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희는 입구에서 아이디 검사와 간단한 조사를 마친 후, 남편에게 소지품을 모두 맡기고 정복 경찰에 의해 열손가락 지문을 찍혔다.
숙희는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셀폰도 남편에게 맡겼다.
부부가 미처 눈인사라도 할 겨를도 없었다.
운진은 방문객 목록에 서명하고 다른 방으로 안내되었다.
그 방안은 대형 TV가 있고, 간단히 커피를 음미할 수 있는 간이 시설도 있었다.
운진은 들어온 문이 정면으로 보이는 자리에 앉아 주위의 책들을 둘러봤다.
그는 리더스 다이제스트 책을 일단 집었다.
좀 전에 들어선 문께를 한번 더 보고, 운진은 책의 중간쯤을 펴 들었다.
얼마를 기다렸을까...
운진은 깜빡깜빡 졸기도 했고 복도에 나가서 벤딩 머신의 스냌도 빼 먹고 등등 무료하게 시간을 죽였다.
일단 금속탐지기를 통과했던 사람도 나갔다가 다시 들어오면 주머니에 든 소지품부터 안경까지 죄다 쏟아놓고 다시 조사를 받아야 했다.
운진은 그게 귀찮을 것 같아서 아예 건물 안의 대기실에서 죽쳤다.
벌써 여섯시간째.
TV에서 위싱톤 디 씨 지방 방송의 뉴스가 시작되었다.
운진은 소리가 들리는데 안 들리는 착각처럼 화면만 물끄러미 바라다 보았다.
그러다가 몸을 일으키며 앞으로 숙였다.
'제레미 코이네가 또 나오네? 그리고... 아, 저게 제프란 놈이구나.'
운진은 제프 드미트리라는 자의 스틸 사진도 보았다. '인물 좋네... 자식!'
영화배우 못지 않은 얼굴의 제프라는 자의 사진이 확대되면서 클로버 코포레이숀이란 자막이 떴다. 그리고 어떤 빌딩이 화면에 가득했다.
결론은 어떤 자들이 작당해서 국민에게 끼친 손해가 자그마치 수백 억불...
운진은 화면에 나타난 숫자의 동그라미 갯수를 세다가 다른 뉴스로 넘어가는 바람에 그만 놓쳤다.
'와우! 동그라미가 얼마나 많은지 세지도 못했네!'
운진은 깜빡 또 졸았다.
멀리서 육중한 문이 여닫히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운진의 귀에 익은 또각또각 소리가 들려왔다.
'그 여자다!'
운진은 반사적으로 몸을 일으켜 세웠다. '근데 발소리가 힘이 하나도 없네.'
운진이 대기실의 방문을 안에서 열려는 동시에 밖에서도 누가 밀었다.
"웁스!"
"Oops!"
한국 발음과 영어 발음이 동시에 교차되었다.
키가 작달막한 흰 피부의 노년 사내 하나가 얼굴을 들이밀었다. "Is Woody here? (우디가 여기에 있소?)"
"It's me! (나요!)"
운진은 손까지 들어 보이며 그자를 지나서 복도로 나갔다.
운진은 숙희가 앞으로 수갑을 차고 두 정복 경찰에게 양팔을 잡힌 채 섰는 것을 보았다.
"Sookie? What's going on? (수키? 무슨 일이요?)"
운진은 앞으로 나서려다가 경찰 한명의 손바닥을 보이는 제지를 받아 멈춰 섰다.
"She's in custody for a financial fraud. (그녀는 금융사기 혐의로 입건이요.)"
그 코 큰 흰 피부의 사내가 말했다.
"허?"
운진은 제 귀를 의심했다. 파이넨셜 프로드라면, 금융사기?
숙희는 두 정복 경관에게 이끌려 가면서 뒤를 돌아다 보려고 애썼다.
그녀는 BOOKING IN 부킹 인이라고 써 붙여진 방으로 사라졌다.
운진은 미 해병대원이 제지하는 바람에 더 가지 못했다.
그 코 큰 사내가 우디에게 악수를 했다. [아마 강한 변호사 팀을 찾아야 할 게요.]
"Reason? (이유는?)"
[밀리언 밀리언 달라 프로드(fraud).] 그 사내가 고개도 저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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