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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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8. 19. 00:49

   가게에 평소 종교심이 많은 복권 아주머니가 있는데 그 아주머니가 색다른 말을 했다. 
   “사장님 잠깐 들어가 계셨을 때 찾아왔던 여자분은 누구지요? 굉장히 세련되고 많이 배운 이 같던데.” 
   ‘숙희씨 말이구나.’ 
운진은 대답을 피했다. ‘그 여자는 안 되지! 내가 도저히 감당 못 하지.’
   "사장님 걱정을 많이 하던 눈치던데..."
   “아줌마 교회에 참한 과부들 없어요?”
   “있죠오! 노처녀들도 많아요. 마흔이 되도록 시집 못 간 처녀들도 많이 있어요.”
   “아줌마 보시기에 참한 여자 하나 소개시켜 주십쇼. 살림 잘 하는 여자로.”
   “그러지요. 진작에 생각을 고치실 것이지!”
운진은 부탁은 해 놓고 쑥스러워서 얼굴을 붉혔다.
   쇠뿔은 단김에 빼라했다며 그 아주머니가 그 다음 날로 당장 사진 하나를 가져왔다. “나이는 서른 여덟인데 집에서 언니네 애들 보면서 살림만 했다우.”
운진은 사진의 인물을 보고 속으로 적잖이 실망했다. 이렇게 생겼으니 그 나이까지 시집을 못 갔지, 제기. 
   “그래요? 열두살 차이면, 띠동갑이네요? 한번 만나볼까요? 실물은 또, 어쩔지 모르니까…” 
   “맘씨도 아주 착하고 살림을 아주 잘 해요.”
그 아주머니가 살림을 잘 한다는 점만 강조하는 걸로 미루어 딱히 내세울만한 점이 없는가 보다 하고 운진은 제 나름대로 접어버렸다. “서른여덟이면 저하고 근 십년 이상 차이나는데, 나이 차가 너무 떨어진 거 아닐까요? 제가 낼모레면 쉰인데, 박자가 맞을래나?”
   “요즘 남자들 뭐, 운동 많이 하고 하면 늙어서도 정력 좋던데, 뭘!” 
그 말에 가게에 일하는 아주머니 둘이 박장대소를 했다.
운진도 그냥 실실 웃어버렸다. 
   ‘에잇, 그래도 이 여자는 땡이다!’
그렇다고 보자 해서 꼬셔서 몸이나 풀고 하는 그런 꾀도 나지 않았다.
그런데 아주머니가 만날 날을 받아 온 것이었다.
   운진은 어쨌거나 핑게 김에 점심겸 저녁으로 그 여자를 가게 근처로 초대했다. 
근처의 고급 중국 레스토랑으로 초대했는데, 같이 나온 결혼한 여동생이 주책이고 싸가지였다. 언니를 쓸데없이 부추키고 떠벌리는 통에 운진은 언니란 여자의 인물도 인물이려니와 만일 결혼했다가는 동생의 주책에 시달릴 것 같은 그런 예감이 들었다. 
언니란 여자도 고개를 배배꼬며 자만을 나타내 보였다. 
   ‘나이 먹도록 싱글인 사람들은 공통점이 있구만, 쯧쯧쯧. 주제파악을 못 하고 잘난 체는, 제기.’ 
음식을 먹는 둥 마는 둥 일어날 기회만 찾던 운진에게 절호의 찬스가 왔다. 
딸들이 가게로 왔다가 안 보이는 아빠를 찾느라 셀폰으로 전화를 했다. 
그 틈을 타서 운진은 급히 가 볼 일이 생겼다고 서둘러 일어섰다.
   “연락 주실 거죠?” 여자의 동생이 다짐을 했다.
   “그 아주머니 편으로, 답변을 드릴께요.” 
운진은 뒤도 안 보고 달아나왔다.          
그는 가게로 와서 딸들에게 어디를 갔다 왔다는 말을 하지않았다.  
운진은 자신만 생각했지 아이들은 염두에 두지 않았음을 자책했다. 챌리를 봐서 새 엄마라도 집안에 있어야 양가 상견례때 어색하지 않을 것만 생각했지 딸들이 아빠의 재혼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염두에 두지 않았음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소개한 아주머니에게 아무 말도 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  
그런데 그 아주머니에게서 받아둔 사진이 킴벌리에게 발각되었다.
   "Who is she? (그녀는 누구야?)"
아빠 운진이 가게 뒷방으로 들어서니 책상 위에서 킴벌리가 집었다며 사진을 보였다.
운진은 짐짓 화난 사람처럼 그 사진을 빼앗아서는 휴지통에 버렸다. "추레쉬야!"
   "It's a woman's photo. (여자의 사진이네.)"
   "Don't worry about it! (걱정할 것 없어!)"
   "Are you dating, 아빠? (데이트 하는 거야?)" 챌리가 물었다.
   "No! You crazy? A-jum-ma just showed it to me. (아냐! 미쳤어? 아줌마가 보여줬을 뿐이야.)"
   "Why are you mad? (왜 화를 내?)" 킴벌리가 말했다.
   "나 화난 거 아냐, 키미. 아빠가... 창피해서 그래."
   "아빠, 만났구나!" 챌리가 웃음을 터뜨렸다.
킴벌리가 의자에 털썩 앉았다. "Wow! She's ugly!"
운진은 버린 사진을 한번 더 훔쳐봤다.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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