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02

pt.2 6-1x051 정말 하고 싶었던 일

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8. 23. 04:56

정말 하고 싶었던 일

   “Dad. How do you know her? (아빠. 그녀를 어떻게 아는데?)”
   “I borrowed some money from her for carryout construction. (캐리아웃 공사 때문에 그녀에게서 돈을 빌렸어.)” 운진은 작은애에게 바로 말했다. 
   “Oh, I see. Do you still owe her money? (그렇군. 아직도 그녀한테 빚 졌어?)” 
킴벌리가 묻는데 그 말투가 좀 못 마땅한 기색이었다.
   “Yes. But I can pay off soon. (그래. 그러나 곧 다 갚을 거야.)”
   “Then, if you pay off her money, you’re not gonna meet her, right? (그렇다면, 그녀의 돈을 다 갚으면, 그녀를 안 만날 거지, 그렇지?)”
   “Of course! Trust me! (물론이지! 날 맏어!)” 
운진은 말해놓고 순간 아차! 했다. 말끝에 믿으라는 강조를 함부로 할 필요가 없었다. 
   사람의 일은 또 모를 일이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운진의 그 여운은 영아에 의해 깨졌다.
영아가 애들 먹을 것을 가져다 주며 결정적인 말을 한 것이다. "언니가 혹시 장부 같은 거 안 남겼어요?"
   "으... 있어요." 운진은 일단 시치미를 떼자 했다.
   "저 좀 보여주세요. 저 언니가 아마 언니한테 돈 덜 준 거 있을 거예요."
   "아, 그래요."
   "저 언니한테 한번 더 줄 돈 남았죠?"
   "으...?"
   "일단 장부부터 보고 계산하자 해요."
운진은 처제에게 알았다 하고 집에 와서 딸들을 이층으로 올려보낸 뒤 응접실 소파에 앉았다. 
그는 잠자러 올라가기 전에 잠깐 휴식을 취하자고 다리 마저 올렸다.
   그런데 그는 어느 새 폴을 안고 물고 빨고 있었다. 
아니, 내가 뭘 하는 거야! 폴은 언제 또 데려왔지? 그리고 얘가 왜 나 자는 방에 있는 거지?
그러나 운진은 아이의 이불을 꼭꼭 여며주고 일어섰다.
   “폴이가 꼭 형부를 닮았어요.” 
어느새 왔는지 영아가 문간에서 들여다 보며 말했다. 
운진은 속이 들여다 보인 양 얼른 뒷걸음질을 했다. 새삼스레 가슴이 저려왔다.
   “오, 참, 가 봐야지.” 
운진은 얼른 돌아섰다.
그런데 영아가 문간을 막고 비키지 않았다. 
운진은 의아해서 영아를 쳐다봤다.
영아가 남산 만한 배를 부딪히며 운진을 끌어안았다. “형부!”
   “어어, 왜 이래. 이러면 안 되는데!” 
   운진은 영아의 팔을 풀려고 했다. 
그녀에게서 장사한 냄새가 코에 들어오고, 그녀의 딱딱한 배가 그의 배를 압박했다. "사람 살려!"  
   "형부, 사랑해요!"
영아가 남산 만한 배를 훌러덩 벗고 달겨 들었다.
   "어어!" 
운진은 영아를 피하다가 소파에서 떨어지며 눈을 떴다. 
   어, 미친 새끼!
그는 몇시인지도 모르고 낮에 영아가 말한 장부를 찾아냈다.
장부는 뒤죽박죽 여전히 의문투성이였다.
그는 그 중 그래도 알아볼 수 있는 것들을 핑게로 몇 여인을 만난 것 뿐이었다.
그러니까 영란은 죽기 전 돈을 마구 내다 버렸지만 남편이 죽어라 벌어다 준 돈을 불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정 여인과의 거래부터 찾자고 한장 한장 넘기기 시작했다.
덜 갚은 게 있을 거란 말이 뭔지 그리고 얼마인지...
그는 그러다가 눈이 피로해져서 잠이 들어버렸다.
꿈에 또 영아가 연결되어 보였다.
그러나 되게 안 좋은 꿈내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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