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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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8. 22. 04:37

   그럭저럭 일곱시가 되었다. 
운진은 형록에게 전화를 해서 잠깐 오라고 말했다.
영아가 몹시 부른 배를 손으로 받치고 가게로 들어왔다. 그녀의 배는 유난히 불렀다. 
운진은 자꾸 쌍동이 같다는 생각을 했다. “어, 아니, 힘드실 텐데. 형록이 바빠요?”
   “금방 올 거예요. 잠깐 뭣 좀 치우느라구. 어디 가 보셔야 해요?” 
   영아가 카운터 뒤로 들어섰다. 
그녀의 그렇잖아도 풍만한 유방이 임신을 해서 더욱 크게 보였다. 그녀는 뒷방을 기웃거렸다.
운진은 속으로 자신을 꾸짖으며 카운터를 나왔다. 
   ‘아서라, 임마! 잊어!’ 
그는 정 여사를 위해 가겟문을 열어잡았다. 
정 여사가 가벼운 동작으로 문을 나섰다.
   “원래는 제가 갖다드려야 하는 건데, 오시게 까지 해서 미안합니다.”
   “아니예요. 바쁘신데 제가 와서 오히려 성가시죠?”
   “바쁘긴요, 뭘.”
두 사람은 건너편 샤핑 센터의 다이너로 향했다. 
   운진은 혹시나 애들이 오다가 볼까 은근히 걱정되어서 괜히 뒤를 돌아다 봤다. 
두 사람이 보조를 맞춰 걷는데 사뭇 데이트 하는 부부처럼 보여졌다. 
정 여사가 운진에게 유난히 친근히 대하는 이유는 이미 전에 영란과 돈거래가 있었을 때부터 집안을 드나들던 익숙함 때문이었다. 그래서 인편에 돈을 구한다 했을 때 정 여사가 서슴치않고 돌려주었다.
   다이너 안은 한산했다. 
두 사람은 일부러 구석진 자리로 택해서 앉았다. 
남의 이목도 있고 무엇보다도 아이들이 가게로 오다가 보고 오해를 할까 봐 염려되어서였다. 
그런데 정 여사가 문을 보고 앉았다. 
자연히 운진은 벽을 보고 앉았다.
   “제가 살께요?” 정여사가 말했다. 
   “아뇨, 제가 신세를 졌는데, 제가 사야죠.”
   “어서 시키기나 하세요. 우리 와인 한잔씩 할까요?”
운진은 더 이상 말을 연결하지 못 하고 웨이추레스를 쳐다봤다. 
그는 메뉴도 안 보고 하우스 스페셜로 주문했다. 비프 스테잌에 볶은 야채가 따라 나오며 사이드로 구운 감자에 치즈를 뿌려달라 했다. 
정 여사가 간단히 두개를 달라고 주문했다.
운진은 정 여사를 볼 때마다 은근히 부담스러웠다. 이상한 소문이라도 날까 봐 신경쓰였다. 
그리고 정여사의 친절이 거북했다. 
이 날도 그녀가 주로 얘기를 이끌어갔다. 
그녀의 셀폰이 쉬지 않고 울어대는 바람에 정작 진지하게 주고 받는 얘기는 없었다. 
그녀의 상대방에 대한 호칭이 한결같이 선생님, 사장님, 그리고 집사님 등등이었다. 
그녀가 답변으로 전화도 했다.  
그녀는 사람들과 만날 약속도 많이 했다. 
운진은 기억력이 좋아야 저런 일도 하겠다고 생각했다. 
레드와인이 먼저 나왔다. 
운진은 목도 축일 겸 연달이 몇모금을 입에 댔다.
정여사가 와인을 몇모금 축이고는 말했다. “애들은 잘 크죠?”
   “녜? 우리 애들이요?” 
   운진은 이 여자가 갑자기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를 하나 해서 짐짓 놀랬다. 이 여자가 애들을 어디까지 아나? 아니, 우리 집에 대해서 얼마나 아나? "녜, 뭐..."
   “큰애가 지금, 몇학년이드라? 몇학년이죠?”
   “지금, 대학 졸업했는데요.”
   “벌써요? 벌써 그렇게 됐나, 걔가? 그럼, 작은애는요?”
   “지금 칼리지 2학년 올라가는데요.”
   “어머어, 벌써요? 아유우, 나도 걔들을 본 지가 하도 오래 돼서. 만일 만나도 못 알아볼 거예요. 호호! 걔네들 아주 쪼매만했을 때 봤는데...”
   "그러시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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