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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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8. 22. 04:35

   세월은 주어진 시간표대로 모두에게 정확히 흘렀다.
폴이가 세발 자전거를 타고 달리기 시작하고 영아의 배가 또 점점 불러왔다. 
그래도 그녀는 가게에 이제는 정식 남편인 형록과 함께 열심히 나왔다. 인물 좋고 영어도 능통한 영아가 캐쉬어 일을 보고, 형록이 앞치마를 두르고 쿸을 하고 두 사람은 열심히 장사했다.
그들은 아직 정식 결혼식을 올리지 않았지만 열심히 살았다.
   그들은 운진에게 돈도 꼬박꼬박 갚아 나가며 그렇게 열심히 살았다. 

   운진의 마음도 진정되고 이제는 영아를 보더라도 흔들림이 없었다. 그는 폴을 보더라도 안아보기만 해 줄 수 있는 감정 다스림이 배겼다. 
그런데 챌리와 킴벌리는 폴을 무척 귀여워하고 가게에만 나오면 집에 들어갈 때까지 아예 아이를 번갈아 데리고 놀았다. 딸들은 사촌으로 사랑하는 것이다. 아빠가 이모와의 사이에 태어나게 한 아이라는 것을 알지만. 
즉 원래는 사촌이 아니라 배 다른 동생이지만.
그래서 챌리는 폴이 더욱 사랑스럽다.
하루는 운진이 형록에게 농을 걸었다. “야, 이번 애도 이름 지어줘? 아들 이름으로?”
   “또! 지랄하네, 씨발! 콱!” 
형록이 손에 들었던 수건을 던졌다. “챌리가 형님 딸인 거 처럼 폴이는 내 아들이야. 딴 생각하지 마! 알았냐고! 미안하지만 폴인 내 성을 따랐다고!”
   “헛, 씨발. 승질은 여전하네?” 운진은 그냥 웃어 보였다.
영아가 비로소 얼굴을 붉혔다.  
운진이 영아한테 말했다. “집들이 안 해요?”
   “해야죠. 할 거예요.” 영아가 비로소 미소를 지었다.
   “집들이 같은 소리하고 있네, 씨발! 뭐가 이뻐서!” 
   형록이 밖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어기 세탁소 아줌마 형님 보러 오네. 얼른 가 보슈!”
형록의 말에 운진과 영아가 가게 밖을 내다보니 정 여사가 렉서스에서 내리고 있었다. 
키가 조그마한 이가 검은 안경으로 얼굴을 반은 가렸다.
운진은 정 여사가 자신이 경영하는 술가게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천천히 움직였다.
   “국순 언제 먹는 건데!” 형록이 소리쳤다.
   “시끄럼마!” 하고 나서 운진은 캐리아웃의 유리문을 밀었다. 
그러면서 운진은 영아를 돌아다 봤다. 
영아 그녀의 눈이 방금 사라진 정여사에게 가 있었다.
운진이 자신의 가게로 들어서니 정 여사가 뒷방에서 나오다가 손을 흔들었다. 
   “아니, 사장이 가게를 비우고 어딜 다니셔요?” 
애교가 간드러진 음성으로 말하며 그녀가 우정 운진에게로 다가왔다. 
정 여사란 이는 결혼에 한번 실패했는데 아이는 없고 돈이 아주 많다고 했다. 
소문에 그러했다. 
   운진이 옆에 가게를 공사하며 예상보다 돈이 많이 들어가서 아는 사람에게 돈을 부탁했었는데, 그 사람이 다리를 놔 준 돈줄이 바로 정 여사였다. 운진이 정 여사에게 이자를 물고 원금을 나눠서 갚고 하면서 한두 차례 만났다가 여자가 그를 저녁식사에 초대했고 이 날 두번째의 저녁 약속 때문에 그녀가 찾아왔다. 
   “맨날 이런 가게에서 썩을 거예요? 큰 물고기는 큰 물에 가서 놀아야 해요.” 
그녀가 전에 만났을 적에 한 말을 반복했다. 
운진은 계산대에 손님이 줄 섰는 것을 보고 카운터 뒤로 들어갔다. 
그리고 일하는 청년에게 나직히 말했다. 
   “바쁘면 연락을 하지. 옆 가게에 있었는데.”
키가 억수로 큰 청년이 운진을 흘낏 보고는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운진은 물건들을 종이 봉투에 넣어주며 머릿속으로는 정 여사를 어떻게 어디까지 대해야 할까 궁리를 했다. 물론 재혼할 상대는 아니고 운진 자신은 재혼할 생각을 전혀 하지 않고 있는 참이었다. 
   세탁소를 한다면서 저렇게 나돌아다녀도 되나?
운진은 오늘은 말을 잘라서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가게 벽에 걸린 시계를 봤다. 
   여섯시 사십분. 이십여분 정도 있으면 옆의 캐리아웃이 닫히고 형록에게 이 가게의 마감을 부탁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뒤에 가 계시죠?” 운진은 정여사를 가게 뒷방으로 보내려 했다.
정 여사가 몸을 흔들며 대답했다. "괜찮아요." 
   그녀는 결혼은 했었지만 아이를 낳은 적이 없어서 가냘픈 몸매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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