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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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9. 5. 04:48

   숙희는 그저 울기만 했다.
그러는 아내를 물끄러미 보던 운진이 잡힌 손을 빼고 일어섰다. 
   "자기!" 
숙희가 눈물로 범벅인 얼굴을 들었다.
운진은 그녀의 손길을 피해서 움직였다. "진짜 희한한 사람이군. 에잇, 비굴덩어리!"
운진은 그 길로 집을 나섰다.
   숙희는 겉옷을 거꾸로 꿰며 밖으로 내달았다.
운진이 탄 벤즈 차가 마악 후진을 하려 했다.
   "자기! 자기!"
숙희는 옆 좌석 문 손잡이를 잡고 유리를 두드렸다. 그녀에게서 겉옷이 떨어졌다. 
그래도 숙희는 추위를 아랑곳 않고 문에 매달렸다. "문 열어 봐, 응?"
여기서 남편을 놓치면 끝이다.
그와 끝나는 것은 물론이고, 숙희는 어쩌면 하늘을 다시 못 볼 지 모른다. 챌리의 말대로 누가 뒤를 따르고 남편이 비유한 대로 목에 상금이 걸렸다면, 그것은 보지 않아도 알트에게서이다.
   "자기! 내 말 좀 들어봐아, 응?" 
   숙희는 차 문 손잡이를 필사적으로 잡고 흔들었다. "다 말할께!"
운진이 차를 세우고 앞장 서서 집안으로 들어왔다.
그러나 숙희는 집 안으로 도로 들어온 남편에게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알트가 왜 쑤란 여인을 괴롭히고 목숨까지 노리는지 그 진정한 이유를...
그녀가 왕년에 셐스 서비스를 노예처럼 하며 살았었던 것을...
대신 숙희는 남편에게 키쓰를 하려고 대들었다.
짝!
그 소리가 숙희의 뺨에서 터졌다.
   "뭐 하자는 짓거리야! 이 여자는 자존심도 없나!"
   운진이 집 안이 떠나가라고 소리쳤다. "그저 몸으로 떼우려는... 그런 숫법 여태 어디서 써먹은 것을 나한테 하나!"
숙희는 뺨 맞은 충격에 리빙룸 바닥으로 주저앉았다. 그래도 그녀는 남편의 바짓가랑이를 움켜 잡았다.
   오늘 밤 이 이를 나가게 하면 나는 내일 아침 해를 마지막으로 볼 거다!
숙희는 뺨을 맞은 무안도 뺨이 터지도록 아픈 감촉도 무시하고 남편의 청바지를 죽을 힘을 다 해서 잡았다. "약속부터 해줘, 운진씨."
   "무슨 약속을, 이 사람아!" 운진이 혀를 찼다.
   "내가 무슨 말을 하더라도..."
   숙희는 너무도 억장이 무너지는 바람에 새삼스러운 통곡을 시작했다. "자기. 나를 그냥 용서해 주면 안 될까? 내가 무슨 짓을 했든 다 용서..."
   "진짜 희한한 사람이네에..."
   운진은 말을 못 하고 울기만 하는 아내 숙희를 물끄러미 내려다 봤다. "무슨 용서를 하라는 거야. 아닌 말로 창녀였었어, 아니면, 뉘집 첩이였었어."
허걱!
숙희는 숨이 막혔다.
   또 남자라는 것들은 여자의 눈물에 두 가지 상반된 반응을 보이게 마련이다.
하나는 더욱 화를 내는 축이고, 다른 하나는 수그러 드는 축이다.
운진은 수그러 드는 축에 들었다. 
   "어쨌거나 애들 눈도 있고 하니, 그만 우시요. 숙희씨 답지않게 왜 이러시요."
   말은 못 하고 뭔가 되게 쌓인 게 있는 모양이군. 
운진은 소파에 앉으며 쓰러지듯 기대는 숙희를, 그녀의 상반신을 건성으로 안았다. "당신한테 손을 대서 미안하오. 나야말로 용서하시요."
숙희는 고개를 들지 못하고 운진의 어깨에 매달렸다.
   "뭔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말 못 할 거면... 하지 마시요. 이래나저래나 우리 둘 사이에 도움이 되지않을 게 뻔하면."
   운진은 일단 아내로 하여금 떨어지게 한 다음 움직이자고 마음을 다시 접었다. "누가 와서 나한테 뭐라 하든 당신을 믿을테니 나한테 하고 싶은 말이 뭐요?"
숙희는 그저 남편의 손만 잡고 울었다.
   "이번이 마지막으로 묻는 기회요." 운진의 그 말은 최후의 통첩 같았다.
숙희는 저도 모를 헛구역질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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