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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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8. 22. 04:32

   숙희는 샤워를 하며 자꾸 손을 멈췄다. 
살에서 소리나게 여기저기 북북 밀며 딲는 것이 아니었다. 
여자처럼, 여자답게 몸을 골고루 토닥이며 마치 어루만지듯 해야 했다.
   그녀는 밖으로 나와 거울을 들여다보고 수건으로 얼굴을 문지르며 미소를 지어봤다. 
결국 그녀는 수건을 거울에다 던지고 나갔다. 
   ‘생긴 대로 살자! 새삼스럽게 미소씩이나!’
외출이나 할까 하며 리빙룸의 벽시계를 쳐다보니 어느 새 일곱시였다. 
지금 나가 봐야 샤핑 센타는 두시간이면 닫을 터이고 음식점들도 남은 음식을 팔아 치울 시간이다. 
숙희는 컴퓨터를 켜서 인테넷으로 극장 프로를 점검했다. 
마침 전쟁물 영화 하나가 눈에 띄였다. 
표를 예매하는데 인스턴트 메세지가 떴다. 
챌리였다.
숙희는 챌리와 연이어 킴벌리와 여러 마디를 주고 받고 컴퓨터를 잠재웠다.

   숙희는 실내복 위에 트랜치 코트를 걸치고 집을 나섰다. 
약간 시장기가 들었지만 다이어트 하는 셈 치자고 차를 그냥 몰았다.
그녀는 극장에서 설이와 그의 데이트를 보았다. 
그녀가 행여 설이에게 들킬 까 사람들 사이 속으로 숨는데 설이가 용케 보고 불렀다. “어머! 아줌마!”
숙희는 하는 수 없이 멈춰서 설이가 가까이 오기를 기다렸다.
기껏 지 생각해서 숨은 건데...
그의 데이트인 모 부서 매니저가 한 손을 들어 아는 척을 했다. “Hi, Sue!”
   “Hey!” 숙희도 한 손을 들어주었다.
   “아줌만 뭐 보실려구요?” 설이가 숙희에게 물었다.
남자가 마치 제가 한국말을 알아듣고 설이가 못 알아들어 대신 통역하듯 영어로 말했다.
   “Yeah, Sue, what are you watching? (네, 쑤, 뭘 볼 예정예요?)” 
숙희는 아까 인테넷에서 점 찍은 전쟁영화 포스터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아무도 반응을 안 보이고 아무런 말도 안 했다.
    “너흰 뭘 볼 껀데?” 숙희가 설이에게 물었다.
남자가 마치 알아들은 듯이 전쟁 영화 포스터 옆에 나란히 붙은 어떤 젊은 연애 영화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This one?"
숙희는 제목 보고 망설여졌다. 
나이든 여자가 주책맞게 전쟁영화나 보려 하는 반면에 젊은 연인은 역시 애정영화를 보려하는 게 당연했다.
설이가 숙희에게 손을 흔들고 남자와 매표대로 갔다.
숙희는 그들이 표를 사서 안으로 사라진 다음에 움직여 매표대로 다가갔다. 
그리고 설이가 택한 영화로 표를 끊었다. 
   ‘그래도 자리는 따로 앉아야지?’
그런데 그것 조차 마음대로 돌아가지 않았다. 
   숙희가 딴에는 설이등을 피해 따로 앉는다고 자리를 찾는데 설이가 아줌마! 하고, 손을 흔들었다.
그러고 보니 달리 마땅한 자리가 안 보였다. 대부분의 젊은 연인들이 쌍쌍으로 앉고 심지어 나이든 이들도 짝으로 나란히 앉아 숙희를 흘끔흘끔 보는 이들이 있었다.
숙희는 하는 수 없이 설이가 손으로 툭툭 두드리는 의자에 가서 앉았다.
   '아, 나오지 말았어야 하는 건데!' 
남자가 일어나 움직였다. “You want Coke? (코카콜라 원해요?)”
   “We want Sprite. (우린 스프라잇 원해요.)” 설이가 대답했다.
남자가 같은 줄에 앉은 사람들에게 익스큐즈 미 하고 양해를 구하며 통로로 나갔다.
설이가 숙희의 팔짱을 끼며 괜시리 좋아했다.
숙희는 민망한 마음도 다스릴 겸 설이가 기특해서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고 당겼다. 
그리고는 아차! 하고 설이의 머리를 놔 주었다.
설이가 암말않고 제 머리를 만지며 자세를 바로 했다.
마침 스크린에 선전이 미리 시작하는 바람에 숙희는 얼른 앞을 봤다. 
   "이 영화 아... 주 웃기는데요, 아줌마?" 설이가 놀리듯 맗햌다.
   "멜로 아니고 코미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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