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02

pt.2 8-1x071 결혼식과 이방인

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8. 25. 00:12

결혼식과 이방인

   숙희가 신혼여행지를 놓고 운진과 옥신각신했다.
운진은 가까운 데로 하는 게 어떻겠냐고 겸손했고, 숙희가 해외로 나가보자고 우겼다.
   "운진씨보고 돈 대라고 안 해요."
   "오, 돈 따로 하나 보죠?"
   "예에?"
   "아니, 내 돈은 숙희씨 맘대로 다 나눠 줘버리고. 그래서 간소하게 하자 하니까 숙희씨 돈으로 해외 가자 하니까..."
   "계속 하세요."
   "아뇨, 뭐... 좀, 그러네요. 난 어떻게 한푼도 안 남게... 싹 나누어 주고."
   "내가 그렇게 한 이유를 정말 몰라서 그러세요?"
   "녜. 모르겠는데요?"
그런데 잠자코 쳐다만 보고 있던 챌리가 답답했던지 제 아빠보고 가만 있으라는 손짓을 보내왔다. 
   "아빠. 그만 해."
킴벌리가 챌리의 귀에다 뭐라고 했다.
챌리도 킴벌리에게 뭐라고 속삭였다.
   "Dad. Dad. Back off. (아빠. 아빠. 물러서.)"
딸들도 이해하는 걸 아빠가 모른다는 말 같다.  
운진은 이방인 여자가 불쑥 나타나서는 딸들을 쇄뇌시켰나 하는 의구심도 들었다.

   영호가 운진보고 만나자고 연락을 취해왔다.
   "매형이 골프 선생한테 내놓으라고 한 거... 다는 아니고, 반 정도..."
   "그래? 그럼, 그것에서 반만 나 주라."
   "반만?"
   "반은, 처남 해."
   "웬일... 이지?"
   "얼른! 아무한테도 말하지 말고."
그리고 영란한테서 돈 빌려간 이들이 역시 다는 아니고 거의 대부분의 금액을 갚았다.
운진은 그것들을 받아서 몰래 감추었다.
아무래도 현찰을 따로 가지고 있어야 급한 일이 생겼을 때 쓸 수 있으니까.
그러나 그 돈은 딸들에 의해서 발각되었다.
그리고 그 돈은 숙희에게 압수되었다.
그제서야 운진은 깨달았다. 숙희가 왜 그러는 지를...
돈 관리를 할 줄 몰랐기 때문에 그 동안 괜찮게 벌었으면서도 그 모양 그 꼴로 살았다고.
이제부터는 크레딧 카드도 허락 없이는 긁지 못 하고, 그리고 용돈을 타서 쓰라는...
   "이 결혼, 후회하세요?" 숙희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녜? 전 그런 말, 한 적 없는데요?"
   "그럼, 내 말대로 하세요!"
   "슬슬 후회드는데요?"
   "때는 이미 늦었어요!"

   그들의 결혼식에 참석한 그녀의 회사 동료 중에는 자가용 비행기를 타고 서부에서 날아온 대재벌회사의 총수도 있었다. 
어떤 인사는 자가용 헬리콥터를 타고 와서 풀밭에 내렸다. 
대지 이십에이커가 축하객들의 고급 차들로 거의 메워졌다. 
한층 세련되게 변한 설이가 남자 친구와 같이 왔다.
그가 장사 계통으로 아는 축하객들은 아무리 잘 차려입고 왔어도 숙희 쪽의 축하객들과는 비교도 안 되게 초라해 보였다. 
   주례를 선 목사가 이제 신랑 신부는 키쓰를 해도 좋다고 말했을 때 운진은 정신이 아득해져서 못 알아듣고 있다가 숙희가 먼저 키쓰를 해서 참석객들을 웃겼다.
운진은 완전 구십도 자세로 숙희의 곁만 졸졸 따라다녔다. 
그는 만난 적도 없는 자들과 수도 없이 악수했다.
그녀는 뭇사람들과 수도 없이 포옹 당하고 또 포옹했다.
브래스 밴드가 연주를 하고 참석객들의 댄스 파티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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