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02

pt.2 19-1x181 숙희의 실체

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9. 5. 04:46

숙희의 실체

   챌리 혼자 안방으로 조심스레 들어섰다.
숙희는 챌리가 인사는 하면서 눈길을 피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챌리, 왜?"
   "키미랑 만나서 사... 먹느라 늦었어요."
   챌리가 우물쭈물거리다가 가까운 화장대 의자로 가서 앉았다. "전화... 못 했어요."
   "그래. 그럴 수도 있지, 뭐. 그래도 사 먹은 건 잘 했어."
챌리가 긴장한듯 손으로 입을 가리고 억지 기침을 했다.
   "무슨... 일 있니?" 숙희는 그녀가 괜히 떨렸다.
   "엄마... 누가 뽤로우(follow) 하는 거 아세요?"
숙희는 설마 했다. "집을 경찰이 살펴본 거는... 내가 알고."
   "아아. 경찰... 폴리스말이예요?"
   "뱃지를 보여줘서 알았어... 근데?"
   "폴리스 맞으면, 뭐..." 챌리가 앉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얘기해 봐."
   "아니예요."
챌리가 인사하고는 방을 서둘러서 나갔다.
숙희는 챌리에 의해 아주 조심스럽게 닫히는 문을 쳐다봤다.
   쟤들이 아까 밖에서 만난 사람이 누구지? 아무래도 자기네들끼리 얘기하나 보다.
숙희는 결국 침대에서 나왔다.
   그녀의 짐작이 맞았다.
지하실에 세 부녀가 모여서 얘기를 나누고 있다가 숙희가 문을 열고 들여다 보니 중단하는 것이었다.
숙희는 자기 집이면서도 선뜻 내려가지 못했다. 그만큼 마음이 선뜻 나서지 않는 것이다.
킴벌리는 문쪽을 보고 앉아서 새엄마와 눈길이 마주쳤고.
챌리는 킴벌리의 눈길을 발견하고 따라 움직여서 새엄마를 돌아다 봤고.
운진은 소리 죽인 텔레비젼에 눈을 둔 채로 아내를 안 보고 있었다.
   "피곤들 할 텐데... 잠은..."
   숙희는 내려가기도 뭐 하고 문을 닫기도 뭐 하고 아주 난처한 입장이 되었다. "아빠는 자다 깨면 도로 잠들기 힘든데."
   "내가 잠들었던 건 어떻게 아쇼?" 운진이 보지도 않고 말했다.
   "아까..."
   "내려올 거면 내려오던가. 아니면, 문을 닫던가." 운진 그가 언성을 약간 높혔다.
숙희는 그렇다고 문을 닫지도 못 했다. "어우."
   "아빠아!" 챌리가 제법 큰애라고 제 아빠를 나무라는 척 했다.
운진이 그제서야 숙희를 돌아다봤다. 
   "당신 목에 상금이 걸렸다는군. 데드 오어 라이브 처럼.""

   숙희는 남편 운진의 무릎에 엎드려서 펑펑 울었다.
물론 운진이 숙희더러 그녀의 목에 상금이 걸렸다고 말한 것은 비유해서였다.
어떤 집단인지 아직 확실치는 않은데, 쑤를 납치하려는 음모를 세웠고. 
그것이 개리 시니어의 레이다에 걸려들었다고.
집 앞에까지 따라와서 챌리와 킴벌리와 얘기만 하고 돌아간 차의 임자가 개리이며, 그가 일단 조심하는 게 좋을 것 같다 라고 새엄마에게 전하는 것이라고.
   "당신을 노린다는 그들이 누구요?"
   운진이 한참 만에 입을 떼었다. "내가 늘 묻는 버릇이지만... 당신은 알 것 아니요."
숙희는 운진의 무릎에서 몸을 일으키고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마구 흐느꼈다. 
   "정말 이해 못 할 사람이군. 말하기 싫으면 하지 마시요. 어차피 관심없으니까." 
운진은 소파에서 일어섰다. 에잇! 비굴한 것 같으니라구!
숙희가 운진의 팔을 잡고 늘어졌다. 아니. 
그녀는 매달렸다. 그리고 간절한 눈빛으로...
   "자기. 나 살고 싶어. 자기가 나 좀 살려줘." 그녀는 그렇게 간청했다.
운진이 소파에 다시 앉았다. "그러니까 말을 하란 말야, 이 사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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