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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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8. 24. 05:30

   공항 청사를 나오니 세 여자가 인도에서 돌아섰다.
   “Bring the car, dad! (차 가져와, 아빠!)” 
킴벌리가 고개를 까딱했다. 그리고는 숙희를 보고 한던 말을 이었다. 
   “I’m junior. (나 대학 3학년이요.)”
   “How’s your grade. (성적은 어때?)”
   “I got some C’s and a few B’s. (C 좀 있고 B 몇개.)”
   “I’m gonna ground you, Kimmie! (너 벌 줄 거야, 키미!)”
숙희가 말하는 걸 들으며 운진은 찻길을 건넜다. 
   ‘애를 그라운드 한다구? 아니, 뭐야. 지 애야? 나도 줘 본 적 없는 그라운드를!’
그런데 킴벌리의 그 다음 말을 듣고 운진은 기도 안 찼다.
   “How long... (얼마동안.)”
더욱 더 기도 안 찬 것은 숙희의 다음 말이었다. 
   “Until you get all A’s! (네가 모두 A받을 때 까지!)”   
운진은 길을 건너가서 하늘에 대고 소리없이 웃었다. 
그런데 더더욱 운진을 기도 안 차게 한 것은 킴벌리의 그 다음 말이었다. 
   “Dang...  (일 났네.)”
운진은 차고 한복판에서 그들을 돌아보려다가 달려오는 차가 빵! 하는 바람에 뛰었다.

   운진이 궁금해 하던 수수께끼는 탐의 별채에 도착해서 풀렸다. 
그 동안 아이들은 설이를 통해 숙희와 인터넷으로 밤마다 채팅을 해왔던 것이다. 
그래서 숙희는 모든 일을 소상히 알고 있고 아이들이 숙희를 개인적으로 만나보고 싶어 해서 겸사겸사 온 것이었다. 겸사겸사라고 그녀가 강조해서 말했다.
   탐과 새라가 숙희를 극진히 맞이했다.
숙희가 아이들과 한 방에서 자고, 이튿날 운진은 탐의 SUV에 같이 타고 일을 나갔다.
숙희가 차를 쓰겠다고, 챌리의 차를 빌려 타고 나갔다.
   운진은 하루종일 돌아다니면서 숙희가 왜 온 건가 연구해봤다. 
말은 겸사겸사라고 했는데 이제 와서 그녀의 의중을 떠본다든지 아이들이 친하게 구는 것을 기회로 삼는다든지 그런 비겁한 짓은 하고 싶지 않았다. 
만일에 경우 숙희가 어떤 색다른 제안을 하더라도 그는 자신의 양심이 허락하지 않음을 분명히 하겠다고 몇번이고 다짐했다. 절대 그럴 수는 없는 일이라고 스스로에게 못박고 일단 그렇게 마음을 굳힌 이상 운진은 세일즈에 온 신경을 썼다. 
   한국사람 가게이면 의례히 운진이 앞장 서서 상대했다. 
오후에 목을 축일 겸 어느 가게 앞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쉬는데, 운진의 셀폰이 울렸다. 
그의 누이에게서 온 전화였다. “그렇찮아도 연락을 한다 하면서...”
   “매형은... 좀 어떻소?”
   "에효... 그 인간, 술만 처먹으면 아무나 한테 실수하고, 혼난 게 어디 그 때 뿐이니?"
   "그... 나이들면 그러다가도 저절로 안 그러는데."
   "글쎄말이다. 그건 그렇구."
운진은 저도 모르게 긴장했다. 누이에게서 무슨 말이 나올까봐.
   "숙희... 너 보러 왔대매?"
   "어엉... 그 여자가 누이를 만나러 갔습디까?"
   "아니! 날 보러 올 리가... 설이가 나한테 전화했지. 근데, 설이 말이... 만일 그 아줌마가, 그러니까, 숙희가 널 혹시 만나러 온 거면, 잘 알아보고, 왜 뭘 원해서 그러는지, 일단은 삼춘이 조심했으면... 하던데."
   "에이, 난 또 뭐라고. 아무 일 없을 거니까 걱정마요!"
운진은 전화를 끊어버렸다.
   “You okay?” 탐이 물었다.
   “Yeah. I’m fine. Let’s go! (예, 괜찮소. 갑시다!)” 운진은 누이가 또 전화 할까 봐 조바심이 났다. 
전화는 다시 오지 않았다. 
그리고 운진은 누이의 전화 내용을 심각하게 여기지 않고, 곧 잊어버렸다.
   나머지 구역을 다 마치고 집으로 오니 아이들은 이미 돌아와 숙희랑 부엌에서 저녁을 준비하고 있었다. 
숙희는 얼굴만한 색안경을 여태 쓴 상태였다.
운진은 숙희에게 목례만 보내고 곧바로 씻으러 갔다. 
   집안에서도 색안경을 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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