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톤 디 씨 네쇼널 공항을 이륙한 브리티시 에어라인 점보기가 오를 만큼 오르고 평행을 이루자 시트 벨트를 빼도 좋다는 불이 들어왔다.
숙희가 의자에서 일어나려 했다. "저, 잠깐만요?"
"아, 녜!"
운진은 무릎을 비키려고 얼른 움직였다. 행여 숙희가 후미에 있는 화장실을 가려나 해서 제 딴에는 괜찮나 미리 돌아보려다가 그의 볼이 그녀의 엉덩이를 건드렸다.
놀란 쪽이 오히려 운진이었다.
그녀의 물컹한 엉덩이 감촉보다 실례했다는 당황이 더 컸다.
숙희가 가고 난 후 운진은 볼을 만졌다.
남자도 힘들다는 힘든 운동을 한 몸치고는 의외로 부드러운 살이다. 비록 이십대 처녀같은 몸매는 아니지만 여태 혼자 살아왔으니 아이들도 낳고 연륜이 흐른 동년의 소위 아줌마 같은 몸매도 아니었다.
'내가 이러다가 어디 가서 천벌을 받지...'
숙희가 돌아왔다.
운진은 얼른 일어섰다. 그녀가 닿지 않고 잘 지나가도록.
"비행기 처음 타보세요?" 숙희가 미소를 지었다.
"왜... 물으세요?"
"긴장되어 보이셔서."
"물어보시니... 신혼 여행 때..."
"어디를 갔는데요?"
"하와이... 요."
"해외네요."
"그... 그런가?"
숙희가 운진을 팔을 가져다가 목에 둘렀다.
운진의 손끝이 절로 숙희의 가슴께로 넘어갔는데, 그가 기겁을 했다.
"극장에서 보니까 남녀들이 이렇게 하던데, 안 하시네요?"
"하, 하죠." 하고, 운진이 숙희의 어깨에다 손끝을 얹었다.
"전부인한테도 이런 식으로 했어요?"
운진의 손이 싹 물러갔다.
숙희가 운진에게 머리를 기댔다. "나라도 이렇게 해야 신혼여행 가는 기분일래나?"
운진이 비키려다가 굳었다. "불편하실 텐데..."
"좀 쉴께요?"
"그러시죠."
비행기가 런던 히드로우 공항에 내릴 때는 밤비가 내리고 있었다.
"차 렌트 할 거죠?" 숙희가 물었다.
운진은 여행 계획을 숙희와 아이들이 짜놓고 묻나 해서 머리를 긁적거렸다. "그, 그래야죠."
"참! 영국은... 아시죠?" 숙희가 모로 운전하는 제스처를 보였다.
"참! 왼쪽으로 운전하죠."
"이상하겠다, 그죠?"
"그냥... 대절할까요?"
"그게 낫겠어요?"
숙희가 운진의 팔을 잡았다.
운진이 반사적으로 굽실했다.
"아이, 참! 왜 자꾸 그래요?"
"아, 녜..."
왜 안 굽실거리게 생겼나.
운진으로서는 숙희와 결혼하고 신혼 여행 간다는 것이 황송 자체인데...
챌리와 킴벌리는 그들도 처음일 텐데 마치 익숙한 것처럼 저들의 가방을 찾아서는 앞장 섰다.
"여긴 하루만 있을 거니까, 뭐..."
숙희의 그 말에 운진은 그제서야 으잉 하고 놀람을 삼켰다. "다른 데로 갑니까?"
"유럽요."
"영국은, 그럼, 유럽이 아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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