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희는 모든 서류 관계를 운진의 폭행 케이스를 맡았던 같은 변호사에게 일임하고 떠났다.
운진은 예나 마찬가지로 탐과 세일즈를 나갔다.
운진의 얼굴이 밝아지고 그가 말을 자신있게 내뱉으니 매상도 제법 눈에 띄게 올라갔다.
자연 그의 루트가 형성되었고, 그래도 운진은 탐과 같이 다녔다.
설이가 제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운진은 누이로부터 얼른 이해하기 어려운 소식을 전해들었다.
부사장 아줌마가 메릴랜드로 돌아가는 것을 캘리포니아 쪽에서는 아무도 그 영문을 모른다고.
원래는 메세추세트 주에 있는 어떤 큰 회사가 메릴랜드 주에 있었던 회사, 즉 숙희가 마지막까지 부사장격으로 일했었던 융자회사를 합병하고 간판을 아예 내려버렸는데.
그리고 숙희는 메릴랜드에서 혼자만 살아 남아 캘리포니아의 자매회사로 전근을 간 것인데.
그녀 단독으로, 설이도 빼놓고, 메릴랜드로 지사를 차려서 돌아간다고...
그러면서 숙희가 설이보고 그랬다고.
'어쩌면 살아서 서로 다시 볼지 잘 모르겠다' 라고.
"캘리포니아에서 또 짤려 오는가 부지?" 운서가 남동생에게 물었다.
운진은 뭐 그리 답변하고 싶은 마음이 안 생겼다. 사실 그는 숙희에 대해서 아는 게 별로 아니 거의 없다. "몰라요."
"너랑 결혼한대매. 그런데 니가 몰라?"
"아이고, 모르겠소, 뭐가 뭔지."
"처음에 좋을 땐 다 그렇지, 뭐."
운진은 그 정도에서 누이와의 통화를 마쳤다.
그는 아직도, 그리 늠름하고 씩씩하고 늘 자신만만하게 느껴졌던 숙희가 무릎을 꿇고 그녀가 처한 위험으로부터 구해줄 사람은 오직 당신이라고 말한 것이 의아스럽다.
내가 무슨 구세주도 아니고.
아닌 말로 그녀 곁에 있는 못 된 놈을 한방에 날려보낼 정도의 깡패도 아니고.
돈이 아주 많아서 행여 그녀가 빚이라도 진 것을 척척 갚아줄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끽 해야 술 주문이나 받고 다니는 말단 세일즈맨인데.
그렇게 반신반의하는 운진에게 숙희에게서 전화가 왔다.
그녀가 이렇게 물었다.
아직 마음에 변화가 있는 건 아니지요 라고.
"지금 나는 여기를 인수인계하는 작업 중이예요. 한달 안으로 돌아가는데, 만일 운진씨가 변심하면 나는 비행기에서 그냥 뛰어내릴 거예요. 알았죠?"
"프로포즈 한 것 갖고... 아주 대놓고 협박이십니까?"
"네! 나 지금 운진씰 협박하는 중이예요. 하여튼 운진씨가 변심하든 어쩌든 나는 여기를 정리하고 그리로 가요. 그 전에 의논할 게 있으면 또 전화할 께요."
운진은 탐에게서 얻은 위스키 한잔을 마주하고, 아주 오래도록 생각에 잠겨있다.
탐 내외는 그 동안 살아왔던 가구와 기물들을 처분하는 중이다.
집을 인도하고 나면 아주 간편히 두 내외만 남 캐롤라이나 주의 힐튼 섬으로 들어간다고.
운진은 숙희가 말한 대로 탐에게서 아무 것도 얻으려 하지않았다.
그리고 그는 정 여인과 두 변호사를 맞고소한 재판에서 최종적으로 승소했다.
그들도 순순히 되물려 주는 것은 아니었다.
운진은 영란이 마지막까지 살았다가 간 집과 조가에게 팔았다가 다달이 내야할 노트페이를 갚지않아 도로 획득한 술가게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운영했었던 술가게와 그 옆에 새로 개설한 캐리아웃 등등 모두 되찾았다.
그러나 그것들은 찾아지는 대로 곧바로 다 팔리게 되어 있었고.
팔린 돈들은 숙희가 그녀의 변호사에게 의뢰한 대로 그녀가 미리 지정한 이들에게 골고루 분배되어 있었다.
물론 그 돈에서 탐의 집을 사는 계약금이 나갔다.
그는 그가 형록과 영아에게 주었던 캐리아웃이 건져진 것만 다행으로 여겼다.
이제 그는 술가게가 없어졌다.
운진이 한 일이라고는 변호사 리차드란 이가 시키는 대로 사인하라는 데에 사인만 한 것이었다.
운진 자신도 뭐에 눈이 멀었는지 모른다.
어차피 다 잃었었던 것들을 되찾았다고 다시 덤벼들 마음도 안 일었다.
만일 재판에서 못 이겼다면 영원히 빼앗길 재물들이었다.
그는 숙희가 돌아온다 한 그 날만 묵묵히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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