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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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8. 25. 00:13

   금색 드레스를 입은 챌리와 군청색 줄무늬 턱시도를 입고 온 그의 남친은 손을 잡고 사람들 사이로 걸어 다녔다. 
붉은색 드레스를 입은 킴벌리는 어느 재벌 집의 같은 나이 또래 남학생과 눈이 맞아 나란히 걸었다. 
사람들이 자매에게 넓은 자리를 양보해 주었다. 
한쪽에 자매가 한줄로 서고 맞은 편에 남자둘이 나란히 서서 인사를 하고는 경쾌한 폴카 음악에 맞춰 좌로 우로 돌아가며 손뼉을 치며 춤을 추기 시작했다. 
운진은 딸들이 언제부터 그런 춤을 출 줄 아는 지 의아했다.
그 날 자매의 행복한 웃음소리가 넓은 대지를 메아리쳤다. 
그 날 자매는 엄마를 잃은 딸들 답지 않게 몹시 행복해 했다. 
   숙희는 남자 참석객들과 거의 돌아가며 짝이 되어 춤을 추었다. 
그녀의 백옥 같이 흰 드레스와 그녀의 흰 피부가 보는 이들로 하여금 온통 눈부시게 했다.
운진은 복받치는 감정에 못 이겨 손에 낀 흰장갑으로 연신 눈을 비볐다. 누가 등을 쳐주기만 해도 통곡이 터져나올 것 같은 감격에 속에서는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숙희가 하늘 높이 부케를 날렸다. 
사람들이 박수를 쳤다.
그 부케는 하늘에서 내려올 줄을 모르고 긴 포물선을 그리며 천천히 아주 천천히... 
마치 공중에 정지한 듯 그렇게 아주 느리게 내려왔다. 중력만 아니면 그 부케는 파란 하늘을 뒷배경으로 공중에 영원히 머물 것처럼 그렇게 천천히 내려와 누군가의 팔에 안겼다. 
사람들이 와아! 하고 박수를쳤다.
부케는 챌리의 품에 떨어지고 그녀는 저도 믿지 못 하겠다는 듯 손으로 가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녀의 남친이 두 팔을 허공으로 뻗치며 예이! 하고, 소리를 질렀다.
   
   운진은 한 세상에서 다른 세상으로 넘어가는 딸들을 지켜보며 소리 없이 눈물을 흘렸다. 
그날 따라 세상에서 내 딸들 보다 예쁜 여자가 있으면 나와 보라고 소리치고 싶었다. 
그는 숙희가 챌리와 킴벌리를 양팔로 감싸고 다가오는 것을 보고 저도 모르게 벌떡 일어나 인사를 했다.
   “우린 바로 떠나죠.” 
   숙희가 말했다. "비행기 시간이 촉박해요."
운진이 큰소리로 대답했다. “녜! 그, 그러시죠!”   
챌리가 아빠의 쩔쩔매는 모습을 보고 웃었다. 
킴벌리가 숙희더러 맘 어쩌고 하면서 귓속말을 했다. 
그리고는 세 여자가 웃었다.
운진은 킴벌리가 숙희를 엄마라고 부르는 것을 듣고 감동을 받았다.    
숙희가 챌리를 가볍게 포옹했다. 
   “챌리야. 너도 이젠 나를 엄마라고 부를 거지?”
챌리가 고개를 끄떡이며 순식간에 울상이 되었다. 
챌리가 눈물을 얼른 훔치고는 말했다. “근데, 아줌마는 애도 안 낳았는데, 어떻게 엄마 소리를 들을 수 있어요?”
   “어, 얘가, 또? 그래서 못 한다 이거니? 너 아줌마한테 맞아볼래?” 
숙희가 챌리의 팔을 꽉 잡았다.
챌리가 자지러지며 두 손으로 싹싹 빌었다. 
   “앗, 쑤 아줌마, 아니, 잘못, 했어요... 엄마...”
그리고는 챌리가 새 엄마 쑤의 목을 안고 매달렸다.
킴벌리가 자꾸 발돋음을 하며 숙희와 키를 맞춰보려고 애썼다. 
   카메라맨이 어느 새 다가와 기회를 엿보다가 샤터를 눌렀다.
일부러 시킨 것도 아닌데, 운진과 숙희가 가운데에 나란히 서고, 챌리와 그의 남자, 킴벌리와 결혼식장에서 알게 된 남학생등 여섯명이 동시에 카메라를 쳐다봤다.
그 외 카메라 가진 이들이 마치 차례처럼 주욱 돌아가며 셔터를 눌러댔다.
운진은 설마 그리고 행여 하며 동양인들 얼굴을 찾았다.
숙희가 그의 그런 것을 눈치챘다. "누굴 찾아요?"
   "아니요!" 운진은 얼른 바로 했다.
어디서 차가 빵빵 소리를 냈다.
   "Limo's here! (리무진 왔다!)" 키미가 크게 말했다.
숙희는 운진의 팔을 사정없이 잡아 끌기 시작했다.  
운진은 힘 없이 끌려가며 주위를 자꾸 둘러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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