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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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8. 24. 05:31

   둘은 일어나 풀 위에 앉았다. 
그들의 등 뒤로 차들이 씽씽하고 달리는 소리가 들렸다. 
   “남들이 보면 낼모레... 환갑을 바라보는 두 늙은이들이 주책이라고 하겠네요.” 
운진이 말하고 나서 킥킥 소리내어 웃었다.
   “운진씬 그렇게 생각들지 몰라도 전 아직도 22년전 일을 지금도 기억하고 그 때의 그 기분인데요? 저한테는 그 때 시간이 멎었어요.”
   “저, 오션 씨티 갔었읍니다.”
   “설이한테 얘기 들었어요. 이상하죠? 저는 해마다 그 호텔을 찾아 갔었는데, 그 때만 이상하게 안 가졌어요. 태풍이 아마 왔었죠?”
   “오셨더라면, 아마, 우린 힘들었을 겁니다.”
   “그랬을 거예요.”
둘은 그 때의 상념에 젖어 깜깜해서 아무 것도 보이지않는 숲을 바라다봤다. 
숙희는 나무들의 굴곡선 위로 희미한 하늘이 마치 흰 이를 내보이며 웃고 있다는 착각을 가져봤다. 
   마치 어느 인간이 그녀에게 그렇게 웃는 것처럼.
   그 인간이 감히 네가 날 배신해 하는 것처럼.
그녀는 저도 모르게 진저리를 쳤다. 일단은 돌아왔는데 앞으로가 문제네...
운진이 큰 기침을 연달아 몇번하고는 말을 꺼냈다. “한시도 잊은 적 없었읍니다.”
숙희가 그의 손을 찾아잡고는 벌떡 일어섰다. “가요, 우리!”
운진은 꺼꾸로 여자가 잡아주는 손에 의해 일어섰다.
   “그 말을 듣고 싶었어요. 다른 무슨 말보다 바로 그 말을 듣길 원했는데, 하시네요.”
   "사실이거든요. 죽은 그 사람도 늘... 껍데기를 안고 산다고 했습니다."
   "지금 그 얘기는 불필요했죠?"
운진은 저도 모르게 언성을 조금 올려서 말했다. “정말이라니까요. 심지어, 이런 말을 해도 되나 모르지만, 죽은 아내와 자면서도 생각은 늘 숙희씨한테 가 있었읍니다. 그 사람이 그걸 알고 많이 괴로워 하고 저는 저대로 늘 안 좋고 그랬읍니다. 지금 이렇게 빈털털이가 된 것도 다아 제가 저지른 일에 대한 업보라고 생각합니다.”
   “아 참, 그 사기친 여자말예요. 곧 우리가 맞고소 할 꺼예요.” 
숙희는 이미 운진의 말에는 관심도 없다는 듯 다른 말을 꺼냈다.
   “녜? 맞고소요? 사기친 여자... 라뇨?” 
운진은 설마 정 여인을 말하나 했다. 이 여자가 그런 걸 어떻게 알지?
   “제가 전에 운진씨 변호를 해 준 그 변호사한테 의뢰해 놨어요. 아마 그리 오래 안 걸릴 거예요. 사기는 운진씨가 당했어요. 변호사끼리 짜고 한탕 해 먹은 케이스.”
   숙희가 습관처럼 운진의 어깨를 툭툭 쳐주다가 옷에 붙은 풀을 뜯어주는 척했다. “저, 여자처럼 굴도록 노력할 거예요. 하루 아침에 안 될 거니까 참고 지켜봐 줘요?” 
   "녜?"
숙희가 몸으로 운진을 밀었다. “우리... 22년 만에 다시 만났는데, 싸우지 말아요."
   "우리가, 싸우는 겁니까?"
   "부부가 싸움하면 이렇게 해요?"
   "왜요. 치고 받고 싸우죠."
   "흥! 정말 그 새 많이 느셨네."
   "원래 제가..."
   "아 참, 내가 운진씨 부인에 대해서... 위로의 말을 했나요?"
   "어... 녜?"
   "차차..."
안경 아래로 보이는 그녀의 입술 미소와는 달리 그녀의 음색은 그리 밝은 편이 아니게 느껴졌다.
   "숙희씨야 말로 모친상 당하시고... 제대로 위로의 말을 할 새가 없..."
   "대신 많이 도와주셨잖아요."
   "그 때, 참..."
운진은 그가 거둬서 준 돈이 궁금했다. 아무래도 매자씨가 다 가로챘을 걸. 
   "그 때 도와주신 걸로 전 알았는데요?"
   "어, 녜에..."
   "덕분에..." 
숙희는 그 다음 말을 생략했다. 하지 말고 그냥 넘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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