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02

pt.2 18-6x176

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9. 4. 04:17

   딸들도 아침 일찍 돌아갔고, 둘이서 그리 서둘 것도 없던 차에 아침 열시경 체크아웃을 한 숙희와 운진은 그 새 불어난 사람들 사이에 다시 묻혔다.
여름이면 발 디딜 틈 없이 북적거렸을 샤핑 몰은 철이 철인만큼 한산했다.
숙희는 남편이 물가에서 '기만' 이란 단어를 내뱉은 이후로 입을 꾹 다물고 있는 것에 가슴이 답답하고 미칠 것 같았다. 
   "자기..."
   "음!" 
운진 그가 그 대답을 큰기침처럼 했다.
   "나아... 먼저 키미 먹은 그런 프렛즐 사줘." 숙희가 어리광 비슷히 말했다.
   "그게 뭐였냐 하면... 여기도 그 체인이 있을래나?" 
운진이 몰 복도 중앙에서 걸음을 멈추고 사방을 둘러봤다.
숙희도 덩달아서 주위를 둘러봤다. 
설령 걱정스럽게 하는 시선을 마주치더라도 남편과 같이 있다는 자신감에 가득 차서. "그 체인 이름이 뭔데?"
   "뭐, 꼭 그거라야 된다는 법도 없고... 저기 뭐 하나 있네."
운진이 한쪽을 가리키고는 숙희가 매달리듯 붙잡은 팔에 힘을 주었다.
   "어, 자기! 같이 가앙!" 
숙희는 저도 모르게 낼모레 오십 꺾을 여인이 어리광을 부렸다.
운진은 어처구니가 없어져서 그만 웃어버리고 말았다.
그들이 찾은 프렛즐 집은 물론 똑같지 않았고 또 똑같을 필요는 없었다.
   "자기! 난 디캪으로."
   숙희가 프렛즐 담긴 봉지를 넘겨받으며 말했다. "캐페인 든 거는 이제 속이 아플려구 그래서. 디캪은 괜찮을래나?"
   "거 작업인가 뭔가 하면서 커피를 물처럼 마셔댔다더니, 속 다 버린 거 아냐?"
   "그런 거야, 자기?" 
숙희는 남편이 아주 모처럼 만에 부드럽게 나오니 그저 반갑다.
운진이 커피 담긴 종이컾 두 개를 받아서는 숙희에게로 돌아섰다.
숙희가 운진의 팔을 걸었다. "우리 저기 가서 앉자!"
그래서 두 사람이 아주 한적한 푸드 코트의 테이블 하나를 차지하고 앉아서 커피와 프렛즐을 즐기기 시작하는데...

   쑤로부터 아주 건방지게 일요일 자정까지 라인 어브 크레딧 동결시킨 것을 풀라는 말을 들은 알트는 분노에 젖어서 어쩔 줄을 모르고 있었다.
부하로부터 쑤등이 금요일 이후 집에 없다는 보고를 듣고는 더욱 화가 치밀었다.
내 이년을 진작에 없애버렸어야 하는 건데!
결혼을 하게 해 달래길래 하도 불쌍해서 허락했더니 이게 눈에 보이는 게 없나, 어디다 대고 이래라 저래라 명령을!
어차피 나한테 합병해 달라고 할 거면서.
그렇지만 내가 돈을 동결시켜버리면 제레미는 자동적으로 퇴출되고. 
그렇게 되면 합병이고 나발이고 허사가 되어 저는 돈을 한푼도 못 건질 테니 저 난리구만!
   알트는 하도 복사를 하고 세월도 오래 되어서 화질이 형편없는 어떤 포르노 테이프를 틀어놓고 있는 중이었다. 바로 제프의 집 벽난로 앞에서 젊은 제프와 역시 젊은 쑤가 후향위로 성교를 하고 있는 장면을 소리 안 나게 틀어놓은 것이다.
   저 때만 해도 쑤 조것이...
알트의 손이 파자마 바지 안으로 들어갔다. 결혼하고 싶다고 조를 때 보내는 게 아니었는데... 
   그나저나 저 테이프를 그 남편이란 자한테 주고 싶은데?
알트 그의 개인 책상 위에는 어떤 개인탐정 사무소에서 보내온 보고서와 스냎 사진들이 흩어져 있는데... 
운 제이 오 또는 우디 오란 동양 남자에 대한 탐문 조사.
알트가 의뢰한 곳에서 보내온 보고의 결론은 쓰레기 같은 존재이므로 신경쓸 필요도 없다라고 나와 있다. 그렇다면 싸이코가 알트에게 말한 것과 전혀 상반된 것이다.
알트는 흑인 심복 싸이코의 말 보다 백인 탐정의 말을 더 믿기로 했다. 
그래서 그는 아주 안심하고 다음 작전을 착수하기로 했는데...
그에게 자신을 싸이코라고 소개한 흑인 사내, 즉 머리를 노랗게 물들이고 다니는 자가 알트의 아지트를 나와서는 운 제이를 찾아 다녔다. 그자가 쑤 앞에 나체로 나타났던 그 흑인이다.
그는 알트가 빗치라고 부르는 그 코리안 빗치가 결혼했다는 코리안 가이가 그 운 제이 같아서 알트에게 그를 조심하라 하고는 찾는 것이다. 
그는 어떤 키 큰 백인 머더뻐꺼가 경비 하나와 속삭이는 중 우디란 네임을 종종 사용했고.
그리고 정든 이들끼리는 이름만 들어도 뭔가 감이 오는 무엇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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