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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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8. 22. 04:35

   운진은 책방 여인 외에도 다른 여인과 비정규적인 만남을 가지고 있었다.
역시 돈이 얽힌 관계로 연락을 주고 받기 시작하다가 여자쪽에서 먼저 적극적으로 대쉬하는 바람에 조만간 깊은 만남을 기대해도 좋을 만큼 분위기는 무르익은 상태였다.
책방 김 여인은 서로의 가게가 쉬는 날인 일요일은 무슨 일이 있어도 데이트를 하는 것으로 못 박았으니 주중에는 피차 전화 안부만 주고 받는다.
반면 또 하나의 여인 정 여인은 운진의 가게를 수시로 드나들기 시작했다.
사람이 뭐에 미치면 주위의 충고가 귀에 안 들어온다.
운진은 복권 찍는 아주머니의 말을 귀흘려 들었다.
   '그 여자 크게 치고 다니는 사깃군' 이라는 말을...
캐리아웃을 담당하는 아주머니도 두어차례 말하려다가 운진이 전혀 듣지않자 혀를 차고 물러섰다.
   운진의 그런 생활을 눈여겨 보며 안타까워 하는 눈이 있으니, 바로 옆에서 캐리아웃을 하는 영아이다.
영아는 갑자기 변해버린 형부가 안쓰럽다. 형부가 가게까지 등한시했다면 더 걱정이었겠지만 다행히 그렇지는 않아서 안심은 되는데... 
과거 언니의 친구였던 어떤 이가 전해준 말을 영아는 형부에게 무슨 일이 있어도 전해줘야 한다고 벼르는데, 바로 벽을 사이로 한 장소이면서 만나기가 그렇게 힘들다.
형록도 걱정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영호가 동생네 가게에 찾아와서 매형을 어떻게 해야되지 않느냐고 동의를 구했다.
   "뭘 어떻게 하자고?"
   형록은 이제 처남이 된 영호를 가게 밖으로 밀고 나갔다. "그 냥반하고 무슨 상관이라고 뭘 어떻게 해!"
   "아니, 아무 상관 아니라구?"
   "누님 죽고 나서, 뭔데?"
   "누나 죽었으면, 남이야?"
   "그 전부터 남이었지, 아마?"
   "뭐?"
   "이런 씨발! 박쥐 같은 인간! 아니, 형님이 누님이랑 이혼했잖아!"
   "이, 그, 그랬지."
   "이혼하면 여자 호적 파가잖아. 미국에선 여자 원래 성도 찾구."
   "그, 그런가?"
   "이혼하면 남이지?"
   "그, 글쎄..."
   "남인 그 냥반이, 게다가 마누라 죽고 홀애빈데, 다른 여자들과 데이트 한들, 그게 처남하고 무슨 상관이길래 찾아와서 지랄이야!"
   "지랄? 아니, 이, 시이... 지랄이래."
   "그 냥반이 재혼하면, 애들은 계모를 만나지만 처남은 전혀 관련이 없는 제 삼자야. 애들 삼촌으로는 남아 있지만 그 냥반하고는 남이라구."
   "그럼, 여기는 왜... 그 인간이 준 건데?"
   "몰라서 묻나?"
   형록은 하마터면 손이 올라갈뻔 했다. "폴이라 준 거다. 됐냐?"
   "헤헤, 씨발."
   영호가 형록에게 비웃음을 흘렸다. "씨발, 자존심도 없나?"
   "내가 폴이를 낳아서 기르는 거나 그 냥반이 챌리 키운 거나... 처남 머리로는 이해가 안 가지? 그게 자존심하고 관계되는 일로 여기는 그 사고방식. 병신!"
   "에이, 씨발! 그래도 내가 손위 처남인데 어디다가!"
   "그래. 그것만 아니면 넌, 내 손에 예전에 뒈졌다. 아냐? 쓰레기 같은 놈!"
   "아, 씨발! 이 인간들이 대체 날 뭘로 보고!"
형록이 땅에다 침을 탁 뱉았다. "꼴에 샘나나 보군?"
   "뭐라고?"
   "시간 나면 그런 누이와 살아준 그 형님한테 그래 줘서 고맙다는 인사나 하던가." 
   "뭐라고?"
   "밸도 없나. 조가놈한테 지금도 달라붙어서. 조가가 그 냥반들한테 어떻게 했나 벌써 잊었나?" 
형록은 그 말을 남기고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영호는 그 자리에서 움직일 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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