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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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8. 25. 00:17

   숙희는 집에 있을 때는 커피를 거의 안 했다. 
그녀는 주로 나가서 사 마셨다. 회사 구내 식당에서. 혹은 샤핑 몰 같은 곳의 체인점에서.
설이가 같이 있을 때까지는 어쩌다 주말에 얻어 마신 것이 다였다.
이제 신혼여행을 와서 남편된 이가 타 준 커피를 기울이며... 
숙희는 그가 자꾸 귀여워진다. 마치 없던 남동생이 새로 생긴 것처럼.
그래서 그녀는 그런 일종의 무례한 생각을 지우려고 자꾸 눈웃음을 쳤다.
그녀가 팬티 브래지어 바람 위에 걸친 털코트가 어깨부터 미끄러지려 했다. 다른 때 같았으면 가렸을 그녀인데 첫날밤을 치뤘다고 남편의 눈 앞에서 그냥 내버려두었다.
운진의 시선이 숙희의 건장한 어깨가 노출되는 것을 보고는 그가 조심스레 손을 뻗어서 털코트를 올려 주었다. "잠깐, 실례..."
숙희는 그의 동작을 눈 내려서 보기만 했다.
   "어깨가 추울까 봐..."
   운진은 마저 가려주지 못하고 손을 얼른 치웠다. "어깨가 차, 차네요."
   "내 마음은 어젯밤의 흥분으로 아직도 뜨거운데?"
   "녜?"
   "어젯밤 난 아주 좋았거든."
   "아..."
운진은 뜬금없는 죄의식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나는 도둑놈!' 
   "첫날 밤치곤, 좋았던 것 같애. 아아, 이런 게 남녀 간의 섹스구나. 아니다!"
   숙희가 입을 손으로 가리고 웃었다. "부부의, 뭐지, 사랑."
그런 단어들이 튀어나올 때 얼굴이 붉어지도록 민망해 하는 쪽이 운진이었다.
   게다가 지난 밤 벽난로에서 비춰주는 어둡고 움직이는 불빛에 노출된 숙희의 알몸은 그야말로 팔등신이었다. 쭉쭉 뻗은 사지와 아직도 잘록한 허리에 튼튼하게 받쳐주던 골반...
   '내가 이러다 천벌을 받지...' 
운진은 속으로 고개를 수 없이 저었다. '이러다 내가 제 명에 못...'
숙희가 잔을 내려놓았다. "집에서도 자기가 나 커피 타 줄 거야? 주말마다?"
   "녜... 그, 뭐 어렵다고..." 하룻밤 잤다고 대놓고 자기?

   운진이 생전 안 하던 짓으로 커피를 더 만들고 장 봐었던 재료를 가지고 간단한 아침을 만들었다.
딸들이 밖에 왔다.
노크 소리가 먼저 나고, 들어가도 돼요? 하고, 챌리의 음성이 들렸다.
운진이 숙희가 털코트만 걸친 것을 얼른 봤다.
그런데 숙희가 큰 소리로, 응! 들어와! 하는 것이었다.
나무문이 빼꼼히 열리고 눈동자 네개가 안을 들여다 봤다.
숙희가 들어오라는 손짓을 했다.
   "굿 모닝! 하이이!" 킴벌리는 숙희에게 달겨 들었다.
킴벌리가 새엄마를 포옹하고, 숙희의 털코트가 조금 벗겨지려했다.
   "오, 쏘리, 쏘리!" 킴벌리가 새엄마의 어깨를 도로 가려주었다.
   "안녕히 주무셨어요?"
   챌리는 역시 공손히 인사했다. "춥진 않으셨어요?"
   "추운 지는 너도 나중에 허니문 가서 봐."
   숙희의 그 말에 일동은 말을 잃었다. "뭐 어떠니. 다 그러려니 하고 아는 거 아냐?"
   "와하!" 챌리의 입에서 나온 말이었다.
킴벌리가 헤헤헤 하고, 웃었다.
   "어차피 우리 다 성인인데."
   숙희가 커핏잔을 내려놓고 일어섰다. "난 아침을 먹어본 적이 없는데, 오늘은 먹어야겠는 걸? 나 옷 좀 갈아입고 올께?"
영란은 품행이 방탕했으면서 성에 대해서는 굉장히 폐쇄적인 척 했는 것에 반해 숙희는 이번 신행에서 개방적인 것으로, 운진은 생각했다.
   '설마 저 나이 때까지 한두명이었을려구? 어젯밤 하는 게 보통 능숙하지 않았던데.'
운진은 딸들이 아침을 들도록 자리를 비켜주었다. 
어차피 이인용 간이 식탁이다.
딸들이 아빠를 흘겨보며 앉는 것이었다.
특히 킴벌리가 아빠의 어디 부위를 쳐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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