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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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8. 22. 04:33

   숙희는 밖에 나왔다가 도저히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사람들이 극장 안이 떠나가게 웃는 것이었다. 
사람들의 그 웃음소리가 그녀의 닫힌 마음을 조금씩 조금씩 열어갔다. 
숙희는 그 영화관으로 다시 들어갔다. 
그녀가 나머지를 보는 동안 무엇보다 숙희의 바로 뒷자리에서 들리는 어린 아이의 그 히히히히 라든지 헤헤헤 하는 웃음소리가 숙희의 마음을 뜨겁게 달구었다. 
영화는 어쨌거나 처음 남녀의 재상봉인 해피 엔딩으로 끝났다.
   영화가 끝나자 그 어린 소년이 이렇게 말했다. 
   “Hahaha! The movie was so hilarious, mom! I couldn’t stop laughing, mom! Hey, mom. Can we get this movie tape when they start selling at Best Buy? (하하하! 영화가 아주 즐거웠어, 엄마! 난 웃음을 멈출 수가 없었어, 엄마! 엄마. 베스트 바이에서 팔기 시작하면 이 영화 테잎 사 줘?)” 
숙희는 그 소년을 돌아다봤다. 
끽 해야 사오륙학년은 됐을까, 아주 밝게 생긴 백인소년이 엄마의 손을 잡고 통로로 나가며 연신 웃고 떠들었다. 엄마란 이는 아이의 손을 꼭 잡고 가며 연신 으흥 으흥 하고 맞장구를 쳤다. 
그들의 뒤를 건장한 남자가 따르며 우연히 숙희와 눈이 마주치자 목례를 보내왔다.
숙희는 전에 없이 미소로 대답했다.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마구 떠들어댔다. 
어떤 사람들은 아직도 미련이 남았는지 통로에서 화면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숙희도 무심결에 화면을 올려다봤다.
화면에는 자막이 올라가며 배경으로 소위 NG 장면들을 보여주고 있었다. 
좀 전에 앞으로 가야할 차를 뒤로 몰아 뒤에서 딱지를 끊고 있던 경찰의 차를 받은 장면의 NG 장면인가 본데, 살짝 받지않고 너무 민 바람에 받힌 차들이 경찰을 지나쳤다.
혼자 남은 경찰이 고개를 천천히 돌리는 연기를 하다가 카메라에 대고 뭐라 하며 웃었다. 
중간에 서서 구경하는 사람들이 아하하하! 하고 웃었다. 
숙희는 자신이 그 NG 상황에 있다고 상상하며 웃었다. 
얼마나 황당할까! 그런데 배우들은 더욱 재치있게 실수를 무마했다. 
아까 남자배우가 밤에 여자친구네 집을 찾아와서 그녀의 창에다 돌을 던져서 알리는 장면의 NG는 그가 던진 돌이 여자 친구가 내다보던 창이 아니라 그 옆의 창에 맞았다. 그런데 그 여자배우가 돌이 맞지도 않은 제 방의 창을 열었다. 카메라에서 오 쉿 소리가 들리고 내다보던 여자배우가 깔깔 웃으며 창 턱에 몸을 실었다. 남자배우는 카메라에 대고 그 특유의 이를 내보이는 연기를 했다. 아마 그 배우의 전매특허 연기인 모양이었다.
   사람들이 웃으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화면이 깜깜해지고 자막들만 계속 올라가기 시작했다. 
숙희는 그 짧은 NG모음에 아쉬움을 느끼며 사람들 물결에 몸을 섞었다.                     
설이가 남자와 나가는 통로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숙희를 보자 손을 흔들었다. "아줌마!"
숙희는 그들에게 다가갔다. “나 기다렸니? 왜?”
   “아줌마 집으로 바로 가실 거예요?”
   “그래야지.”
   “배 안 고프세요?”
   “좀 고픈데, 시간이 이렇게 됐으니 어디 먹을 데가 있겠니? 난 집에 가서 냉장고에서 아무 거나 꺼내 데워 먹든가. 넌 더 다니다가 올 거니?”
   “저기 좀 가면 이십사시간 하는 다이너가 있어요. 같이 가요.”
   “싫다, 얘! 니들 데이트하는데 내가 왜 끼니? 주책이란 말 듣게.”
   “그럼, 아줌마가 우리 밥 좀 사 줘요. 배고파요.” 설이가 남자를 쳐다봤다.
남자가 아주 천연덕스럽게 말했다. “Yeah, we are hungry! (네, 우리 배고파요!)”
   그래서 숙희는 설이가 탄 차를 뒤따라 갔다. 가면서 숙희는 그제서야 영화의 장면들이 생각나 운전하면서 혼자 킥킥거렸다. 결코 바보같은 스토리나 멍청한 연기가 아니었다. 
   실컷 웃게 해줘서 스트레스가 풀리고 닫혔던 마음을 활짝 열어주는 청량제와 같은 영화였다. 그래서 사람들이 코밐한 애정영화를 즐기나 보다고 그녀는 고개를 끄떡끄떡했다. 
   예전에 운진이 영화를 같이 보면서 웃으면 천하다고 핀찬주고 못 웃게 했던 자신이 지금 와서 부끄러워졌다. 오히려 그에게 스트레스를 주었을 게 틀림없었다. 
그가 편지에다 미안하다고 쓴 기억이 났다. 
   ‘내가 오히려  미안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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