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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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8. 24. 05:32

   그들이 별채로 들어서니 부엌에서 한 살림 차려놓고 숙제를 하던 킴벌리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봤다. 
챌리도 책인가를 들고서 입을 딱 벌렸다. 
둘의 입에서 동시에 탄식이 나왔다. 
   “What the... (뭐야.)”
그제서야 운진과 숙희는 자신들에게 마른 풀이 잔뜩 붙어 있는 것을 새삼스럽게 봤다.
   “What are you guys doing! (두 사람 뭐 하는 거예요!)” 
킴벌리가 말하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정말!"
챌리의 그 말에 킴벌리가 헤헤헤 하고 웃었다.
운진은 펄쩍 뛰었다. “It’s not what you’re thinking! (너희가 생각하는 그런 거 아냐!)”
챌리와 킴벌리가 서로 마주보고 입술을 삐죽거렸다.
   “I kicked his ass so he fell on the grass. (내가 그를 차서 그가 풀 위에 넘어졌다.)”
   숙희가 말하면서 그의 엉덩이를 차는 시늉을 했다. "I kicked it hard! (아주 세게 찼지!)"
   “쿨!” 
챌리와 킴벌리가 하이 파이브를 했다.
운진은 고개를 절래절래 저었다. 그러면서 그는 안심해 가는 자신을 발견했다.

   숙희가 집을 사려고 보러 다니는 것을 알고 탐이 자신의 집 대지를 흥정하자고 말해서 싯가인 백오십만불 보다 이십만불 낮게 흥정했다. 백삼십만 불로.
숙희가 거침없이 가계약을 했다.
운진은 무슨 장난을 보는 기분이었다. 
무슨 여자가 능력이 얼마나 되길래 집 사는 것을 백화점에서 청바지 고르는 것 보다 더 쉽게 사는 지...
숙희는 캘리포니아로 돌아가기 전에 볼 일이 아직 남았다고 렌트카를 빌려서 떠났다.
   아니... 그냥 나보고 이런 식으로 무턱대고 결혼하자는 거야? 
운진은 약간 어이가 없어졌다. 그냥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이 뭐 하자는 거야...
22년 만에 다시 만나졌다고 반가워 하는 것도 그는 이해가 가질 않았다. 
그녀가 모친 상을 당해서 왔었을 때만 해도 전혀 가까이 접근하려는 기미가 없었다.
당시 운진은 그런 생각에 근처도 가지않았다. 당시 아내가 죽은 지 뭐 얼마나 됐다고. 
그 때야 말로 20년 만에 만나진 숙희인데, 혹시나 하는 마음을 먹었겠나.
숙희 그녀도 모친 상을 치루고는 고맙다는 치하만 하고 돌아갔지 않는가. 
숙희는 그 때 일주일 정도 밖에 시간 없다 하고는 말도 없이 떠났다.
그 때 누이가 하도 성화를 부려서 설이 편으로 쪽지를 주라고 맡긴 것이 다였지 않는가.
   그런데 애들하고 무슨 채팅인지 이-메일인지 나눴다 하고는 느닷없이 나타나서는 '나 애들의 엄마가 되고 싶어요' 하더니 우리가 살 집이라고 탐의 집을 떡 허니 가계약을...
그리고 운진은 누이를 밖에서 만나서는 설이에게 절대 아는 척 하지않겠다는 다짐을 받고 궁금해 하던 것을 묻게 했다.
   숙희가 뭐 하는 사람이고 왜 갑자기 이런 식으로 나오는지.
   "엄마. 우리 부사장 아줌마, 좀 이상해. 거의 집에 안 들어오고... 회사에서도 그리 열심히 일하는 것 같지 않은데, 아직도 부사장이야. 삼춘보고 결혼, 진짜 심각하게 생각하라고 해, 엄마. 간단히 말하면, 부사장 아줌마... 바깥 생활이 정상적인 사람들하고 다른 것 같어."
설이의 말이었다고.
설이는 숙희아줌마의 비서로 월급을 받고 있지만 하는 일이 거의 없다고. 
끽 해야 그 아줌마의 잔심부름이나 할까. 그런데도 월급은 또박또박 나오고. 
그리고 웬만한 매네저들보다도 훨씬 많이 받는다고.
   여자의 바깥 생활이 정상적이 아닌 것처럼 설이의 눈에 보였다면. 
   즉 한 집에서 기거하는 사람의 눈에 그렇게 보였다면, 그게 뭘 의미하는 것일까. 
운진은 숙희가 캘리포니아로 돌아가기 전에 볼 일이 있다 한 것만 기억났다. 벌써 사흘짼데...
그런데 딸들은 어떤 경로를 통해서인지 그녀와 연락을 취하는 눈치였다.
   어느 날 챌리가 뭘 프린트 해서는 아빠에게 가져왔다. 
   "아줌마가 이거, 아빠..."
운진은 딸의 눈을 보며 그 종이를 받았다.
흰 종이에 깨알 같이 인쇄된 내용은 어떤 돈을 상세히 나눈 설명이었다.
운진은 더 들여다 보고서야 눈에 익은 이름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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