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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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9. 4. 04:20

   숙희는 알트의 전화를 언제까지나 무시할 수는 없다는 것을 잘 안다. 
그리고 그녀는 그가 먼젓번 통화에서 욕을 해놓고도 왜 자꾸 전화를 하는지 잘 안다.
그녀가 알트더러 제레미에게 행한 라인 어브 크레딧의 동결을 일요일 자정까지 풀라고 말했지만, 그 시한은 결국 쑤가 알트에게 항복을 보내야 하는 것인 지도.
그녀는 하루에도 수십번씩 알트에게 전화를 하고픈 충동이 일지만 버텨보는데까지 버텨보려하는데....
   신문이나 방송 뉴스는 연일 무너지는 중소 기업체들에 대해 보도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상승하는 기름값에다가 중동에서의 전쟁에 필요한 자금을 의회에서 고혈지책으로 짜내는 정부의 무리한 요구에 국민들의 주머니는 마를대로 말라갔다. 지금 세대의 인력이 정년 퇴직할 즈음에는 정부가 그들에게 지급해야 할 연금이 고갈나 있을 거라는 소식이 만연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역으로 은행 저축고가 불어나기 시작했다. 또 저축률 상승과 대조되게 대출 상환 부도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국민들 각 가정마다 연방 저축 보험 기구에서 보낸 안내문이 발송되었다. 구좌당 최고 십만불까지 보장되어 있으니 국민들은 아무 걱정 말라는 내용의 편지였다. 왜.
허리를 졸라 매느라 지출을 최대한 줄이면서 은행에 현금으로 남겨 놓으려고 저축률은 느는데 그 돈으로 융자를 내 준 것들이 부도 또는 파산으로 인해 손실이 막대한 것이다.
군소은행이 연방 정부나 주 정부의 일방적인 처사로 문을 닫거나 다른 은행으로 강제 입수되는 일들이 속출하기 시작했다.
그런 마당에도 오라이언 뱅크는 합병에 합병으로 그 위력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상승만 하는데.

   숙희가 알트에게 일요일 자정까지 제레미의 회사에 가한 라인 어브 크레딧 동결을 풀라고 했지만 월요일은 커녕 수요일이 되어도 그리고 목요일이 되어도 알트는 꿈쩍도 않았다.
제레미의 회사에 대해 작업을 벌여준 것이 허사로 되려는 모양이었다.
그렇게 되면 제레미는 쑤의 합병 당하라는 말을 안 듣고 제멋대로 파는 쪽으로 나섰다가 알트에게 보복 받는 것은 생각 안하고 쑤를 벼를 것이다.
   쑤의 여러 차례에 걸친 통화 시도에 제레미는 응답을 하지않았다. 
그의 셀폰은 메세지를 남기라는 그의 육성 녹음만 나오고, 그의 사무실은 신호만 갈뿐이었다. 
그녀가 빌딩의 정문 경비 사무실로 전화하니 귀에 익은 여자가 응답을 했다. 
숙희는 경비 여자의 판에 박힌 전화 응답만 듣고 끊었다.
   빌딩은 클로즈가 아닌가 본데...
   밖에 나갔다가는 혹 알트에게 잡혀 갈까 봐 겁이 나서 혼자 가 볼 수도 없고...
   남편을 대동하고 가자니 일 다 해준 회사를 왜 가보느냐고 물으면 할 말이 없다.
쑤는 남편 때문에 컴퓨터도 못 여니 답답해서 미칠 지경이다. 행여 안 좋은 내용의 이-메일이라도 들어와 있는데, 실수로 열었다가 우연히라도 남편이 같이 보게 되면 무척 곤란할 것 같다. 
그러던 차에 그녀가 셀폰을 충전시키느라 부엌 식탁에다 놓고 잠깐 화장실을 간 사이에 그것이 진동을 했고, 마침 냉장고 문을 열던 운진이 발견하게 되었다.
C Jeremy 라는 글자들이 셀폰 스크린에 떠올랐다.
   제레미 씹쌔와 아직 연락을 주고받는군.
운진은 픽 웃으며 '이그노어' 단추를 눌렀다. 
   어머! 미쓰(miss)된 콜이 없었는데, 제레미?
나중에 제레미가 왜 전화 안 받았느냐고 물으면 그의 아내 쑤는 그렇게 대답할 것이다.
운진은 운진대로 아내의 변화무쌍한 모습을 구경하듯 지켜보기만 하고 있었다.
그녀는 마치 집중력 결핍증 환자처럼 잠시도 가만 못있으면서 부산하기만 하고, 게다가 늘 겁에 질린 표정으로 밖을 휙 살피고 숨어서 보고 하는 그런 동작을 반복하는 것이다.
운진은 아내가 셀폰을 마치 신주단지 모시듯 손에 꼭 쥐고 다니는 것을 보았다. 
   무슨 세일즈맨이라는 거... 보나마나 거짓말이구만?  
그는 더 늦기 전에 그만 헤어지는 게 좋겠다는 생각 쪽으로 다시 차차 기울어졌다. 
   처음부터 하지 말았어야 하는 결혼이었어.
   설이 말을 진작에 들을 걸...
   그 때 세탁소 정 여인한테만 안 당했어도 갑작스런 결혼으로 이어지지 않았을 텐데... 
   아니지! 어쩌면 그 여자와 살고 있겠다!
운진은 정 여인이 사업을 같이 늘리자고 꼬셨을 때 왜 동조 안 했는지 지금도 수수께끼이다.
그 여자 잠자리는 테러블이었지만 잘 꼬셨으면 지금쯤 정말 큰 비지네쓰 하고 있을 지도 모르는 건데...
그 여자의 셐스가 테러블이었으면 다른 여자를 심심풀이 삼아 찾아볼 수도 있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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