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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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8. 23. 05:03

   다음날은 첫 가게에서 만나기로 약속하고 운진은 애들 때문에 누이의 집으로 돌아왔다. 
돌아와 보니 집안은 난리가 나 있었다. 마잌이 코피가 터지고 누이는 얼굴이 맞았는지 퉁퉁 붇고 챌리와 킴벌리는 그 집 아랫층 화장실에서 울고 있었다. 
새 매형이란 자가 이층에서 내려왔다. 
   “어이, 처남! 어차피 쟤 친딸도 아니지?”
운진은 사태를 직감하고 눈을 지그시 감았다. 
챌리가 화장실에서 튀어나와 밖으로 나가려는 것을 운진은 있는 힘을 다해 붙잡았다.
챌리가 발버둥을 치고 우는 걸 꼭 끌어안고 운진은 흐느꼈다. 
부녀가 같이 부등켜 안고 대성통곡을 했다. 
챌리가 제 아빠의 허리를 꼭 끌어 안고 마구 울어댔다.
운진은 챌리를 머리며 얼굴이며 만지며 연신 미안하다고 말했다. 
챌리가 너무도 불쌍하고 죄 지은 애비가 해 줄 말은 없고 미안하다는 말로만 위로했다. 
킴벌리가 곁에 와서 아빠의 등에 기댔다.                                       
   “뭐야, 이것들이! 씨팔, 어디 초상났어!” 
새 매형이란 자가 초저녁부터 술냄새를 풀풀 풍기며 가까이 다가왔다. 어디서 많이 듣던 말 같다.
   내 이 새끼를! 
운진은 조가를 팰 때의 그 분노가 되살아났다.
운진은 아이들을 밖으로 내보냈다. “차에 가 있어.”
그의 매형이 운진에게 손을 내밀었다. “차 키 내놔.”
   “내 애한테 손댔어?”
   “그게 니 애냐? 니 처가 씹질해서 난 애지? 씨발, 병신같은 새끼! 이런, 아효, 쪼다새끼!”
   “말 다 했냐?”
   “다 했으면, 니가 어쩔래! 날 칠래? 병신 같은 씹쌔꺄! 마누라는 동네걸레로 만들어 놓고 쌔끼는 아깝냐? 병신 새꺄?” 
그 자가 구린내 나는 입을 가까이 대고 악을 썼다. 
운진은 눈을 딱 감고 그 자의 복부를 주먹으로 질렀다. 
주먹에 그 자의 배에서 뭉클한 게 느껴지고, 그 자가 억! 하며 입에서 토해냈다. 
그리고 그 자가 앞으로 고꾸라졌다. 
운진은 그 자의 등을 구둣발 뒷꿈치로 내리 찍었다. 
그 자가 악 소리를 내고 몸을 활처럼 휘었다. 
그 위를 운진은 또 한번 구둣발로 내리 찍었다. 
   “내 딸 건드렸냐? 개새꺄!”
   “그래! 내가 따 먹으려 했다, 이 씹쌔끼야!” 
그 자가 끙끙 소리를 내며 여전히 악을 썼다. 그 자의 입에서 똥쿠린내 나는 물이 연신 나왔다.
운진은 그 자의 얼굴을 구둣발로 있는 힘을 다해 걷어찼다. 
   “그래도 아가리는 살아서 나불나불 거리누나!”
그 자의 얼굴이 옆으로 돌아갔다가 다시 돌아오고는 토한 것 위로 푹 고꾸라졌다. 그리고는 그가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운진은 딸 둘을 달래고 달래서 모친의 아파트로 데려다 주고, 근처의 텅 빈 샤핑장으로 차를 몰았다. 
이젠 악 밖에 안 남았다. 누구든지 날 건드리기만 해라!
다른 데는 다 닫고 수퍼마켓인 푸드 라이언이 불이 켜져있는데 아마도 물건 채우는 인원들만 일하는지 출입문은 굳게 닫혀 보였다. 
그의 주머니에는 오불짜리 지폐가 하나, 그게 다 였다. 
아침에 누이에게서 얻은 십불에서 점심으로 오불을 쓰고 남은 잔돈이 전 재산이었다. 
운진은 차의 시계를 보고 열시면 좀 늦다고 생각하며 낮에 만난 세일즈맨에게 전화를 했다.    
그에게 머물 데가 없어서 몸 치레도 못 하고 천상 그만 두어야 한다고 말했더니 그가 만나자고 졸랐다. 
술이나 한잔 사고 말려면 그만 두라고 했더니 그가 오히려 '플리스?' 하며 만나 달라고 되려 사정을 했다.  
   그래서 운진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그의 집을 찾아갔다. 
그의 집은 외곽 지대의 대지가 몇십 에에커는 될 만한 농지 한복판에 자리잡고 있었다. 
그가 집 주위의 불이란 불을 환하게 켜 놓고 드라이브웨이에까지 나와 서서 기다리고 있다가 운진을 맞이했다. 
   "My friend!"
운진은 악수나 할 줄 알았다가 거구의 탐에게 안겼다.
그가 그의 등을 한참 두드리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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