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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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8. 21. 03:52

   운진은 이렇게 생각했다.
숙희 그녀는 아니라고... 
이십년 만에 만나 본 그녀는 먼 세상 사람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운진은 희미하나마 가졌던 어떤 기대감을 버렸다.
그는 전에 설이가 넌지시 언급했던 말을 확인차 누이에게 깨놓고 물었다.
   "전에 말씀한... 책방 여자라는 사람... 아직?"
운서는 두말 않고 어떤 번호를 넘겨주었다.

   그래서 운진은 누이의 주선 하에 책방 여인과 데이트를 시작했다.
놀랍게도 그녀와는 세번째 데이트에서 동침했다.
주말이라 그녀의 아이들이 친구네 집들로 놀러간 틈을 타서 초대를 받았던 것이다.
그녀가 차려준 아침을 마치고, 운진은 바람 쐬러 나가자며 권유했다.
그래서 두 사람이 간 곳이 철 이른 물가였다.
   "무슨... 깊은 생각을 늘 하며 사시는 분 같아요."
   여인이 낯선 곳이라 안심했는지 운진에게 기댔다. "부인 생각해요?"
   "부인... 부인을 죽게 한 사람들을 생각합니다."
   "어머! 누가 죽게 했는데요?"
   "여러... 죽은 아내는 결국 그들 앞에서 놀림 당한 클라운이었요. 저들은 못 할... 저들은 안 하고 시키면서 구경만 한..."
   "그런 사람들을 왜 생각하세요?"
   "그러게 말입니다."
   "혹... 복수심에서?"
운진은 속으로 놀랐는데 행동으로도 나왔다. 
그는 책방 여주인을 흘끔 돌아다봤다. "그렇게 쉽게 눈치챌 정도로 제가 멍청하군요."
   "그래서... 뭘 얻으시려구요?"
   "... 그쵸. 뭘 얻으려고 그러는지... 저도 모르겠군요."
   운진은 바다를 보던 자세를 바꿔서 그녀를 마주 했다. "부군은 어떤 분입니까?"
   "어머? 잘 나가시다가 갑자기 왜 초를 치실까?" 여인이 운진에게 눈을 흘겼다. 
   "미국엔 종종 옵니까?"
여인이 바다를 향했다. "미국 생활이 참, 외롭고... 힘들어요. 생각보다 몇배로."
   "애들 공부가 다 끝나야 귀국하십니까?"
   "큰애... 딸애가 오월달에 졸업예요. 원서는 여러 군데 넣었는데 걔 가고 싶어 하는 데로 이사시키고... 아들은... 기숙사 있는 학교에 집어 넣을 거예요."
   "그런 다음... 귀국하세요?"
   "그래야 하는데... 실은 한국에 있는 언니가 말해주었어요. 애들 아빠 딴 여자랑 살림 차린 것 같다고."
   "희한하죠."
   "네? 뭐가요?"
   "저의 아내는 병으로 죽었지만, 살았을 적에... 품행이 그리 단정하지 않았습니다."
   "전혀 모르셨다는 말씀?"
   "차라리... 끝까지 모르다가 보냈으면 제 맘이 덜 아팠을 겁니다. 그 사람은 늘... 양심에 아파했고. 솔직히 괜히 알아졌고, 기왕 갔을 사람, 맘이나 편하게 해 줄걸 하는 후회가 참 많습니다."
   운진의 눈에 이슬이 맺혔다. "속는 사람 보다 속이는 쪽이 더..."
   "힘들고 불안했겠죠. 무슨 말인지 알아요. 정말 그럴 거예요." 여인이 운진의 손을 찾아 잡았다. 
운진의 셀폰이 진동음을 냈다.
여인이 눈치채고 손을 놓았다.
   "실례합니다." 운진은 바지주머니에서 셀폰을 꺼냈다.
여인이 팔을 앞으로 돌려 안으며 운진을 찬찬히 살펴봤다. 
재혼할 싱대를 찾는 건지 해서. 
운진에게 걸려온 전화는 어떤 여인에게서였는데, 이유는 만나서 얘기하자였다.
그는 현재 먼 곳에 와 있으니 당장은 곤란하고 추후 다시 연락하기로 약속을 받았다.
   "집... 이예요?"
   "아닙니다." 운진은 간단히 대답했다.
   "여자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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