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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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8. 23. 04:57

   "이건 또 뭐예요?" 
   정 여사가 수표를 카피한 종이를 내려놓고 사진을 받았다. "이건!"
가로로 길게 찍힌 사진인데 여남은명의 여자들이 한 자리에 모인 사진이었다. 골프를 치고 나선 지 치기 전인지 모두들 챙넓은 모자들을 쓰고 있었다. 자세히 보면 그 가운데에 여자 같이 생겨 먹은 남자가 섞여 있었고. 
바로 그 옆에 영란이 몹시 환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그리고 영란의 어깨에 턱을 고이고 웃고 있는 정 여사가 있었다.
   "이, 이걸..." 정 여사가 사진을 흔들었다.
   "어디서 났느냐구요?"
   "이걸... 다들 없앴는데..."
   "흐흐... 이 골프 선생, 지금 어디 있습니까?"
   "저야 모르죠. 내가 어떻게 알아요?"
   "그럴까요?" 운진이 저고리 앞 주머니에서 조그만 종이를 꺼냈다.
그 종이는 손바닥만한 사진이었다.
그 사진을 보는 순간, 정 여사의 얼굴이 새하얗게 변했다. "이, 이건!"
   "골프 선생하고 동거하시면서... 지금 나하고 뭘 하자는 겁니까?"
   운진이 걸터 앉았던 책상에서 내려섰다. "삼일을 드리죠. 이 수표에 적힌 금액을 갚던가, 아니면 골프 선생을 바치세요."
   "이보세요!"
   "차용증, 한글이라도 한국인 변호사에게 공증 받으면 됩니다. 그래도 한 때 같이 골프 치며 같이 먹고 다니고 실컷 놀던 냥반들이 우리 처 죽었다고 내가 아무 것도 모르려니 해서 이딴 유치한 수법으로 날?"
   "참 나아!"
   "갚아야 할 날짜에서 2년 넘었죠? 그거 다아 변호사가 이자 계산해서 청구할 겁니다. 그러면 나한테서 받아야 할 돈 보다 약 5만불이 나한테 돌아와야 합니다. 삼일."
   "삼일 같은 소리!"
   "안 그러면 차용증에 낙서한 대로 세탁소 접수하러 갑니다."
   "윽!"
   "잘못 걸렸죠?"
   "얘기 좀 해요."
   "골프 선생 내쫓으시되, 이리로 보내십시요. 그러면 빌려가신 돈, 안 받겠습니다."
   "골, 골프 선생을 왜..."
   "그 자가 우리 처에게서 욹어 먹은 돈이 어디로 갔나, 알아봐야죠. 간뎅이들이 부어갖고들 말야. 여성 골프회네 어쩌네 해 갖고는 작당으로 아녀자 하나를 매장시켜. 그러고 보니 정 여사님도 골프 선생하고 한패죠? 어디 있습니까, 그 작자?"
   "지금 여기 없어요."
   "미리 튄 거요, 아니면, 정 여사가 내찬 거요. 아니면, 낌새를 알고 내뺀 거요?"
   "이제 와서 이러면 재미없는데..." 정 여사가 눈을 가늘게 떴다.
   "재미없다구요? 그렇잖아도 나도 슬슬 정 여사님과 재미가 없어져 가고 있는 중입니다."
   운진은 책상에 기댔던 자세에서 바로 섰다. "골프 선생. 어차피 내가 사람 풀어놔서 조만간 잡히면 좋을 꼴 못 볼 겁니다. 내가 당신네들을 가만 놔둘 것 같소?"
   "정말 찾는 이유가 뭐예요."
   "정 여사님도 그 골프 선생 찾으시나 보네요?"
   "..."
   "그럼... 죽은 제 집사람이 그 자식한테 뜯긴 돈이 얼맙니까?"
   "..."
   "좋게 흥정합시다. 그 작자 넘기세요."

   변호사가 운진에게 돈 빌려준 것으로 남의 비지네스를 인수할 수 없다고 충고했다.
   "방법은 있죠."
그래서 운진이 벌인 다음 단계는 그들이 차용 증거로 끊어준 수표마다 날짜를 적고 입금을 시켜서 몽땅 부도나게 한 것이었다. 몽땅 부도나게 한 금액이 오십만불이 넘었다.
사람이 죽었다고 입 씻으려 했던 인간들이 하나둘씩 찾아왔다. 
찾아 온 이들은 거의가 여자들이었다.
그들은 당장 갚을 길이 막연한 처지들이었다. 아니.
영란이 죽고 없으니 그냥 넘어갈 줄 알았을 것이다.
운진은 악마가 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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