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02

pt.2 7-4x064

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8. 24. 05:31

   그래서 운진은 챌리의 차를 몰고 숙희가 가라는 길을 따라 운전했다. 
큰길로 나가는 초입에 집을 판다는 팻말이 땅에 꽂혀있었다. 
운진은 숙희의 신호에 차를 천천히 몰았다. 
거기서부터 길게 뻗은 드라이브웨이의 끝에 불들이 휘황찬란하게 밝혀진 콜로니얼 형의 저택이 보였다.
   “비싸겠는데요...” 운진은 기가 죽은 목소리로 말했다.
   “한 원 앤드 해프 밀리언은 하겠죠? 가요.” 
   숙희가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방은 몇갤래나..." 
운진은 행여 그 집에서 총알이라도 날아올까 무서워 그 집 앞을 얼른 떠났다. “돌아가죠?”
   “좀 더 가 봐요. 어디 또 하나 나와 있나 보게.”
그러다가 그들은 큰 길가로 나와 속도제한대로 달려야했다. 
운진은 그녀가 그만 가라 할  때까지 가리라고 차를 계속 몰았다.
   “운진씬 왜 자신이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하죠?”
   “다른 사람이라면 몰라도 숙희씨께는 제가 나쁜 놈이죠. 그래 놓고 지금 와서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숙희씨의 프로포즈를 받아 들인다면 보통 뻔뻔한 놈이 아니죠.”
   “제가 운진씨를 용서하면요?”
운진은 전류에 감전된 사람처럼 놀랐다. “용서가 됩니까?”
   “제 부탁 딱 한가지만 들어주면 용서해 드릴께요.”
   “뭔데요?”
숙희가 암말없이 마침 나오는 공원 입구 길을 손가락질했다.
운진은 밤 늦은 공원에서 무슨 얘기를 길게 하려나 하고 차를 그리로 뺐다.
공원 주차장은 텅 비고 해진 후에는 닫는다는 팻말이 세워져있었다.
운진이 차를 세우고 엔진을 끄자 숙희가 먼저 내리며 그 보고 내리라고 고개짓을 했다. 
운진은 쭈뼛쭈뼛거리며 차에서 내려 사방을 둘러봤다. 
큰길로 차들이 씽씽 달리고 주위는 인가가 하나도 안 보였다. 
운진은 이상하게 묘한 기분이 들었다. 
   아차! 예전의 생각이 하나 떠올랐다.
숙희가 운진을 마주하고 섰다. “제 부탁 들어주신다고 하셨죠?”
   “예. 근데 무슨 부탁이신데...” 
   그는 말을 더듬었지만 이미 알아차렸다. "앗! 저기..."
   “이거예요!” 숙희가 운진의 다리를 걸었다.
그런데 운진이 잽싸게 피했다.
   "어주!" 숙희가 다리를 길게 뻗어서 운진의 무릎을 꺾었다.
운진은 억! 하고 풀밭에 주저앉았다.
   ‘내 이럴 줄 알았지!’ 
그가 '에이씨잇!' 하고, 일어나려는데 숙희가 그를 위에서 덮쳤다. 
그리고 그녀가 그의 입술을 덮쳤다. 
운진은 그녀를 밀어내려다가 그녀의 자존심을 생각하고 멎었다.
그러고 보니 그는 숙희의 가슴을 밀어올리고 있었다. 그녀의 풍만한 유방을. 
그가 손을 얼른 치우니 숙희가 몸무게를 실었다.  
그녀가 운진을 안고 돌아누워 그가 위에 위치하게끔 하고 계속 입을 맞췄다. 
그녀가 입술을 떼고 시커먼 안경을 그에게로 향했다. “이제 내 마음이 풀렸어요.”
운진은 그 때까지 몸에 힘을 주고 버티다가 힘을 빼고 그녀의 몸에 무게를 실었다.
   “몸무게가 이것 밖에 안 돼요?” 
숙희가 그를 흔들었다. 운진은 한국 남자치고 좀 큰 편이지만 그래도 그녀가 여태 상대해 온 미국 남자들의 덩치에 비하면 작고 가벼운 축에 든다.
그녀가 상대했던 남자들 중에는 몸무게가 거의 삼백 파운드 나가는 자도 있었다. 그런 자가 위에서 덮치면 꼼짝도 못하고 숨도 막혔었다.
그리고 그런 자가 팍팍 들이치면 그녀는 온몸이 파도쳤...
그러나 그녀는 두 팔을 돌려 운진을 꼭 안았다.
그는 몸에 힘을 가해 몸무게를 더하려 했다.
   “하하하! 오케이, 오케이. 알았어요. 그만!” 
   숙희가 간지러워하며 그를 밀었다. "숨 막혀요."

'[소설] 두개의 세상 pt. 02' 카테고리의 다른 글

pt.2 7-6x066  (0) 2024.08.24
pt.2 7-5x065  (1) 2024.08.24
pt.2 7-3x063  (0) 2024.08.24
pt.2 7-2x062  (0) 2024.08.24
pt.2 7-1x061 모든 일에는 그 까먹은 시작이 있어요  (0) 2024.08.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