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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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9. 4. 04:22

   운진은 냉장고에서 진저에일 캔을 꺼냈다. 
그는 이미 술기운이 얼큰하다. 
   빌딩으로 이것저것 팔러 다니는 세일즈맨이 아직도 전화를 하셔? 
   그런 세일즈맨에게 셀폰 번호를 줬다는 자체가 우습지 않나, 수키씨?
운진이 속으로 놀리며 부엌을 나오는데, 숙희가 그렇잖아도 부지런히 오다가 마주쳤다.
   "자기! 부엌에서 뭐, 했어?"
   "디스(this)!" 
운진은 진저에일 캔을 보여주고 그녀를 피해 나갔다. 겁은 나서! 
숙희는 지하실로 향하는 남편의 뒷모습을 보다가 식탁 위에 놓인 셀폰을 얼른 들여다봤다.
그 새 아무 전화도 안 온 모양이다!
다행이다.
그녀는 식탁 의자에 아주 천천히 앉았다.
그녀는 셀폰을 자는 아이 들여다보듯 하다가 결국 집어 들었다.
그리고 그녀는 알트에게 전화를 걸었다. 
   "헤이, 팦?"
   "Am I still your pop, bitch? (내가 아직도 네 아빠냐, 년아?)" 
알트가 대놓고 욕을 했다.
숙희는 셀폰을 얼른 껐다. 
그녀는 등골로 식은 땀이 주룩 흐르는 기분이었다. 
알트와의 마지막 통화에서도 이미 욕을 많이 먹었지만 그래도 혹시나 해서 걸어본 결과 마찬가지였다.
그녀의 셀폰은 알트로부터 다시 울리지않았다.
알트는 다시 하지않을 것이다. 
그녀가 결국에 했으므로.
알트가 먼저 전화를 걸었을 때 응답을 했더라면 제레미에게 가한 보복을 완화했을 지도 모르는데, 그녀가 남편 눈치를 보느라 못 하다가 며칠 지난 후 했더니 상황이 아주 안 좋은듯 싶다. 
그리고 그녀가 알트 아니면 대신 끌어들이려 계획한 돈줄이 연락불통이다.
    보나마나 같은 흰둥이니까 알트랑 짝짜꿍이겠지.
숙희는 무안해진 얼굴을 해서 셀폰의 콜 히스토리를 눌러보다가 눈이 휘둥그레졌다. 
제레미의 콜 히스토리가 더블로 나타났다.
맨 나중엣것을 체크해 보니 그 콜에 대한 시간이 나오는데, 그 바로 밑읫것을 눌러서 비교하니 약 5분의 차이가 있다.
그렇다면 하고 숙희는 지하실 문을 쳐다봤다.
   저 이가 혹시?
숙희는 세상이 한꺼번에 무너지는 기분이다. 혹 내 셀폰으로 제레미와 통화를 했나? 그래 놓고 저렇게 시치미를 떼나?
숙희는 지하실 문을 한참 쳐다보다가 그리로 가서 빼곰히 열고 안을 내려다봤다.
운진은 가요를 틀어놓은 채 소파에 허리를 반쯤 걸친 자세로 자고 있다.
만일 그가 자지않고 있다가 왜 그러느냐고 말을 던졌으면 그녀는 뭐라고 얼버무렸을지.
그녀는 지하실 문을 아주 조심히 닫고, 부엌 식탁으로 다시 돌아와서 앉았다.
그녀는 벽시계를 보고, 딸들이 곧 귀가할 때가 임박했음을 알았다.
   걔들 마저 다 들어와서 방으로 올라갈 때까지 기다리면 너무 늦는데...
그녀는 초조한 마음에 지금 당장이라도 달려 나가고 싶다. 천상 팦한테 가야 돈을...
이날 따라 챌리와 킴벌리의 귀가가 평상시보다 늦어진다.
숙희는 조바심이 점점 더 나기 시작했다.
딸들의 귀가가 늦어서가 아니다. 
제레미에게 통화를 시도해야 하는데, 하는 도중 애들이 들어올까 봐 망설이느라 그 새 또 다른 불똥으로 튀는 일로 번질까봐 그러는 것이다.
숙희는 이층 안방으로 갔다.
그녀는 방의 불을 모두 끈 상태 그대로 창가로 갔다. 창문 가장자리에 몸을 숨기고 내다보면 밖의 움직임을 볼 수 있고. 
또 방으로 누가 들어오더라도 불이 켜지기 전에 얼른. 아니. 
남편은 이 방으로 올 생각이 없을 것이다. 
그는 삐치면 지하실로 직행하므로.
숙희는 손에 쥔 셀폰을 떨었다. 
그녀는 행여 셀폰 스크린의 불빛이 밖으로 보일까 봐 방향을 돌린 자세에서 결국 제레미의 번호를 찾아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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