가 아직 살아있는 것은 여태까지 알트가 하라는 대로 해왔기 때문이다.
알트가 지정하는 이와 섹스를 향응하라면 싫어도 나가서 했고.
때로는 반항했다가 거의 죽도록 매맞아도 경찰에 가지않았고.
대신 돈은 원도한도 없이 써봤고. 
차도 당시 최고급 멀세이디즈 벤즈에다가 당시 몇십만불을 홋가하던 칸도도 얻었었다. 
알트가 하라는 대로 했기 때문에 그 백인 여자 같은 죽음을 모면하고 살아왔다.
그리고 이제 와서 알트가 쑤에게 경고했다. 
자꾸 까불면 그렇게 해버린다고. 
그런 일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들은 절대 걸리지않고 평생 미결 사건으로 만들어버린다고.
   쑤 너 뿐만 아니라 네 남편 그리고 딸들도 모두 그렇게 처리한다고.
알트가 그 일을 착수하려는 것이다.
천상 쑤를 '그들'에게 맡기려는 것이다.
'북'에서 내려오는 '그들'은 요구하는 금액이 어마어마하지만 일단 접수해서 처리하면 얼마나 치밀한지 경찰이 아무리 수사를 해도 털끝만큼의 흔적을 못 찾는다.
   그래서 숙희는 집으로 돌아온 후, 알트에게서 걸려오는 전화를 무시하고 있다.
그가 그녀의 셀폰으로 전화를 걸 때마다 그의 이니셜인 Ar W가 뜨는데, 그녀는 그 리스트를 주소록에서 지웠다. 이제 그가 전화를 걸어오면 번호만 뜬다.
그리고 그녀는 셀폰을 아주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부엌 식탁 위에 던져놓고, 셀폰에 알트의 번호가 뜨면서 그 장난감이 부르르르 떨면 슬쩍 보기만 하고 무시하는 그런 제스처를 구사했다.
   "안 받어?" 운진이 물었다.
   "무슨 세일즈맨이야. 옛날에 빌딩으로 다니며 뭘 팔던."
   "흥."
운진이 그렇게 넘어가 주었지만. '그런 세일즈맨에게 셀폰 번호를 주었단 말이지.'
숙희는 신문 너머로 남편이 방금 코웃음 친 것을 가만히 살펴봤다. 그랬다가 남편의 시선이 돌아오는 것 같아 얼른 눈을 내리 깔았다.
운진이 숙희의 셀폰을 집었다.
   "자기!"
   숙희는 신문을 얼른 놓고 운진의 손을 잡았다. "뭐 하려구?"
   "말할려구. 장난 전화하지 말라고. 당신 이제 회사도 안 나가는데. 아니, 어떤 회사 다닐 때 드나들던 세일즈맨인지 모르겠지만, 왜 아직도 전화질 하느냐고 뭐라 해야지." 
   "그런 것까지 왜 자기가 참견해야 해?"
   숙희는 운진에게서 셀폰을 빼앗으려고 안간힘을 썼다. "줘어! 주라니까?"
운진이 손을 탁 폈다. "자!"
   "왜 남의 핸드폰을 함부로 만지고 그래!" 
숙희가 셀폰을 빼앗듯이 해서는 꼭 쥐었다.
운진의 눈 가에 비웃음이 가득 피어올랐다.
   "왜 그런 눈으로 봐? 기분 나쁘게?"
   숙희는 그랬다가 얼른 돌변했다. 아주 간사스럽게. "알았어. 내가 말할께."
   "지금 해. 내가 보는 앞에서."
   "왜!"
   "아니면, 계속 올 거 아냐?"
   "내가 알아서 할게. 안 받거나..."
   "안 받는데도 계속 오던데?"
운진의 평온한 말투가 숙희의 양심을 더 때리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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