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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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8. 23. 05:06

   이사들어 온 첫날 챌리와 킴벌리가 끝없이 이어진 울타리를 따라 걸으며 무슨 얘기를 길게 했다.
운진은 무슨 일을 해서라도 딸들이 자립할 때까지 열심히 하겠다고 제발 낙담하지 말아달라고 애원했다. 
챌리가 남친과 헤어졌음을 밝히고 저도 파트 타임으로 일해서 용돈을 벌고 킴벌리도 도와주겠다고 나섰다. 챌리가 남자네 집에서 선물로 받은 벤즈를 되돌려주었다는 말에 운진은 가슴이 무너졌다.
   운진의 딸들이 당장 컴퓨터가 없어 아빠가 오면 무료 도서관에 데려다 달란다고 기다리는 소리를 듣고 집주인 여자가 챌리와 킴벌리를 안으로 불렀다. 
그녀가 애들 보는 앞에서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 오는 길에 컴퓨터를 사 오라고 했다.
챌리와 킴벌리는 말도 안 된다고 펄쩍 뛰었다.
   컴퓨터가 생긴 저녁부터 챌리와 킴벌리는 원래 쓰던 이름으로 인터넷에 들어가고, 영문을 몰라 거북스럽지만 운진은 모처럼 만에 잠다운 잠을 잤다.

   딱 일주일이 지났다. 
첫 주의 주문양이 대충 삼만불이었고 그가 약속대로 6백불을 현찰로 봉투에 넣어 운진에게 내밀었다. 
그 돈에서 운진이 집 사용료를 다만 얼마라도 내야겠다고 얼마면 되겠느냐고 물었다가 탐이 화를 내는 바람에 머쓱해 했다.
   돌아 온 토요일에 탐이 바베큐 파티를 열어 그 부부와 운진과 딸 둘은 즐겁게 지냈다. 
그 날 운진은 바베큐를 맛있게 굽는 요령을 배우고 후에 써먹겠다고 장담했다. 
술도 몇순배 돌고 밤 늦어서야 파티가 끝났다. 
탐과 운진이 밖을 치우는 동안 새라와 운진의 딸들이 부엌에서 설겆이를 했다. 
안에서 계속 들려오는 웃음소리에 운진은 저으기 안심을 했다. 
그가 방으로 돌아와 씻고 나니 어느 덧 밤 열시였다. 
그가 자리에 들려는데 챌리와 킴벌리가 찾아왔다.
그들의 손에 하얀 종이 한장이 들려있었다.   
챌리가 주저하다가 말했다. 
   “Dad. You know Sue, right? (아빠. 쑤 알지, 그치?)”
운진은 알 것도 모를 것도 해서 망설이다가 되물었다. “Who’s Sue? (쑤가 누구야?)”
킴벌리가 말을 받았다. 
   “You know your niece Sunny, right? (아빠의 조카 써니는 알지, 그치?)”
그제서야 운진은 아아! 하고, 고개를 끄떡였다. 숙희씨 이름이 쑤!
   '그런데 숙희씨를 얘들이 어떻게...'
챌리가 들고 있는 종이를 내밀었다. “She’s coming to see you. (그녀가 아빠를 만나러 와.)”
   “Who?” 운진은 그 종이가 무슨 피할 물건인 것처럼 손을 피했다.
   “쑤 아줌마.” 킴벌리가 말했다.
운진은 가슴이 철렁했다. 
숙희가 온다는 말도 그랬지만, 애들한테 또 여자 문제로 상처주는 일이 생기기를 원치 않아서였다. “No. I don’t have any business with her! (아냐! 나 그 여자하고 아무 일도 없어!)”
킴벌리가 아빠의 침대로 올라왔다. “We heard everything about you guys from Sunny. (우리 두 사람에 대해서 써니한테서 다 들었어.)”
챌리가 종이를 아빠의 코앞에 들이밀었다. 
   “She sent an e-mail to show you. (그녀가 아빠한테 보여주라고 이-메일을 보냈어.)”
운진은 종이를 피해 몸을 웅크렸다. “No. I don’t want to see any women anymore! I had enough and I don’t need anymore! Whoever that is! (아니. 나 아무 여자들을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어! 지긋지긋하고 안 필요해! 그게 누구든!)” 
운진은 침대에서 도망할 자세까지 취했다.
킴벌리가 챌리의 손에서 종이를 나꿔채 아빠의 코 앞에 들이밀었다. “Read it! Okay, I’ll read it loud for you. (읽어! 좋아, 내가 아빨 위해 크게 읽을께!)”
   “No!” 운진은 귀를 두 손으로 막았다. 
다른 여자 말고 숙희씨라면 더욱 노다!
   “Dear Mr. Oh. 
   You said you are sorry for everything you did to me. And you kindly pointed out my problems that made you scared. Those words put me into deep thought and I went back to 22 years ago. I am sorry for what I did to you. I’m on vacation next week. I’ll fly to see you. Well, if this my e-mail also offends you, you can tell me so when we meet. I’ll tell Kimmie when I exactly take fleight. Bye!"
   킴벌리가 이-메일 내용을 크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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