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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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8. 23. 04:59

   운진의 귀가시간이 자주 늦어지고 그나마 같이 먹던 저녁 식탁이 아이들끼리만 먹고, 고모가 돌아가면 둘이만 남게 되면서 챌리와 킴벌리가 예전처럼 삐뚤어진 행동을 시작했다. 
그가 한날 저녁 늦게 귀가하니 아무도 없었다. 
빈 식탁에는 조그만 종이쪽지가 놓여져 있었다. 
운진은 그것을 펼쳐보고 누이가 남긴 것임을 알았다. 
    동생보시게
    아이들이 안 들어와서 기다리다가 반찬을 냉장고에 넣고 나는 마이크 때문에 가네
    시장하면 밥은 전기밥솥에 있고 국은 데우면 되네 부탁하니 일찍 들어오게
    누이가 씀
운진은 이젠 늙어서 글씨가 삐뚤빼뚤한 박사 누이의 필체를 눈물겹게 보고 종이를 도로 접었다. 
챌리는 셀폰에 응답을 안 했다. 킴벌리도 응답을 안 했다. 
   이 날도 운진은 정 여사와 만나서 저녁을 같이 먹고 사업 얘기를 한답시고 이른 저녁 노래방을 찾아 한데 엉크러졌었다. 
정 여사가 이 날은 돈 갚아야 하는데 능력없는 여인을 동반했다. 
정 여사의 말에 의하면 죽은 영란의 남편이 보통 사람 아니라는 소문을 입기 시작했다고. 골프 선생이 오 선생한테 붙잡히면 죽을 줄 미리 알고 아주 멀리 떠났다며 그 자는 잊고 이제부터라도 잘 해 보자고, 그녀가 더욱 적극적으로 나오는 것이다.
그리고 이 날 그 방에서 돈 못 갚을 여인을 그것도 정 여사가 보는 앞에서 농락했다. 그렇다고 정식으로 키쓰하고 애무하고 달아오른 뒤에 한 것이 아니라 대충 유방이나 주무르다가 뒤로 훌떡 벗겨서 밀어넣고 배설이나 한, 그런 교미...
   운진은 옷을 갈아입고 나서 화가 치미는걸 참으려고 술을 찾았다. 
아이들은 새로 두시가 다 되어 돌아왔다.  ‘이것들이!’
TV를 켜 놓은 채 씻지도 않고 소파에 누워 잠깐 잠이 들었던 운진은 문소리에 눈을 뜨고 일어나 앉았다. 
   “Are you out of your minds? What time is it! (정신들이 나갔니? 몇시야!)” 
그렇게 야단치면 애들이 움찔할 줄 알았는데 정반대였다.
   “What do you care! (무슨 상관이야!)” 킴벌리가 되려 소리쳤다.
   “What?” 운진은 어이가 없어 진정 놀랬다.
챌리가 운진을 지나쳐 이층으로 올라갔다.
   “챌리 거기 서!”
챌리가 제 방으로 사라졌다. 
그 뒤를 킴벌리가 발걸음도 일부러 더 크게 쿵쾅거리며 계단을 밟았다. 
누군지 방문을 쾅! 소리나게 닫았다.
운진은 이층으로 쫓아올라가 챌리의 방문고리를 잡아 비틀었다. 
문은 안에서 잠겨 꼼짝도 안 했다. 
   “Open up! Open the door! (열어 봐! 문 열어!)”
안에서 챌리의 고함소리가 터졌다. “I’m tired, Mr. Oh! (미스터 오, 나 피곤해!)”
   “What! Mr. Oh? You calling me Mr. Oh? (뭐라고! 미스터 오? 날 미스터 오라고 불러?)” 
운진은 문고리를 마구 비틀었다. 
비싼 장식의 문고리는 안에서 잠겨 꼼짝도 안했다. 
그는 맞은편에 위치한 킴벌리의 방문을 노크했다. “키미! 문 열어 봐!”
안에서 킴벌리의 싸늘한 말투가 들렸다. “Go away, man! (가 버려, 이사람아!)”
운진은 문을 사정없이 두드리고 문을 당장 열라고 소리쳤다.

운진은 열릴줄 모르는 방문 앞에 바보처럼 우두커니 서 있다가 뒷쪽에 위치한 자신의 침실을 등지고 아랫층으로 내려갔다. 
그는 딸들의 행동에 화가 나기는 커녕 오히려 넋이 나갔다. 
얼마를 걸려 딸들의 마음을 가라앉히고 재미있게 살아보려고 애썼나.
그는 거의 매일 정 여사의 몸을 탐냈던 동안 딸들이 도로 떠내려간 것을 눈치 못 챈 자신이 미워졌다. 그리고 자나깨나 영아에 대한 상념에 젖어 그녀를 도로 뺏을 궁리만 한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운진은 티 테이블에 놓인 술잔을 부엌 싱크에 넣고 이층으로 향했다. 샤워를 하려고 제 방으로 마악 들어가려던 운진은 챌리의 방에서 들리는 울음소리에 걸음을 멈췄다. 가만히 귀기울여 들어보니 딸들 둘의 울음소리였다. 
운진은 자신의 눈시울이 뜨거워져옴을 느꼈다. 
그는 목에 걸린 웅어리를 간신히 삼키고 챌리의 방문을 가볍게 노크했다. “아빠다. 문 좀 열어 봐라.”
안에서 킴벌리의 울음섞인 음성이 들렸다. “Go away!”   
운진은 계속 문을 두드렸다. 
   “I need to talk to you. Open it. (내가 너희 둘한테 말좀 해야겠어. 문 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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