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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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8. 23. 04:59

   안에서 움직이는 기척이 들리고 곧 문이 열렸다. 
그러나 문 뒤에는 아무의 얼굴도 안 보였다. 
운진은 방으로 들어서서 문을 등뒤로 팔을 돌려 닫았다.
챌리와 킴벌리는 침대 속에 들어가 뒤집어 쓴 채 누운 모습들이 아빠에게 등을 돌린 상태였다. 누군가가 코를 훌쩍거렸다. 
얘기가 될지 모르겠지만 운진은 헛기침을 하고 입을 열었다.  
   “Looks like I did something wrong made you two upset. (내가 뭘 잘못해서 너희들을 실망시켰나 보다.)”
침대 시트가 홱 제껴지더니 킴벌리의 머리가 나오고 말이 날아왔다. 
   “Yeah! You started fuckng an old bitch! (아빤 어떤 늙은 년과 자기 시작했지!)” 
그 말만 던지고 킴벌리가 침대 시트를 도로 덮었다. 
그리고 킴벌리가 으으으! 하고 울기 시작했다.
   ‘I knew it! (내 그럴 줄 알았지!)’ 운진은 가슴이 철렁하고 내려 앉았다. 
어쩌면 애들이 미행을 했거나 아니면 우연히 봤거나 정 여사와 어울리는 게 애들의 눈에 띈 모양이다. 
그는 아이들의 누운 모습을 물끄러미 보다가 몸을 돌이켜 방을 나갔다.

   다음날도 정 여사는 아침 일찍 가게로 출근했다. 
운진은 팔소매를 걷고 카운터 주위를 치우고 딲는 그녀를 보다가 용기를 내어 사무실로 불러들었다.
그녀가 아주 자연스럽게 키쓰를 하려는 걸 그는 적당히 피하고 입을 열었다. “제가 잠시 정 여사와 만나고 식사하고 하는 동안 제 아이들이 상처를 받았습니다.”
   “저런, 쯧쯧쯧. 가여운 것들. 그러게 제가 애들을 만나봤으면 했는데 오 사장님이 꺼리시길래 천천히 하자 했더니.”
   “그래서 드리는 말씀인데요.”
   “네, 말씀하세요.” 그녀가 바짝 다가갔다.
   “우리, 이제, 그만 만나죠. 사업 얘기도 없던 걸로 하고.”
그녀의 손에 들렸던 걸레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오 사장님!...”
   “죄송합니다. 제가 잠시 생각을 잘못했었나 봅니다. 우리 애들이...”
그녀가 빠르게 몸을 돌려 사무실을 나갔다. 
운진은 제 자신에게 양팔을 벌려보이고는 가게로 나갔다. 
정 여사의 검정색 렉서스가 가게 앞을 전속력으로 떠났다. 
   그는 그렇게 간단하고 쉽게 끝났을 줄 알았다. 
당장에라도 애들을 저녁에 불러서 좋아하는 음식을 사 주고 화해를 하자고 그렇게 궁리를 했다.
   그 날 저녁 때쯤 운진은 낯선 남자의 방문을 받았다. 
그 남자는 첫눈에 법계통이나 세무계통에 속할 듯한 분위기를 풍겼다. “오 선생님?”
    “녜. 누구시죠?”
그 자가 윗저고리 안주머니에서 명함을 꺼내 내밀었다. "저는 이런 사람입니다. 테리 정, 잘 아시죠? 오늘까지만 해도 이 가게에 와서 만났고?"
운진의 등으로 싸늘한 전류가 흘렀다. 뭐야, 이건...
   "돈 좀 빌려 쓴 것 갖고 아녀자를 농락한 거, 인정하시죠?"
   "그겁니까?"
   "그게 얼마나 비열한 것인 줄은 압니까?"
   "누가 먼저 시작했느냐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죠. 쯧쯧쯧!"
   "돈은, 그럼, 마저 안 갚아도 된답니까?"
   "돈? 갚지 마슈. 그 보다 더 큰 게 걸렸으니까."
   "내 눈에는 당신들 다 똑같은 부류로 보이는데?"
변호사라 자칭한 자가 고개를 절래절래 저었다. "듣던 그대로군!"
   "당신도 날 압니까?"
   "아주 잘 알지. 아주 아주..."
   "해 봅시다! 어디 누가 이기나!"
   "그럽시다!"
   "골프 선생 하곤 어떻게 돼슈?"
   "누구, 요?"
   "다들 한 통속인거 알아지기만 하면, 당신들 작살날 줄 알아!"
   "듣던대로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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