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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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8. 25. 00:18

   챌리로서는 새엄마가 키도 크고 인물도 좋고 해서 부러움만 가득하다.
죽은 엄마는 화장하면 예쁘다라고 불리웠지 인물 좋다로 불리운 것 같지는 않다. 불행하게도 챌리의 기억에 남은 엄마의 모습은 마지막 투병 때의 망가진 모습이다.
네명이 나란히 걷자니 챌리가 제일 작다.
   아빠와 새엄마가 거의 비등하고, 킴벌리는 아빠의 귀에 닿고, 챌리는 킴벌리의 귀에 닿는다. 화가라는 아빠가 약골에다 빈약한 몸체라서 챌리는 괜히 원망스럽다. 
게다가 챌리는 엄마의 짧은 사지를 닮았다. 
반면 킴벌리는 아빠의 좋은 점만 쏙 빼닮았다. 킴벌리는 아빠의 굵은 눈썹도 가졌다.
그리고 킴벌리는 아빠의 뼈를 닮아서 장난치면서 건드리면 챌리는 아파서 죽는다...
   그래도 챌리는 아빠나 새엄마가 줄곧 물어봐 주니 기분은 좋다.
챌리가 프린트 해 온 자료를 들춰가며 저건 뭐고 여기는 뭐가 어떻고 설명하면 모두들 신기해 하는 모습들에서... 
챌리는 보람을 느낀다.
그리고 챌리는 이번에 따라온 여행에서 또 다른 것을 느꼈다.
아빠가 기회만 되면 챌리에게 팔을 두르고 나란히 걷는다는 것을...
그리고 시간이 가면 갈수록 아빠의 손에 힘이 더 들어간다는 것을...
챌리는 킴벌리가 새엄마에게 매달리고 응석부리는 것을 보면서 질투라든지 섭섭함이 들지 않았다. 그래서 챌리는 찻길을 건널 때마다 아빠가 손을 잡으면 아빠의 그 손을 꼭 잡았다. 
다 큰 처녀가 아빠의 손을 잡고 길을 건넜다.
장갑낀 두께를 뚫고 아빠의 마음과 온기가 전달되어왔다.

   운진은 챌리와 눈만 마주치면 웃어주었다.
손을 놓으면 당장이라도 날아가 버릴 것 같은 착각에 행여나 놓칠 새라 챌리의 손을 꼭 잡고 다녔다. 친아빠가 아닌데다가 재혼을 했으니 어떤 충격이나 실망감으로 떠내려 갈까봐 늘 조바심이 난다.
그래서 신혼 여행에 동참시킬 때 찬성했던 것이다.
   "챌리. 이런 데는 뭐 기념품 같은 거 살 데 없어?" 
운진은 우정 다 들으라고 큰 소리로 챌리에게 물었다.
   "기념품요?"
   챌리가 혀를 쏙 빼물었다. "유치하게, 아빠."
   "유치한 거니?"
   "뭐. 무슨 기념품?" 숙희가 끼어 들었다.
킴벌리도 머리를 들이밀었다. "Me, too! (나도!)"
그래서 일행은 길가에 즐비한 상점들 중에서 그래도 구경꾼이 제법 되고 규모도 괜찮아 보이는 가게로 들어갔다. 
그 가게는 말 그대로 기념품 가게였다.
운진은 그제서야 자신은 돈이 한푼도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완전 빈털털이... 폼만 재게 생겼군. 
숙희는 새로 생긴 딸들과 그 상점 안을 거의 다 둘러봤다. 
   "운진씨는 뭐, 봐 논 거 있어?"
   "나야, 뭐... 빛 좋은 개살구." 운진은 짐짓 삐친 척 했다.
   "사 줄께. 뭐?"
   "This! (이것!)" 
운진이 가리킨 것은 스위스 풍속 의상인지 알록달록한 인형이 서로 손잡고 댄스를 하는 모형이었다.
   "챌리야. 니네 아빠 진짜 유치하다아!" 숙희가 웃었다.
   "I told you! (그렇다니까요!)"
   챌리가 아빠에게 눈을 흘겼다. "Dancing doll... (춤추는 인형이라니.)"
그런데 킴벌리가 그 춤추는 인형들을 진열된 중에서 집는 것이었다. "What's wrong with that? I like these. (뭐가 잘못됐는데? 나 이런 것들 좋아해.)"
   "Are you serious? (너 정말이야?)" 챌리가 입을 다물지 못했다.
   "Yes!" 킴벌리가 하나도 빼놓지 않고 다양각색의 인형들을 죄다 골라냈다.
   "가만 보니 킴벌리가 운진씨 취향을 닮았네?"
숙희의 그 말에 운진은 유치하다며 하고 말하려다 말았다.
반면 챌리는 그림엽서 같은 것을 고르는 것이었다.
대금은 물론 숙희가 치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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